튀김의 발견, 튀기면 다 맛있어지는 요리의 과학
튀김은 맛있다. 어떤 음식이든간에 기름에 튀겨냄으로써 완성된 요리의 맛은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몸소 체험해 왔으므로, 튀김과 관련된 흥미로운 책을 만나게 된 일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임두원이 집필한 <튀김의 발견>은, 제목부터 군침이 꿀꺽 넘어가게 만드는 도서였다는 점에서 보자마자 손에 집어들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과학자이면서 20년 전통 돈카츠 전문점의 사위라는 다소 독특한 이력을 보유한 저자가 본인이 가진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이야기는, 익숙한 내용과 생소한 정보를 동시에 마주하게 하며 맛깔나는 튀김의 교양 속으로 안내했다.
튀김 애호가를 뛰어넘는 튀김 덕후로 봐도 손색이 없어 보이는 작가가 집필한 <튀김의 발견>은, 튀김을 전 세계인의 소울푸드로 명명한 것이 특징이었다. 그리하여 치킨을 예로 들며 먹음직스러운 튀김 요리 이야기의 출발을 알렸다.
이로 인해 과거 조선시대 때부터 각별했던 한국인의 치킨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했으며, 세조 때 어의를 지낸 전순의가 1460년경에 편찬한 요리책 <산가요록>과 <식료찬요>에 소개된 '포계'가 닭튀김 조리법이라는 점 또한 기억에 남았다.
치킨과 맥주를 기반으로 한 치맥 요리가 이끄는 한류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음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든 점도 친밀함을 더했다. 첫 장부터 치킨이라니! 이 시점에서 이미 게임은 끝났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튀김 요리의 종류와 이에 걸맞는 기술을 포함, 그 나라의 역사와 관련된 안타까운 사연까지 만나보게 돼 의미가 있었다. 특히, 백인들에 의해 노예로 끌려 온 흑인들이 힘든 노동을 견디며 살아남기 위해 음식의 낭비를 최소화하고자 뼈까지 씹어먹을 수 있게끔 탄생시킨 고열량의 닭튀김 요리가 프라이드 치킨의 유래라는 점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반면에 돈카츠와 돈가스의 차이점을 새로이 깨닫게 돼 만족스러웠고, 세상을 뒤흔들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인스턴트 라면 얘기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어 반가웠다. 튀김기술의 혁신을 가져다 준 라면이 <튀김의 발견>에 없었더라면, 많이 서운했을 거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튀김과 연관된 기초 지식에 풍성함을 선사한 뒤에야 비로소 작가는 본격적으로 튀김의 과학을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자주 언급하는 겉바속촉,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함으로써 완성되는 튀김의 진면목을 과학적 원리로 설명하는 부분은 익숙치 않은 내용이라 한층 더 시선을 집중시켰다.
책의 앞부분에서도 저자는 기름의 중요성과 조리법의 분류에 더하여 글루텐 활성화가 쫄깃한 식감을 얻게 해준다고 언급을 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튀김옷 반죽에 포함된 수분이 고온의 기름에 의해 기체로 변하며 튀김옷을 뚫고 배출되면 조그마한 구멍이 무수히 생겨난다고, 이것이 바삭함의 비밀인 다공질 구조라고 설명한 것을 읽었는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보다 더 상세한 설명을 각각의 챕터별로 기록해 놓음에 따라 읽는 이로 하여금 한층 더 유익한 시간을 맞닥뜨리게 도왔다.
캐러멜화 반응은 그나마 몇 번 들어본 적이 있으나 마이야르 반응은 처음 접하게 된 용어라 신선함을 전해준 순간도 없지 않았다.
게다가 튀김기마다의 기능까지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걸 알게 해줌으로써 튀김을 향한 열정을 가감없이 드러내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맛있는 튀김을 사랑하는 과학자의 연구를 통해 빚어진 한 권의 저서가 지닌 가치는 실로 대단했다.
다만, 맛있는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진 도서임에도 불구하고 몇 장 없는 사진이 흑백이었던 데다가 입맛을 당기는 비주얼이 아니었기에 이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다. 물론, 이러한 아쉬움은 음식 사진에 한정된 것임을 밝히는 바다.
덧붙여 책표지 뒷면에 쓰여진, '튀김옷 좀 입혀 본 과학자가 선사하는 맛깔나고 유익한 튀김피디아'라는 설명이 이 책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문장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읽는 재미가 쏠쏠해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순식간에 섭렵한 책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맛있게 먹었던 튀김 요리를 향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게 도와준 <튀김의 발견>이었다. 살아가는 동안 작가 만큼의 열렬한 튀김순애보를 내보일 가능성은 아마도 없겠지만, 이 책 덕택에 겉바속촉의 맛좋은 튀김이 먹고 싶어졌으니 그것만으로도 작가는 주어진 사명을 다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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