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주가의 결심, 청춘들에게 건네는 술 한 잔의 따뜻한 위로가 담긴 책
은모든이 써내려간 <애주가의 결심>은, 청춘들에게 건네는 술 한 잔의 따뜻한 위로가 담긴 책이었다. 술을 잘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씩 달콤쌉싸름함으로 가득 채워진 한 잔의 맛이 간절해질 때가 있는데, 그런 순간에 읽으며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음은 물론이다.
애주가들의 본격 음주 힐링기를 표방하는 소설은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곳곳에 자리잡은 술집을 배경으로 등장인물들이 선보이는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지친 주희가 애주가로의 삶을 누리기로 결심한 이후, 술의 나날을 만끽하는 시간 속에서 벌어지는 각양각색의 에피소드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독하지만 때로는 속절없이 부드럽게 스며들기도 하는 세상의 모든 술에게 바칩니다."라는 작가의 당찬 포부를 출발점으로, 본격적인 스토리 전개가 이루어지는 첫 페이지를 펼치자마자 맛있게 술을 들이키는 주희의 모습을 상세하게 묘사한 부분이 존재감을 드러내서 나도 모르게 군침이 꿀꺽 넘어갔다.
술주희라는 애칭을 보유한 신주희는 오너 셰프의 꿈을 간직한 채 동업자와 푸드트럭을 운영하다 실패해 사업을 접고 무일푼 백수 신세로 지내던 중, 뜻밖의 터닝 포인트를 맞이하며 자신만의 삶을 재정비하기로 다짐한다.
한날한시에 음주 세계로 발을 들인 사촌언니 우경이 자신의 집에서 함께 살 것을 제안함에 따라 이사를 통해 새로 시작하게 된 한 해 동안 본인이 원하는 대로, 마음껏 인생을 즐길 것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전통주점의 주말 알바로 일하며 틈틈이 그곳의 손맛을 배워 나감과 동시에 한동네에 거주하는 술친구 배짱과 망원동 일대의 술집을 종횡무진함으로써 마주하게 되는 진솔한 경험담이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로 인하여 기승전술의 날들을 보내는 주희와 달리, 한 방울의 술도 용납치 않으며 금주를 선언하게 된 우경의 사연 또한 수면 위로 떠오르며 호기심을 더했다. 우경의 예전 술친구 예정의 이야기가 급부상하며 또다른 청춘의 애환을 맞닥뜨리게 된 점도 의미가 있었다.
각기 다른 속내를 지닌 청춘들의 인생에 있어 술은 포근한 위로이자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활력소와도 같았다. 한 편의 소설 안에서 다채로운 술의 종류와 이에 걸맞는 안주까지 맛깔나게 표현하는 작가의 글솜씨에 눈길이 갔고, 애주가의 취향과 태도를 넘어서 같이 마시는 사람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내용이 주변을 둘러보도록 도움으로써 생각을 거듭하게 했다.
여기에 자타공인 애주가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필름이 끊겨본 적 없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졌던 주희가 최초로 필름이 끊겨버린 연말의 송년파티에서 진심을 나눴던 상대가 잠시나마 눈길을 머무르게 했던 남자가 아닌, 술친구가 된 배짱이이었다는 사실 또한 책의 제목에 걸맞는 이야기의 흐름이었기에 무릎을 탁 치게 되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좋았던 건, 지금까지 고단한 여정을 버텨 온 주희가 스스로를 위한 1년을 선언했다는 점이었다. 지칠 땐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는 위로를 주인공의 삶 속 행동력을 통해 제대로 확인하게 해줘서 매우 감명깊었다.
아무리 청춘이라고 해도, 휴식이 필요한 순간이 있는 법. 그런 의미에서 주희의 결정은 옳았다. 소설의 제목은 <애주가의 결심>이지만, 애주가가 아니더라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문장들이 많아서 힘이 되고 기운이 났다.
결론적으로, 주인공을 중심으로 만나보게 된 청춘의 희로애락 속 술의 맛과 더불어 술이 곁에 있음으로 인해 사람들 사이에 생성되는 분위기가 유연함을 전하는 이야기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었던 책이었다. 그래서일까, 술잔을 마주치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능한 술친구가 가까이에 존재하는 주희가 문득 부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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