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떡볶이 :: 떡볶이의 맛과 추억에 녹아든 진심을 엿보다
요조가 써내려간 <아무튼, 떡볶이>는 떡볶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대동단결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 책이었다. 떡볶이의 맛과 추억에 녹아든 작가의 진심을 엿보는 게 가능해서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부제가 무려 '이건 맛있는 떡볶이다'라는 확신이 왔다, 라니! 그로 인해 읽는 것만으로도 군침을 꿀꺽 삼켜야 하는 순간이 상당했고, 살아가는 동안 먹어 온 떡볶이를 향한 그리움이 아련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며 마음을 울렸다.
요조(신수진) 특유의 담담하지만 단단한 문체가 돋보이는 에세이로, 그저 떡볶이 예찬에만 그치지 않은 도서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아볼 수 있었다. 다채로운 맛의 떡볶이가 떡볶이를 판매하는 가게의 분위기와 그곳에 존재했던 사람들의 온기를 기억하게 도왔고, 그날의 작가 자신 또한 돌아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각양각색의 에피소드가 곁들여진 <아무튼, 떡볶이>를 통해 내가 직접 맛본 떡볶이를 오래간만에 마주하는 것이 가능해 반가웠고, 처음 이름을 접해서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 떡볶이 가게도 몇군데 있어서 메모를 해두었다. 이를테면, 이대의 비건 떡볶이집 '덕미가'와 파주의 '코펜하겐 떡볶이'가 새롭게 리스트에 올랐다. 덧붙여, 미지의 떡볶이에 대한 호기심을 동하게 만든 감칠맛 나는 문장들도 일품이었다.
과거에 홍대 뮤지션으로 처음 알게 된 요조가 현재는 작가로 책을 발매함에 따라 색다른 면모를 확인할 수 있어 신선했고, 짧은 이야기 속에 녹아든 경험담도 꽤나 흥미로웠다. 떡볶이로부터 비롯된 한 권의 에세이는 요조가 완성시킨 또다른 장르의 음악과도 같았다.
그리고, 나 역시도 떡볶이와 함께 쌓아올린 추억담이 무궁무진해서 책을 보면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더불어 떡볶이와의 추억 만들기는 과거 완료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도 밝히며, 전 세계의 떡볶이 애호가들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갈 때마다 반갑게 맞아주던 사장님의 얼굴이 희미하게 떠오르는 즉석떡볶이집, 저렴한 가격에 양도 많고 맛도 좋아서 우산 없이 비를 맞으며 달려가 어김없이 문을 두드렸던 분식집의 양 많은 떡볶이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두 가게 모두 학창시절의 일부분과 다름 없기에, 그런 의미에서 <아무튼, 떡볶이>를 읽은 기념으로 기회가 되면 찾아가 보려고 한다. 요조처럼.
쌀떡이냐 밀떡이냐를 시작으로 소스의 종류와 재료, 조리법까지 다양한 떡볶이는 언제 먹어도 사랑이다. 이러한 이유로 떡볶이 얘기를 중심으로 에세이를 펴낸 요조에게 일말의 동지애가 샘솟게 되었음을 인정하는 바다.
시간 날 때 떡볶이를 먹으며 요조의 노래도 오래간만에 들어봐야지. 이 언니는 재주가 참 많다. 예전엔 음악으로 귀를 기울이게 하더니, 이번엔 에세이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고야 말았다.
마음을 든든하게 해주는 문장과 적당히 가벼워 부담없는 이야기의 적절한 조화가 언제 먹어도 입맛을 사로잡는, 맛깔난 떡볶이를 닮은 에세이가 바로 요조의 <아무튼, 떡볶이>였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역시나 떡볶이가 먹고 싶어졌다. 식사로도, 간식으로도 손색없는 떡볶이의 가치는 영원하리!
누가 뭐래도 일단은, 그러니까 아무튼, 떡볶이는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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