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나를 위한 관계 맺기의 중요성

김수현의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는 "어떤 순간에도 만만하지 않은 평화주의자가 될 것!"을 피력하며 오직 나를 위한 인간 관계 맺기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진짜 나로 살아가는 삶에 필요한 위로와 조언을 담아낸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를 감명깊게 읽었던 만큼, 이 작품 발매 후 4년 만에 출시된 신작을 만나는 일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작가의 에세이는 기본적으로 나 자신에게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그리하여 내가 나답게 삶을 지탱해 나가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관계 맺기를 통해 타인과 조화를 이뤄나가는 방법을 개성 넘치는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이 책 역시도 전작 못지 않게 마음을 사로잡았다. 



살아가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실감하는 요즘, 다른 누군가와 어떤 상태로든 연결고리가 생겨나 인연으로 자리잡게 되는 상황이 항상 즐거움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마저 알아차리고 나니 괴로울 때가 많았다. 그러던 와중에 김수현 작가의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를 만날 수 있어 기뻤고,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게 옳다는 걸 깨닫도록 해줘서 안심이 됐다. 


상대방과의 관계가 내 생각대로만 흘러가는 것 자체가 당연하지 않듯이,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는 일 또한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누군가를 미워할 시간에 나와 더불어 곁에 존재하는 소중한 이들을 사랑하라는 얘기를 유쾌하고도 공감을 자아내는 에피소드로 풀어내는 페이지들이 마음에 쏙 들었다.


특히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에 의거해 또라이의 질량은 보존되며, 나도 누군가의 또라이였다는 문장이 그에 잘 어울리는 그림과 말풍선이 곁들여진 한 컷의 뜻깊은 웹툰으로 보여져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탁 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지하철 승강장에서 취객이 난동을 부려 경찰과의 실랑이가 한창일 때, 한 청년이 다가와 안아주며 토닥이자 소리 지르던 것을 멈추고 어깨에 고개를 떨궜다는 에피소드도 인상깊었다. 



각기 다른 세대를 살아옴으로 인해 겪게 되는 가치관의 차이는 취업, 결혼, 출산, 육아 등의 문제를 들이밀며 압박을 해오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다. 이럴 땐 무심하면서도 가볍게 넘길 수 있으면 좋을 테지만 그게 잘 되지 않는다면, 타인의 기대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는 순간이라고 용기를 주는 말들도 평정심을 유지하게 도왔다. 질문이 아닌 답을 강요해서 꼰대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결론적으로 우리 모두는 결국, 나이를 먹으며 답이 아닌 질문을 퍼붓는 세대로 나아가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므로 꼰대지수가 상승할 여지가 다분하다고 확신하니 앞서 끄적인 작가의 충고에 귀를 기울여야만 하겠다.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순 없으니까 그나마 덜 받으며 건강한 생활을 해 나가기 위해서도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살아가는 일이 중요하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역시나 관계! 


관계의 양보다 질에 우선순위를 두는 편이고 인맥이 좁은 대신에 사람을 깊게 사귀는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에서 마주한 의미있는 한 문장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며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꺼내 보려고 한다.


"누군가는 떠날 것이고, 누군가는 올 것이며 

당신은 여전히 당신이다."


덕분에 영원한 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두려워하는 대신,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긴 채 그렇게 나는 나인 채로 살아가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수없이 경험해도 익숙해질 것 같지 않은 이야기지만 그래도 이렇게 살다 보면 삶의 지혜라는 것이 조금씩 쌓여갈 테고, 그러면 눈 앞에 놓인 진실을 받아들일 날도 오게 될 거라고. 



적당한 공감과 온기 가득한 솔루션이 예상치 못한 관계가 불러 일으킨 쓰라린 마음을 다스리는데 도움을 주는 탁월한 에세이였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는 통찰력이 뛰어난 작가의 남다른 글과 그림이 마냥 가볍게 흘려보내기 아까울 정도로 심금을 울렸다. 책이 나올 때마다 베스트셀러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다시금 맞닥뜨리게 된 점도 만족스러웠다.


좋은 관계를 맺어나가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겠다. 지금부터라도 천천히 심호흡 하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앞으로 나아가 보면 어떨까?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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