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 가득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흥미진진 추리 뮤지컬 <셜록홈즈 : 사라진 아이들>

뮤지컬 <셜록홈즈 : 사라진 아이들>은 뮤지컬 <셜록홈즈 : 블러디게임>이 새로운 부제와 함께 재정비되어 돌아온 작품으로써 시즌1인 뮤지컬 <셜록홈즈 : 앤더슨가의 비밀>에 이어서 제작된 두 번째 이야기다. 2012년에 개막한 '앤더슨가의 비밀'을 재밌게 관람한 이후로 시즌2를 기다려 왔으나 어쩌다 보니 '블러디게임'은 놓쳐버렸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쉬움이 커져만 가던 찰나에 8년이 지나서야 드디어 '사라진 아이들'을 통해 또다른 사건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 가능해져 반가웠다.


이번 공연에서 명탐정 셜록홈즈가 쫓는 인물은 연쇄 살인마 잭 더 리퍼로 조수 제인 왓슨, 경찰 클라이브와 함께 범인을 찾아내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중심을 이뤘다. 다섯 명의 여인이 시체로 발견된 이후로 4개월이 지난 어느 날, 또다른 살인이 발생함에 따라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만난 뮤지컬 <셜록홈즈 : 사라진 아이들>은 무대를 깊고 넓게 활용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회전무대와 더불어 LED 영상을 포함한 조명의 화려함이 볼거리 가득한 시간을 선사해서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2층 객석에서 바라보니 전체적인 비주얼이 두 눈에 가득 담겨서 황홀함을 자아냈음은 물론이다.


다만, 시체가 된 여성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비춰져 이 점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욕조에서 삐져나온 다리와 새빨간 피로 물들여진 비참한 몰골이 멀리서도 포착돼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잔인한 장면을 많이 덜어냈다고 하던데 과연, 이게 최선인가 싶었다. 죽임을 당하는 존재 또한 여자 아이들과 여성 뿐이라는 사실도 그리 탐탁지 않았다. 사건의 내막이 밝혀짐에 따라 확인할 수 있었던 진실 역시도 마찬가지. 


게다가 시즌1부터 셜록 홈즈의 조수인 제인 왓슨을 여배우가 맡아 열연하는 점은 확실히 인상적으로 다가왔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왓슨을 제외한 극중 대부분의 여성 캐릭터가 수동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고 말아서 이 또한 아쉬웠다. 이러한 이유로 왓슨과 대비될 수 밖에 없었던 존재가 바로 마리아였음을 인정한다. 



반면에 범인을 추적해 나가는 홈즈를 따라 관객들도 사건을 추리하도록 돕는 스토리 전개는 색다른 재미를 경험하게 했다. 추리극에 꼭 필요한 반전도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으며, 무대 곳곳에 심어놓은 단서가 눈 앞에 나타나던 찰나의 묘미도 남달라서 흥미로웠다.


이로 인해 추리 뮤지컬에 걸맞는 대본과 무대 장치의 구현은 만족스러움을 전했지만, 킬링 넘버의 부재와 음향 시설의 문제는 단점을 부각시키며 안타까움을 맞닥뜨리게 했음을 밝힌다. 공연 보고 나와서 곱씹어 보는 내내 기억나는 넘버가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뿐만 아니라 송스루처럼 가사가 대사를 대신하는 부분이 상당했는데, 뭐라고 하는지 귀에 잘 안 들어와서 답답했다. 뮤지컬 <셜록홈즈 : 사라진 아이들>에서 가장 별로였던 게 음향이었을 정도니 말 다한 거다. 내가 공연을 관람한 게 2월이었으니, 지금은 좀 나아졌기를 바랄 뿐이다.



[CAST]

셜록 홈즈 : 송용진

클라이브 : 이지훈

제인 왓슨 : 여은

에드거 : 김찬호

마리아 : 정명은

레스트레이드 : 지혜근

니콜라스 : 김민수

에밀리 : 진도희

아놀드 : 김효성

테일러 : 이강

제시카 : 유민영

올리비아 : 이은주

앙상블 : 주홍균, 김경일, 김소희, 손세일, 심현우

이나겸, 김성광, 김의환, 김지유, 윤지원

김슬기, 권성희, 양지수, 현지수, 박선영


이날 만난 배우들의 훌륭한 활약도 기억에 남았다. 은근한 감초 역할이 잘 어울렸던 혜근 레스트레이드, 비련의 주인공다운 면모를 확인하게 해준 명은 마리아, 비중은 많지 않았으나 애절한 멜로가 잘 어울리는 캐릭터로 이목을 집중시킨 찬호 에드거, 대사를 살짝 버벅이긴 했지만 균형잡힌 연기와 노래로 반가움을 선사한 지훈 클라이브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여은 왓슨은 뮤지컬 <셜록홈즈 : 사라진 아이들>로 처음 만났는데 기대 이상으로 캐릭터와 잘 어울려서 감탄하며 바라보게 됐다. 특히, 홈즈가 없을 때 왓슨만의 기지로 위기를 극복하던 장면과 넘버를 소화할 때 들려오던 시원한 가창력에 반했다. 연기도 괜찮았지만 노래를 진짜 잘해서 보는 내내 절로 미소가 지어지게 했던 장본인이었다. 


쏭홈즈는 오랜만에 만나도 여전해서 좋았다. 타고난 괴짜 기질과 뛰어난 두뇌로 추리에 임하는 모습이 멋졌다. 두 손을 맞댄 셜록홈즈 특유의 포즈를 '앤더슨가의 비밀' 이후 무대 위에서 다시 볼 수 있게 돼 감회가 새로우면서도 즐거웠다. 능청스러운 연기와 공연 넘버에 잘 맞는 발성으로 부르던 넘버도 괜찮았다.



사건의 진상을 파악한 홈즈가 트릭을 설명하는 부분도 감탄을 자아냈다. 이 장면은 오롯이 셜록홈즈의 몫으로 남겨졌는데 막힘없이 완벽하게 해내서 최고였다. 다소 설명적인 부분일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대의 알찬 활용과 쏭홈즈의 열연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앙상블 배우들의 떼창도 탁월했지만 음향상의 이유로 제대로 잘 전달이 안 된 것 같아 이 부분은 제발 보완을 잘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리고 무대는 중앙 뿐만 아니라 왼쪽, 오른쪽까지 잘 활용해서 보는 재미가 더해졌다.  



공연의 부제가 된 '사라진 아이들'이 중의적 표현으로 쓰였음을 뮤지컬 <셜록홈즈 : 사라진 아이들>을 보면서 깨달을 수 있었던 것도 하나의 수확이었다. 그리하여, 여러모로 공들인 작품이라는 걸 알게 해주었던 시간이었다. 


명탐정 셜록홈즈의 변주는 장르적으로도 제한이 없기 때문에 대한민국 창작뮤지컬 셜록홈즈 시리즈를 앞으로도 계속 기대해 볼 생각이다. 안 그래도 홈즈가 마지막에 다다라 루팡과 관련된 이야기를 얼핏 내비치던데, 그런 의미에서 시즌3는 루팡 에피소드로 방향을 잡았다고 생각하고 싶다. 세 번째 이야기는 조금이나마 가볍게 볼 수 있는 미스터리 추리극이었으면 하는 소망도 없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보느라 조금 힘든 감이 없지 않았지만, 추리 뮤지컬의 재미를 오래간만에 만나게 해준 공연을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시즌3의 막이 오를 그날을 기다리며, 환상적인 무대 연출을 토대로 맞닥뜨렸던 이야기의 애틋함을 기록으로 남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