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에게 장미를, 사건의 진실 앞에서 고뇌하는 주인공에게 구원의 꽃을 건넨다

추리소설 속에서 사건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명탐정을 만나게 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시로다이라 교의 <명탐정에게 장미를>을 통하여 새롭게 마주한 명탐정 세가와 미유키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하여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흘러가는 책 속의 각기 다른 에피소드 안에서 사건으로 얽히고 설킨 인물들의 관계 뿐만 아니라 고뇌하는 명탐정의 사연까지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 이 또한 의미있게 여겨졌다.  



1부는 '메르헨 난쟁이 지옥'으로, 독약을 만드는 박사로 인해 희생된 난쟁이들이 복수를 위하여 살인을 벌인다는 내용의 잔혹동화가 "메르헨 난쟁이 지옥"이라고 이름 붙여져 각 언론사에 도착한 이후, 이를 모방한 연쇄살인사건이 실제로 발생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였다. 끔찍한 살인이 계속되는 동안, "난쟁이 지옥"이라는 독약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이와 관련된 인물과 독약의 행방을 통하여 진실에 다가가고자 명탐정 세가와 미유키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2부인 '독배 퍼즐'은 "메르헨 난쟁이 지옥" 사건으로부터 2년이 지난 후에 벌어진 사건을 다뤘다. 후지타가의 티타임이 한창이던 어느 날, "난쟁이 지옥"으로 불리는 다량의 독약이 든 홍차를 마시게 된 한 사람이 즉사하고 말았다.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이 용의자가 된 상황에서 세가와 미유키가 범인을 밝혀내기 위해 애쓰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미궁에 빠지게 되고 그로 인해 예상치 못한 비극을 마주할 수 밖에 없었다.


두 편의 에피소드는 독약인 "난쟁이 지옥"과 후지타가 사람들을 중심으로 흘러간다는 사실에서 공통점이 존재했다. 반면에 1부는 후지타 스즈카의 과외 선생인 대학원생 미하시 소이치로, 2부는 명탐정 세가와 미유키의 시점으로 스토리가 펼쳐진다는 차이점이 있었다. 그리고 미하시 소이치로가 세가와 미유키를 후지타가에 불러 들임으로써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 했다.



'메르헨 난쟁이 지옥'은 사건의 참혹함 속에서 발견하게 된 세가와 미유키의 통찰력이 돋보였고, '독배 퍼즐'에선 진실에 다가가는 동안 과거를 돌아보며 끊임없이 고뇌하는 명탐정의 인간미가 두드러져 인상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명탐정의 탄생 비화까지 엿보게 돼 안타까움이 더해질 수 밖에 없었다.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 냉철함을 유지하는 것이 탐정에게는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쓰라린 상처를 간직한 인간에게는 쉽지 않은 일임을 알기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시렸다. 게다가 '독배 퍼즐'에서 이어지던 반전의 반전의 반전은 곱씹어 볼만한 내용이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임을 확신한다.



인간미 넘치는 탐정의 고뇌가 느껴진 책으로, 명탐정이기에 앞서 인간인 세가와 미유키의 속내를 깊이 들여다보게 해준 '독배 퍼즐'과 탐정으로의 본분을 멋지게 해낸 '메르헨 난쟁이 지옥'으로 구성된 추리소설 <명탐정에게 장미를>이 경험하게 해준 세계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여성 탐정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 많지 않아서 더욱 더 소중한 작품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언젠가 다시 또 명탐정 세가와 미유키를 만나게 될 날을 고대하며, 사건의 진실 앞에서 고뇌할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에게 구원의 꽃을 건넨다. 제목부터 마음을 사로잡았던 작품을 향한 찬사로도 완벽한, 명탐정에게 장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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