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손가락, 가족애를 중심으로 펼쳐진 잔혹한 사건의 결말과 여운

히가시노 게이고의 <붉은 손가락>은 가가형사 시리즈 중 일곱번째 권에 해당하는 작품인데, 가족애를 중심으로 펼쳐진 잔혹한 사건을 통해 놀라운 반전과 여운을 남긴 책이라는 점에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난 뒤에도 한동안은 머리가 멍하고 기분이 묘했다.


사실, 예전에 한 번 읽어 본 경험이 있으나 오래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전면개정판이 발매된 기념으로 다시 손에 집어들게 된 거였다. 그렇게 마주한 <붉은 손가락>이 예상치 못한 충격을 전하며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이야기를 확인하게 해줘서 정말이지, 깜짝 놀랐다. 



치매에 걸린 노모, 아내 야에코, 중학생 아들 나오미와 함께 살아가던 중년의 가장 아키오는 어느 날, 집안에 마련된 정원에서 어린 소녀의 시체를 발견하고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 그러나 가가형사의 의심을 피해갈 순 없었고, 결국에는 탁월한 추리를 바탕으로 드러난 사건의 전말 속에서 그동안 깨닫지 몰랐던 진실을 비로소 확인하며 오열한다. 


가족을 사랑하기에 지켜내고자 애쓰면서도, 때때로 멀어지고 싶어하는 인간의 양면성을 드라마틱하게 담아낸 <붉은 손가락>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집필한 휴먼 미스터리의 절정을 선사한 명작으로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애증'이라는 단어 하나로 모든 설명이 가능해지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무엇보다도 피로 맺어진 사이라서 사랑과 미움이 더 깊게 공존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선을 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책 속에서 삼대 가족의 중심인물로 노모의 자식이자 나오미의 아버지인 부모 입장에 놓인 아키오의 선택이 이러한 이유로 아프게 느껴졌다.  


책의 제목으로 쓰여진 붉은 손가락의 의미도 인상적이었다. 살인사건의 발생으로 만나게 된 피 묻은 손가락과는 전혀 달랐지만, 그래서 더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치밀한 구성이 돋보였다.


뿐만 아니라 아키오의 가족만이 아니라 가가형사의 가족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어 이 또한 뜻깊었다. 특히, 가가형사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기도의 막이 내릴 때>까지 읽고 다시 <붉은 손가락>을 접하게 되니 퍼즐 조각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라 만족스러웠다. 


결론적으로, <붉은 손가락>은 가가형사 시리즈 10권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됐다. 휴먼 미스터리 스릴러 추리 소설의 백미를 만나게 해주었으니까. 그러니 언젠가 또다시, 무심코 이 책을 집어들게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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