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 8: 망가진 여행] 예기치 못한 순간들이 남긴 여행의 재미를 담은 에세이
북노마드에서 펴낸 여행산문 무크지 <어떤 날 8: 망가진 여행>은 떠남으로 인해 마주하게 되는 예기치 못한 순간들의 재미를 담아낸 에세이집이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약 중인 7명의 저자가 자신만의 경험담을 풀어내며 흥미로움을 전했는데, 제목부터 호기심을 이끌어내는 것이 장점이었다.
실패하여 지속될 수 있는 마음(강윤정), 여행을 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오은), 그토록 사소한 기적을 바랐던 어느 여행가의 죽음(위서현), 어떤 싸움의 기록(이현호), Last Summer(장연정), 11월의 어느 겨울에 낭트영화제를 가는 것에 대하여(정성일), 파라다이스에 혼자 남겨지면(정세랑)으로 구성된 책은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으므로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했다.
여행을 다녀온 이후에도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곱씹어 보는 이야기 속에는 항상 돌발 상황으로 인해 맞닥뜨려야만 했던 예측 불허의 찰나가 포함되기 마련이다. 낯선 장소가 건네는 심술궂은 장난은 망가진 여행이라는 책의 제목과 잘 맞아 떨어짐으로써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의 한때를 맞이하게 하며 기대 이상의 묘미를 선사해서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그러한 이유로 7명의 저자가 써내려간 어떤 날에 발생했던 망가진 여행의 기록이 지난 날에 이루어졌던 나 자신의 떠남과 이로 인해 벌어진 에피소드를 떠올리게 만들어줘서 마음 한켠이 아련해졌다. 망가진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저장된 여행 폴더 하나 쯤은 누구나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가진 여행이란 없다고 믿는다. 계획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 의외의 시간들이 확인하게 해주는 재미와 깨달음을 경험할 수 있는 건 오히려 여행자들에게 주어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어떤 날 8: 망가진 여행>을 읽는 동안 과거의 놀라운 우연으로 탄생된 위기일발의 한때를 떠올림과 동시에 새로운 여행을 꿈꾸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여행이라는 두 글자가 전하는 설렘을 다시금 느낄 수 있어 심장이 두근거렸던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책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 강윤정과 정세랑의 여행기가 특히나 공감을 자아냈다. 제목으로부터 전해져 오는 기운이 남달랐다. 완벽하지 않아 온전한 여행의 즐거움이 그들의 글에서 묻어나 슬쩍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올해는 기회가 닿는대로 여행을 떠나볼 예정이라 더더욱 기대가 된다. 떠나는 것으로 비롯되는 여행의 매력을 알려준 책인 데다가 오래간만에 생생한 여행담을 만나보게 돼 설렜던 하루는, 내가 직접 발걸음을 옮김으로써 깨닫게 될 나날들에 큰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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