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대학로 밥집] 맛의 정원이 선사한 맛있는 카레의 향연을 즐기다

대학로에서 발견한 맛의 정원은 이름에 걸맞는 음식이 존재하는 밥집이었다. 혜화역 4번 출구 또는 혜화우체국에 위치한 버스 정류장에서 종로07, 종로08 마을버스를 타고 국민생활관에서 내려 조금만 걸으면 만나볼 수 있는 곳으로 번화가와는 조금 떨어진 장소에 자리잡은 점이 특징이었다.


혜화역에서 걸어가도 되긴 하지만 생각보다 꽤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날이 덥거나 추울 땐 마을버스 탑승을 권한다. 환승 할인의 기회도 존재하므로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무더운 여름날에 도보로 방문해 본 경험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거니까 참고하면 좋겠다. 



음식점의 외관은 이렇게 생겼다. 굉장히 깔끔하고 모던한 분위기의 간판과 투명한 유리 사이로 들여다 보이는 가게 내부가 두근거림을 전해준 시간이기도 했다.


친구와 함께 두 번째 방문을 한 날이었는데, 점심 영업이 오후 3시 30분까지라 여유롭게 입장할 수 있어 좋았다. 둘 다 약속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한 게 행운이었다. 



대학로 맛의 정원에는 창 밖을 바라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구비된 바석 두 자리가 마련돼 시선을 사로잡았다. 투명한 보라빛 의자가 신비로움을 자아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오른쪽 구석에 위치한 새하얀 스탠드도 관심을 집중시켰다. 연뮤에서 자주 봐왔던 초록 스탠드의 다른 버전이라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게 사실이다. 




앞서 이야기한 바석 외에 2인, 4인용 테이블이 사진과 같이 배치되어 있는 밥집이 바로 대학로 맛의 정원이었다. 이로 인하여, 가게 바깥쪽 뿐만 아니라 안쪽에도 초록 식물들이 싱그러움을 뿜어내 정원에서 식사하는 분위기를 맞닥뜨리게 해줘 매력적이었다.  



벽면에 설치된 피규어와 액자에서도 센스가 돋보여 한참을 바라보게 했다. 이와 함께, 조명등 또한 예외가 아니었음을 밝힌다. 충분히 눈여겨 볼만한 인테리어였다. 



우리가 앉은 테이블에서 바라다 보인 액자 속 풍경도 멋졌다. 만개한 꽃들로 가득한 공간의 빈틈 사이로 드러나는 하늘이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여러모로 감각적인 스타일이 두드러지는 곳이었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흑돼지 볶음카레와 흑돼지 돈카츠 카레였다. 이곳의 식사 메뉴는 친구와 내가 먹은 두가지 음식과 연어덮밥, 버섯 오므라이스가 전부다. 사이드 메뉴로 가라아게를 시킬 수 있는 점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지난 번에 왔을 때 흑돼지 돈카츠 카레가 품절돼서 먹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수량이 남아 있어 무사히 주문을 완료하게 돼 기뻤다. 어쩌다 보니 카레 메뉴만 고르게 됐지만 결론적으로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기본 반찬으로는 무피클이 나왔고, 미소국이 1인 1그릇으로 등장해서 카레 메뉴들과 같이 먹기에 좋았다. 덧붙여, 맛의 정원에선 1인 1메뉴가 원칙이다. 




흑돼지 돈카츠 카레(9,000)


흑돼지 돈카츠 카레는 직접 손질해 72시간 동안 저온숙성 시킨 제주 흑돼지 돈카츠를 카레 위에 올림으로써 탄생된 메뉴다. 카레 또한 48시간 동안 숙성을 시켰다고 하니 정성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간 음식이라고 볼 수 있겠다.


카레에는 맵지 않은 고추와 마늘 후레이크가 곁들여져 고소함이 더했고, 두툼한 돈까스에는 카레와 함께 치즈가 솔솔 뿌려짐에 따라 한층 더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했다. 돼지고기가 질기지 않은 점아 만족스러웠고, 돈까스 뒷편의 밥과 더불어 바삭한 연근튀김을 같이 즐기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흑돼지 볶음카레(8,000)


흑돼지 볶음카레는 제주 흑돼지를 무려 34가지 향신료에 볶아낸 드라이한 카레라고 한다. 일단 먹기 전부터 밥 위에 카레, 카레 위에 파, 파 위에 계란 노른 자가 예쁘게 자리잡은 생김새가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을 불러 일으켜 마음에 쏙 들었다. 


함께 주문한 흑돼지 돈카츠 카레와 달리, 국물이 존재하지 않는 드라이함이 특징이라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던 메뉴이기도 했다. 




흑돼지 볶음카레를 맛있게 먹기 위해선, 노른 자를 터뜨려 다른 재료들과 잘 섞이도록 비벼주면 된다. 그렇게 해서 드디어 한 입 맛을 봤는데, 진짜 맛있었다. 흑돼지와 노른 자를 중심으로 맛있게 어우러진 조화로운 맛이 숟가락을 멈출 수 없게 했던 순간이 존재했다.



둘 다 카레였지만 국물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상당해서 같이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조리법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건 당연한데, 카레로 불리는 같은 종류의 음식을 시켜서 함께 즐기니 이로 인한 비교가 확실히 돼서 흥미로웠다.  


그리고 내 입맛에는 흑돼지 볶음카레가 더 취향이었다. 드라이 카레가 안내하는 새로운 세계에 푹 빠져들게 돼 행복했다. 



음식을 다 먹고 난 뒤에는 디저트로 나온 당근 케이크를 친구와 사이좋게 한 조각씩 나누어 먹었다. 저번에 왔을 땐 미소국도, 조각 케이크도 만날 수 없었기에 매우 반가웠다. 첫 번째 방문은 평일 저녁이었고, 이번 방문은 주말 점심인데 이것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른 사람들의 SNS를 통해 사진으로만 확인했던 당근 케이크를 맛보게 돼 즐거웠다. 그 와중에 미소국은 메뉴의 차이로 인한 걸 수도 있겠다 싶었다. 


눈꽃을 닮은 치즈로 덮여있던 당근 케이크의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입 안에서 치즈와 당근 케이크의 맛이 섞임에 따라 마주하게 된 맛의 하모니가 좋았다. 달지 않은 데다가 입가심으로 요긴하게 여겨지는 딱 한입거리라 마지막까지 완벽한 식사를 경험하게 돼 뿌듯했다.


여기서 한 가지 덧붙이자면, 대학로 맛의 정원 시그니처 메뉴는 버섯 오므라이스라는 점이다. 이날 버섯 오므라이스를 시키지 않은 건 이미 맛을 봐서임을 이야기하고 넘어간다. 버섯 오므라이스도 맛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버섯 오므라이스와 흑돼지 볶음카레를 추천한다. 이것은 그저, 개인적인 입맛에 따른 선택임을 잊지 말아주기를 바란다. 혼밥도 가능한 곳이니 혼자 와도 괜찮다. 


맛은 물론이고 정원의 구조를 쏙 빼닮아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혜화 밥집에서의 시간이었다. 여유롭게 공연 보러 와서 밥 먹기 좋은 곳이니 혜화역에 조금 많이, 일찍 도착했다면 맛의 정원에서의 식사를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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