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합정 크레이지카츠의 특로스카츠정식,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다

서울 합정에 위치한 크레이지카츠가 돈카츠 맛집으로 유명한 곳 중의 하나라고 해서 친구와 아예 날을 잡고, 주말 점심식사를 맛보기 위해 다녀왔다. 합정역 8번 출구로 나와서 골목 사이 사이를 걷다 보면 만나는 것이 가능한 음식점이었는데, 생각보다 접근성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합정 크레이지 카츠의 영업시간은 오전 11시 30분부터 3시, 오후 5시부터 9시 30분까지다. 그러니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브레이크 타임이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되겠다. 덧붙여, 주차도 불가능하다.


음식점의 외관은 위의 사진과 같았다. 가게 앞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으면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써놓은 순서대로 호명을 하니 그에 맞춰 입장하면 된다. 



오전 영업은 11시 30분부터이나 점심을 먹기 위한 대기명단 작성은 9시부터 진행되기 때문에 타이밍을 잘 맞추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뿐만 아니라 대기 리스트에 이름을 적었다고 하더라고 호명이 이루어지는 순간 자리에 없으면 삭제 조치가 시행되기 때문에 이 또한 주의를 기울이는 일이 필요해 보였다.



우리가 명단에 이름을 적은 것이 10시 쯤이었는데, 이미 두 사람이 다녀가고 난 뒤였다. 그리고 잠시 후, 11시 30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가게에 도착해 살펴 본 리스트에서 우리 뒤로 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쓰여진 걸 확인함에 따라 그제서야 비로소 크레이지 카츠의 인기를 실감하게 돼 새삼 놀라움이 앞섰다. 



친구와 나의 자리는 창가석으로 배치되었다. 2인용 테이블 위에 각종 양념통과 앙증맞은 크기의 시원한 생수가 1인 1개씩 구비된 모습도 마음에 들었다.


그중에서 하얀색 통에 담긴 건 소금이었는데, 소금을 접시에 덜어먹는 방식이 특이해서 인상깊게 남았다. 



이와 함께, 젓가락 로고가 귀여움을 선사했던 냅킨도 눈에 띄었다. 가게 내부가 넓은 편이 아니었는데,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 테이블 구조와 정갈한 인테리어 역시도 흥미로웠던 크레이지 카츠였다.


대기명단에 쓰여있는 이름을 부르는 간격에 텀이 존재하는 점도 기억에 남았다. 한 팀씩 천천히, 자리를 지정해 주고 주문을 받는 모습에서도 배려가 느껴졌기 때문에 훈훈했다. 




우리가 앉은 2인용 테이블 외에 ㄷ자형 테이블과 1인용 바석 테이블이 크레이지 카츠에 있었다. 더불어 1인용 바석 테이블 아래쪽으로 사진과 같이 가방을 포함한 소지품을 넣어둘 수 있는 물품 보관함이 마련된 것이 눈에 들어와 감동이었다. 


참고로 친구와 내가 앉은 자리의 물품보관함은 의자 아래가 아니라 창가 옆쪽에 준비돼 가방을 놔두기 편했다. 



마음을 정하고 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뉴판을 둘러보니 고민이 돼서 잠깐 생각하다 결국은 처음과 같은 결정을 내렸다. 우리의 주문은, 당일 한정 수량으로 판매되는 특로스카츠 정식 2인분! 



제주산 청정 돈육 특등심을 사용한 메뉴로 가브리살, 목심 등의 포함된 프리미엄 등심 부위를 튀겨낸 음식이 바로 특로스카츠 정식이었다. 이왕 일찍 가서 기다려 먹는 거니까 기회는 지금이다 싶어 냉큼 시켰다. 


음식이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나면 직원 분이 다가와 친절하게 먹는 방법을 설명해 주니 잘 듣고 나서 원하는대로 취향껏 식사를 시작하면 된다. 




크레이지카츠의 특로스카츠정식은 특로스카츠를 메인으로 밥과 기본 반찬, 여러 종류의 소스와 양배추 샐러드, 미소장국이 함께 나오며 푸짐한 한상차림을 자랑했다.


특로스카츠정식 2인분이 나오니까 테이블이 꽉 찼다. 왼쪽 맨위에 비어 있는 상태로 등장한 검은색 네모난 그릇은 소금을 위한 자리였기에, 직원의 설명대로 양념통을 움직여 소금을 덜어냈다.  




따뜻한 미소장국과 고슬고슬하게 잘 지어진 밥은 익숙한 맛이었지만 정식 메뉴에 있어서 빠져서는 안될 음식이었기에 제 역할을 다했다. 


구수한 국물과 흰 밥이 메인 메뉴와 잘 어울리는 점도 역시나 좋았다. 



여기에 기본 반찬으로 나오는 게 샛노란 단무지와 나물이었다. 나물의 이름은 모르지만 우거지 혹은 시래기를 떠올리게 만드는 비주얼이었고 맛도 비슷했다. 새콤달콤하면서도 아삭한 단무지와 함께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기에도 딱이었다.



그리고 왼쪽은 돈카츠 소스, 오른쪽은 샐러드 소스로 유자 드레싱의 맛을 지니고 있었다. 돈까스 소스는 맛이 꽤 진해서 푹 담가 먹기보단 살짝 찍어서 먹으며 고기와 소스의 맛을 동시에 음미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특로스카츠 접시에선 고기와 양배추 샐러드 외에 귀여운 모양의 겨자 역시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겨자는 돈카츠 소스에 섞어도 좋고, 돈카츠에 그냥 찍어 먹어도 좋으니 취향껏 즐기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돈카츠 소스에 섞지 않고 겨자를 특로스카츠에 찍어 먹었는데 톡 쏘는 맛이 압권이라 매력적이었다.  




사진이 잘 나와서 깜찍한 사이즈의 겨자 한 장, 유자 드레싱을 올린 양배추 샐러드 한 장을 사이좋게 남겨 본다.


유자 드레싱의 강점으로 여겨지는 상큼함이 양배추 샐러드와 매우 잘 어울려서 맛있었다. 



친구와 나를 크레이지 카츠로 이끌었던 특로스카츠의 맛은 정말 최고였다. 놀랍게도, 입에서 살살 녹았다. 얇고 바삭한 튀김옷과 특등심부위의 조화가 기대 이상으로 환상적인 맛을 경험하게 했다.


그리하여, 맛있는 행운을 선물한 특로스카츠 7조각과의 시간을 더 오래 즐기고픈 마음에 조금 더 여유롭고 느긋하게 맛을 즐기는데 모든 신경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아무래도 고기를 먹다 보니까 매콤한 반찬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던지라 이 점은 좀 아쉬웠다. 단무지와 나물 외에 느끼함을 제대로 상쇄시켜줄 수 있는 비장의 반찬이 존재했더라면 더 완벽하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겨자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 점을 제외한다면, 정말 완벽한 식사가 아닐 수 없었다. 




특로스카츠의 단면도 예술이었다. 고기가 전혀 질기지 않아서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느낌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게 해줬으니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가 없겠다. 


친구와 나 둘 다 맛있게, 만족스럽게 먹었던 서울 합정 크레이지 카츠의 특로스카츠정식이었다. 결론적으로, 대기명단 작성만 좀 빨리 와서 할 수 있으면 괜찮은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고기의 맛이 꽤나 크레이지 했으니, 이름값을 한 셈이라고 볼 수 있겠다. 재방문 의사도 물론,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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