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해적 :: 찰랑 페어를 볼 수 있었음에 감사, 매우 감사! (임찬민, 랑연)
뮤지컬 <해적> 세 번째 관람은 그토록 기다려 왔던 찰랑 페어와 함께 했다. 캐스팅 소식과 스케줄이 올라왔을 때부터 가장 보고픈 페어였는데, 자셋자막을 통하여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완벽한 공연을 선보여줘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혼성 크로스 페어를 거쳐서 드디어 본페어를 마주하게 된 기분은 한 마디로, 짜릿함 그 자체였다. 동성 페어가 전하는 뮤지컬 <해적>만의 묘미가 상당했기에, 이래서 본페어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단 한 순간도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CAST]
루이스/앤 : 임찬민
잭/메리 : 랑연
찬민 루이스의 긍정 에너지와 랑연 잭의 선장 아우라가 뽐내는 시너지가 대단했다. 겁은 많지만 바다에 나가기를 두려워하지 않던 모태해적 루이스와 허당미 한 스푼이 섞인 특유의 리더십으로 선원들을 독려하며 로즈 아일랜드로 향하던 잭의 카리스마가 빛났다.
찰랑페어는 루이스와 잭도 좋았지만, 앤과 메리의 서사가 완벽하게 살아남을 경험할 수 있어 이 점을 눈여겨 볼만 했다. 메리와 앤이 위기천만한 상황에서 첫만남을 가지며 서로를 향한 사랑을 직감하는 장면은 특히나 조명과 액션씬의 절묘한 콜라보레이션으로 긴장감과 더불어 불꽃 튀는 눈빛의 강렬함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갑작스러운 분위기 전환으로 인해 살짝 당황스러운 면이 없지 않았지만, 'Love At First Sight'라는 제목에 걸맞는 넘버와 선율의 흐름에 따라 몸을 맡기다 보니 절로 이해가 됐다.
둘의 화음도 최고였다. 다만, 남배우들에 비해 유독 음역대가 높거나 낮게 느껴지는 부분이 존재해서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었나 싶은 의문은 들었다. 이건 좀 아쉬웠다고나 할까?
방문법정에서의 분노가 '질투하라'에서 폭발함에 따라 확인할 수 있었던 찬민 앤의 울분에 격한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며, 랑연 메리가 절규하며 부르던 '우리 모두의 기억나지 않는 꿈'에서 빛이 만발하며 무대 뿐만 아니라 객석을 비춤에 따라 맞닥뜨린 감정의 포효가 일렁이는 물결을 이루며 바다를 감싸는 것 같아 황홀했다.
찬민 루이스는 발랄하면서도 속깊은 개구쟁이, 찬민 앤은 솔직하고 당찬 총잡이, 랑연 잭은 허세 약간에 멋짐을 잔뜩 겸비한 해적 선장의 대명사, 랑연 메리는 열정 가득한 검투사의 카리스마가 돋보여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인터미션 요정으로 등장해 귀여운 안무를 선보인 찬민 루이스의 모습에도 퐁당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루이스와 잭의 티격태격이 웃음을 자아냈고, 유령선에서 무서워하며 메리의 코트 자락을 쥐던 루이스는 열일곱의 순수함이 드러나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한편, 이날 눈물이 차올랐던 때는 밧줄춤에서 잭의 부탁으로 노래를 이어가던 루이스를 만난 찰나였다.
덧붙여, 자셋자막의 길목에서 뮤지컬 <해적> 넘버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스텔라 마리스'임을 확실히 인정하게 되었다. 첫 관람 때부터 인상깊었던 넘버였는데, 앤이 "별이 부서지면 나는 바다로 간다"를 부를 때 느낄 수 있었던 자유를 향한 갈망과 당당한 자신감이 그 뒤에 이어지는 장면과 완벽히 어우러지며 마음을 움직였다.
볼 때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르고, 와닿는 부분에 차이가 있어 재관람을 하게 도왔던 뮤지컬 <해적>이었지만,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의 좁은 좌석 간격에는 영 적응이 되지 않았다. 자리를 찾아 들어가기 위해선 미리 앉아 있던 같은 열 관객들이 짐을 들고 일어나야만 했고, 착석하고 나서도 가방을 둘 곳이 없어 무릎에 올려놓고 봐야 하는 상황이 불편함을 야기했다. 재방문 하고픈 공연장은 아니야......
그래도, 그곳엔 해적들이 있었다. 그래서 잠시나마 모든 걸 잊고 해적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것이 가능했다. 마치 '항해일지' 속 가사처럼 말이다. "가슴이 이렇게 뛰는데 꿈을 꾸지 않을 수 없잖아."
루이스로부터 비롯돼 루이스의 글로 다시 태어나게 될 해적의 모험담을 그런 의미에서 기대해 본다.
이날 공연 속 찰랑 페어의 연기와 노래는 완전 퍼펙트! 올 클린! 공연이 끝나고 무대에 조명이 밝게 빛나자 복장을 제대로 잘 갖춰 입고 나온 랑연 잭과 빅토리아의 인사까지 잊지 않던 찬민 루이스의 커튼콜 인사도 좋았다.
모자를 벗어 인사를 할 때 묶은 헤어스타일의 랑연 잭과 옆머리를 핀으로 고정한 랑연 메리를 동시에 만나볼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더불어, 찬민 루이스의 아래로 묶은 포니테일 속에서 빨간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와 찬민 앤을 잠시나마 떠올리게 해준 점도 흡족했다. 반묶음 헤어스타일의 찬민 앤의 우아함도 잊지 못할 거다.
이날의 스페셜 커튼콜은 '낭만해적'이었다. 여섯 배우들 중에서 가장 낭만적인 랑연이라고 말하면서, 찬민 배우가 랑만해적이라고 설명을 덧붙이는 모습이 귀여웠다. 참고로, 둘은 동갑내기 페어이기도 했다.
"해적의 사랑은, 더러운 사랑~"이라는 가사가 은근하게 귀에 꽂히는 것이 매력적인 넘버인데 잭에게서 술 냄새가 나는지 한 손엔 졸리 로저를, 다른 한 손은 코를 막는 시늉을 하던 찬민 루이스의 깨알 디테일에 웃음이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더불어 '낭만해적'에선 빅토리아의 열창 또한 감상하는 것이 가능했기에, 이로 인한 아련함 또한 상기할 수 있어 마음 한 켠이 벅차 올랐다. 공연 보다 보면 정이 쌓이게 되는 우리의 빅토리아, 그리고 대왕 거북이의 존재감도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 믿는다. 대왕 거북이를 향한 잭의 우정도 마찬가지.
그 와중에 맞닥뜨리게 된 찬민 루이스와 빅토리아의 눈맞춤은 러블리했다.
여배우 2인극 자체가 흔한 편이 아니라서 뮤지컬 <해적>에서의 이색적인 시도는 눈길을 사로잡을만 했다. 그런 의미에서 실력 있는 여배우들을 새로이 발견하게 해줬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러한 노력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뮤지컬 <해적>의 전석매진, 그 힘은 배우들의 열연도 큰 역할을 한 것이 맞지만 공연이 전하는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통하였음을 의미하는 것과 같으니 좋은 창작뮤지컬이 많이 나와줬으면 하는 소망도 가져본다.
결론적으로 랑연 배우와 임찬민 배우, 둘의 해적 캐스팅은 신의 한수였음이 분명하다!
술고래답게 술통을 스콜 내내 손에서 놓지 않았던 잭과 커다란 하트 만들기 성공에 매우 기뻐하던 루이스의 마지막 인사는 두 손을 꼭 맞잡은 채로 마무리가 되었다.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던 찰랑 페어로 자셋자막의 길을 걷게 됐지만 아쉽지 않다. 오히려, 내 자리가 존재했음에 감사, 매우 감사! J열에서 봤는데 조금 멀긴 해도 무대 전체를 볼 수 있는 쾌적한 시야가 나쁘지 않아서 괜찮았다.
지금까지 본 불가사리 극 중에서 가장 취향에 들어맞았고 흥행에도 성공한 만큼, 재연도 빠르게 만나볼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해 본다. 그때는 공연장도 바꾸고, 무대 의상과 소품도 조금은 달라지겠지? 물론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그저 희망사항으로 끝나진 않을 거야......항해일지 대신 소망일지라도 써야 하는 거 아닐까 싶지만, 기대감을 놓지는 않을 테다.
사랑스러운 밤을 선물해줬던 찰랑 페어는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을 가져가기로 작정한 모양이었다. 퇴장하다 멈춰 선 찬민 루이스의 하트에 다시금 미소가 지어졌으니. 뒤이어 달려 온 랑연 잭도 하트를 선물하고 사라졌는데 이건 놓쳐서 말로 설명을 대신한다.
아직 공연 기간이 많이 남았으니 그때까지 힘내 주기를. 나의 로즈 아일랜드 속 반짝이던 로즈 사파이어들이여, 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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