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 개구쟁이 헬퍼봇들, 안녕! (김재범, 박지연, 성종완 페어막)
개구쟁이 헬퍼봇들이 설렘과 감동을 동시에 전해줬던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었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사랑을 하며 살아가므로, 로봇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인간을 돕는 일을 끝마친 채 여생을 홀로 살아가던 이들이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맞닥뜨리게 된 사랑의 모든 순간들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감정을 통해 또다른 성장을 도왔다.
낡은 헬퍼봇인 올리버와 클레어를 통해 남녀 간의 사랑은 물론이고 제임스와 올리버의 관계를 보여줌으로써 주인과 헬퍼봇, 인간과 로봇을 뛰어넘는 친구 사이의 사랑을 다루며 따뜻함을 자아냈다.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사랑의 다양성 또한 만나볼 수 있는 작품으로 의미를 전했다.
[CAST]
올리버 : 김재범
클레어 : 박지연
제임스 : 성종완
이날의 캐스트는 재범 올리버, 지연 클레어, 종완 제임스였다. 재범 올리버가 조기 하차하는 관계로 그가 출연하는 날의 캐스팅 스케줄은 전부 나온 셈인데, 지연 클레어와 만나는 날이 딱 두 번 뿐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허겁지겁 예매해서 다녀오게 됐다. 둘의 첫공은 가지 못한 관계로 페어막인 두 번째 공연만을 관람하게 됐는데, 기대 이상의 케미로 즐거움을 선사해서 남은 회차가 없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초연과 앵콜에 이어 재연에 합류한 재범 올리버는 능숙한 열연과 더불어 그때와는 또다른 디테일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충전을 완료한 후에 "정상!"을 외치던 모습과 버전이 다른 헬퍼봇인 클레어를 나름대로 돕고자 볼에 검지를 댄 깜찍한 포즈를 완성시킨 후 다른 방의 문을 두드려주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잠시 후 상태를 확인하러 왔을 때 클레어의 오른팔이 볼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아래쪽으로 내려온 상태였는데, 그걸 본 재범 올리버가 깨달음의 시간을 갖는 것이 굉장히 웃겼다. 팔의 위치 변화로 인해서 삿대질한 셈이 되어버려 도와주지 않은 거라고 확신하던 올리버는, 그야말로 올리버다웠다.
클레어가 불러주는 '끝까지 끝은 아니야'는 유쾌한 멜로디 속에 마음을 흔드는 가사가 담겨 있어 들을 때마다 울컥하게 되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특히 지연 클레어의 풍부한 성량을 확인하는 내내 넘버에 더 깊이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로부터 배운 것'에서 폭발하던 감정과 제임스와 올리버가 친구임을 확인하면서 자신이 틀렸음에 기뻐하던 표정이 최고였다. 감격의 눈물과 미소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반딧불 보러 갔을 때 앞장 선 올리버를 향해 "내가 먼저야!"를 외치며 성큼성큼 발걸음을 내딛던 지연 클레어도 귀여웠다. '사랑이란'에서 서로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할 때 재범 올리버의 보조개를 향해 손을 뻗던 지연 클레어 역시 사랑스러웠다.
'충전기 왈츠'에서 피아노 연주에 실수가 있었던 점과 캐리어에 설치된 헤드라이트 불빛이 일찍 들어와 꽤 오래도록 켜져 있던 점은 아쉬웠지만, 그것을 제외한다면 꽤나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올리버와 클레어, 둘 다 많이 낡은 채로 다시 만난 게 눈에 확 들어와서 그게 또 마음이 아프면서도 인간이나 로봇이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고장이 나는 건 별반 다름이 없어서 공감이 되기도 했다. 팔을 제대로 들어올리지 못하는 클레어와 충전 후 작동을 체크하다 팔의 이상을 감지한 올리버의 모습이 특히 그랬다.
이날은 올리버 뿐만 아니라 클레어도 기억을 안 지운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어서 괜히 더 벅찬 마음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관객이 생각하는 대로의 열린 결말을 표방하지만, 클레어가 살짝 미소 짓는 것이 보였으니까.
재범 올리버와 지연 클레어는 개구쟁이 헬퍼봇 끝판왕에 가까운 페어였다. 클레어의 장난에 장난으로 응수하고 잘 받아주는 올리버였어서 더 많이 웃을 수 있었다. 더 많이 울기도 했고.
커튼콜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이 예쁘면서도, 부은 눈과 빨간 코가 안타까움을 자아내서 찍은 사진을 보면서도 괜히 더 마음이 아렸다.
LP판의 음악을 더 가까이서 듣고팠던 지연 클레어의 이야기는 요렇게 3컷으로 설명이 가능했다. 다시 봐도 참 귀엽고 그러네 :D
이날, 지연 클레어 보느라 종완 제임스와 재범 올리버의 오붓한 시간을 조금 늦게 확인했는데 이러고 있었다. 투닥투닥 귀여운 친구 케미가 여전히 돋보이는 둘이었다.
그리고, 숙박업소 직원이 "아니, 이 사람이!"라는 말을 꺼냈을 때 그걸 듣고 사람이랬다며 좋아하던 올리버와 "가자, 사람 선영~"이라며 대꾸하던 클레어의 센스 또한 돋보였다. 재밌는 디테일이 여기에 또 있었네!
피아노 연주 후엔 제임스가 "고마워, 올리버."라는 말을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던 걸로 기억한다. 종완 제임스만의 디테일인데, 이것만으로도 그가 올리버에게 주인 이상의 특별함을 나누어줬음을 알 수 있어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진은 클레어, 제임스, 올리버의 단체샷! 은근히 옹기종이 모인 셋의 모습 또한 눈에 쏙 들어왔던 찰나였다.
다시 만난 올리버와 클레어는 신나게 댄스 타임을 즐겼다. 의자에 앉아서 두 다리를 동동 거리며 두 팔로 춤을 추던 클레어와 엘피판과 함께 댄스 삼매경에 빠진 올리버의 한때가 즐거워 보여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언제 어디서든 클레어를 웃게 만들어주는 올리버였다. 그런데 사실, 클레어도 웃기기에는 남다른 재능을 지니고 있었으므로 둘이 같이 있으면 정말로 심심할 일이 없겠다 싶었다.
화분과 반딧불 병을 쥐고, 손을 꼭 맞잡고 서로를 바라보다 어깨에 기대어 멀어져가는 둘의 모습이 눈시울이 붉어졌던 순간이었다.
페어막이라서 그런지 아련함까지 더해져서 마음에 몽글몽글함이 가득 채워졌던 장면이기도 했다.
개구쟁이 헬퍼봇들과 세상 따뜻한 주인이 들려준 사랑 이야기가 제목과 같은 어쩌면 해피엔딩이란 결말과 함께 마음을 따스히 녹여주었던 하루였다. 어햎은 역시 어햎인 것을!
세 배우 전부 다 좋았고, 관객들 역시 같은 감정이었는지 기립이 꽤 많이 눈에 들어와서 이 점도 뿌듯함을 안겨주었던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었다. 밝은 표정으로 무대 앞에 섰던 배우들의 얼굴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 하다.
재범 올리버랑 지연 클레어랑 몇번 더 같이 했더라면 제대로 된 완벽한 꿀케미를 자랑했을 것 같은데 조금 시원섭섭하다. 그치만 페어막이라도 볼 수 있었던 게 어디냐며!
늦지 않게 예매에 성공한 과거의 나를 칭찬한다. 그만큼 좋았으니까 된 거지, 뭐.
이날 페어막이라고 커튼콜 마지막에 둘이 손 흔들며 작별인사를 나누는데 눈물로 보내지 않고 환한 미소로 화답하는 것이 예뻤다.
좋은 공연 볼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올리버, 클레어, 제임스.
이제는 개구쟁이 헬퍼봇들과 진짜로 헤어져야 할 시간, 마지막은 신나게 웃는 지연 클레어의 사진과 함께 한다. 합이 딱딱 잘 맞았던 세 사람의 공연을 기억하며, 다음에 만날 어햎도 기대해 본다.
그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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