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 생각보다 아름답고, 생각만큼 사랑스러운 공연
생각보다 아름다운 이야기 속에 생각만큼 사랑스러운 헬퍼봇들이 존재해 따뜻함을 전해주는 공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만의 온도가 몸과 마음을 데워주었던 시간은 역시나 행복 그 자체였다. 그리하여, 날씨가 점점 더 추워지는 겨울의 냉기를 스르르 녹여주는 작품만의 여운이 돋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CAST]
올리버 : 신주협
클레어 : 박지연
제임스 : 성종완
이날 캐스트 중에선 주협 올리버만 처음 보는 거였는데, 레몬이라는 별명을 지닌 배우답게 상큼한 매력을 보유한 것이 장점이었다. 어린 나이대의 신인 뮤지컬 배우가 뿜어내는 풋풋함이 캐릭터와도 잘 어울려서 보는 내내 미소를 머금게 했다.
낮게 깔리는 저음의 목소리 톤이 꽤 괜찮았는데, 고음이나 가성을 소화할 때는 살짝 불안한 감이 없지 않았으므로 이 부분만 보완된다면 좋겠다 싶었다. 몸놀림의 유연함과 귀를 사로잡는 영어 발음도 마음에 들었으니.
지연 클레어는 예전에 관람했을 때보다 연기와 넘버의 완급 조절이 한층 더 완벽해짐으로써 시선을 집중시켰다. 극 초반부터 오른손과 오른발이 말썽을 부리는 디테일을 통해 복선을 선보임에 따라 눈물샘을 자극했던 것도 포인트 중의 하나였다.
'굿바이 마이룸'에서 "비밀로 해줘~"라는 가사를 들려줄 때 입가에 손가락을 대며 "쉿!"을 연상시키는 움직임도 인상적이었다. 반딧불병에 입을 맞추던 장면도 감동적이었고.
종완 제임스는 여전했다. 그중에서도 모텔 직원으로 일하다 올리버에게 편지를 받자 입을 틀어막는 모습을 보면서, 그의 마음 속에 변화가 생길 것임을 감지할 수 있어 훈훈했다.
주협 올리버와 지연 클레어의 합도 좋았다. 둘 다 개구진 헬퍼봇임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마주보고 웃을 때와 똑같은 행동을 보여주는 모습이 굉장히 예뻤다.
어햎을 통해 계속되는 뉴캐스트와의 만남도 기대 이상인지라 공연을 보러 갈 때마다 설레는 것도 사실이다.
제임스와 함께 하는 티타임에서도 개성 넘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던 주협 올리버였다. 매번 주인을 위해 차를 따라줬을 테니, 한 번쯤은 상황이 달라져도 나쁠 것이 없었다.
본인이 딱 마시고 싶은 양 만큼을 부탁하던 절도있는 손동작도 재밌었고, 맛있게 차를 즐기던 표정도 인상적이었다. 의자에 다소곳하게 앉아 올리버를 지켜보던 종완 제임스의 모습도 흥미진진했다.
제임스는 올리버가 떠나고 나서야 혼자만의 티타임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그렇게 새초롬한 표정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던 제임스가 기억에 콕 박혔다.
종완 제임스는 따뜻함이 철철 넘치던 주인이었을 거라는 확신을 갖게 만든 인물이었다. 곁에 존재하는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인간이든 로봇이든 개의치 않고 마음을 나누었을 그 다정함이 짧은 순간마다 감동을 자아냈다.
클레어에게 담요를 덮어주고는 신난 올리버. 주협 올리버의 웃는 모습과 지연 클레어의 지친 얼굴이 대비되는 순간이 유쾌함을 자아냈다.
좋아하는 음악 얘기로 쉴새 없이 열을 올리는 올리버와 그걸 들어주다가 넋이 나간 클레어의 상반된 표정이 귀여웠다. 이 사진 보는데 새삼, 레몬 올리버의 상큼함이 절절하게 와닿는 건 기분 탓이 아닐거다. 본인만 해맑다는 것이 함정이긴 하지만ㅋ
화분과 반딧불병을 움켜쥔 채로 서로의 손을 맞잡던 올리버와 클레어에게서 사랑스러움이 담뿍 묻어났다. 화분과 반딧불병을 쳐다보고 있지만 마음 속 시선은 분명 상대방을 향하고 있을 거란 추측이 가능했던 찰나였다.
손 꼭 잡고 걸어가면서도 클레어에게로 향하는 올리버의 눈빛은 사랑이었다. 클레어 역시도 마찬가지. 이러한 이유로 요 사진이, 이날 찍은 커튼콜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한컷으로 남았다.
둘 다 러블리하다!
주협 올리버의 화분을 향한 우정과 지연 클레어의 개구짐은 퇴장 전까지 계속되었다. 무대에서 사라질 때까지 한시도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헬퍼봇들이 존재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을 아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드디어 무대 전체 사진을 담을 수 있었다. 라이브 밴드가 자리잡은 공간에 동그란 스크린을 설치해 헬퍼봇 아파트를 아기자기하게 구현한 점은 좋았으나 무대 뒷편의 스크린 규모가 작아져서 중앙 블럭을 예매한 게 아니면 그림자 놀이 장면이 펼쳐지는 동안 시야 방해가 일어나게 되는 건 단점으로 남았다.
더 넓은 공연장으로 옮겼음에도 시원스러운 맛이 덜한 무대가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그래도 어햎은 어햎이라서 다음을 기약하지 않을 수 없었다. 클레어의 노래를 기억하며. "끝까지 끝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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