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 카페 커피나커피너 :: 편안한 캠핑의자와 따뜻한 음료가 마음을 녹여준 공간
1월의 어느 겨울 날, 친구와 저녁을 먹은 뒤에 차 한 잔을 마시고자 합정 부근을 걸으며 매의 눈을 장착했다. SNS를 통해 잘 알려진 유명한 곳도 좋지만 이번엔 직접, 발품을 팔아 원하는 카페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을 거듭한 끝에 마음에 쏙 드는 공간을 발견했다.
이곳의 이름은 카페 커피나커피너. 밖에서 언뜻 바라봤음에도 괜찮음이 느껴져 성큼 한 걸음을 내딛어 입구의 문을 열었는데, 취향에 따라 원하는 테이블을 고름으로써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맞닥뜨리는 것이 가능해 흥미로웠다. 사진 속의 스피커에선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와 귀를 사로잡았다.
일단, 다른 곳에서도 익숙하게 확인할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로 평범하게 꾸며진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그냥 무난하게 여기 앉을까 했는데 조금은 더 특별해 보이는 장소가 곧바로 펼쳐져 마음을 바꾸었다.
그곳은 바로 여기다. 아담한 테이블 사이로 캠핑 의자가 나란히 놓여 있어 캠핑을 온 것 같은 단란함을 접하게 해주는 분위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여행을 떠나지 못한 상태에서 만나게 된 색다른 카페의 내부는 비밀 아지트 못지 않은 아늑함을 자랑하며 우리를 유혹했고,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아니, 다른 결정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여행에도 목이 마른 상황이지만, 캠핑의 경우에는 정말이지 한 번도 실행에 옮긴 경험이 전무해 대리만족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맛도 맛이지만 편안한 의자로 가득한 카페를 꿈꿨던 친구와 나의 꿈은 이 순간 이루어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첫 번째 사진에서 드러났던 빨간 캐비닛 위의 스피커, 그 옆으로 나란히 배치된 담요를 하나씩 가져와 덮었다. 난방이 잘 되는 관계로 춥지는 않았으나 무릎에 담요 하나 씩은 덮어줘야 캠핑 느낌이 제대로 날 것 같아 그렇게 했다.
포근한 담요의 보드라움 역시, 흡족함 그 자체였다.
밤이 깊어가고 있어 커피 대신에 뜨뜻한 드링크를 한 잔씩 선택해서 주문했다. 나의 선택은 상큼함, 친구는 달콤함을 맛보며 끝없는 수다를 이어나갔다. 늦게 만났기에 늦도록 이야기꽃을 피우며 주말을 만끽했다.
참고로 작은 접시가 쟁반 위에 담겨 나온 것은, 내 음료에 곁들여진 티백을 위한 것이었다.
친구가 주문한 고구마라떼는 정말 달콤했다. 고구마의 맛이 입을 달달하게 채워줘서 절로 손이 갔다. 처음 나왔을 때 미지근한 감이 없지 않아서 데워달라고 했더니, 곧바로 따스한 기운이 찻잔을 잡은 손과 라떼를 마시는 입으로 전해져 와서 행복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찻잔의 디자인이 예뻤다. 만화의 일부분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 즐거웠다.
내가 고른 것은 레드오렌지 레몬티다. 레드오렌지 티백에 수제 레몬티가 어우러져 상큼함이 2배로 입 안에 머물며 디저트 음료로의 역할을 다했다. 완전한 신 맛이 아니라서 더 좋았다.
레드오렌지 레몬티는 처음 보게 돼서 도전을 해봤는데 이 정도면 성공했다고 봐도 될 듯 하다. 새로운 맛을 향한 열정과 호기심은 때때로 배신감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이렇게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하므로 포기할 수가 없다.
카페 커피나커피너에선 BRISE의 티백을 사용한다. 차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나 카페의 안목과 나의 취향이 꽤나 잘 맞아 떨어짐을 깨닫게 해줘서 좋았다. 배부른 상태에서 마시기 좋은 핸드메이드 티였음이 분명했다.
맛있었으니까 이 티백도 머리 속에 같이 저장해 둬야겠다.
차를 다 마시고 나니 컵 아래쪽에 남은 레몬 조각이 보였다. 수제 레몬티를 판매 중이었기에, 여기에 레드오렌지 티백과 함께 함으로써 새콤상콤한 맛의 향연을 마주할 수 있었던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합정 카페 커피나커피너는 실내 자체가 이렇게 두 종류로 구분되었을 뿐만 아니라 테라스석도 마련되어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끌고 있었다. 지금은 추워서 안 되겠지만, 날이 좋아지면 사람들로 북적이는 장면이 연출될 것이라는 상상이 갔다.
편안한 캠핑의자와 따뜻한 음료가 마음을 녹여준 공간. 우연히 만나 여유를 누렸던 만큼, 더더욱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을 듯 하다. 겨울이 오니까 또 생각이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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