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 아무리 시즌제라고는 하지만 결말이 이래도 되는 건가? 연극 뮤지컬 배우 총출동 (스포 많음)

SBS 금토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가 12부로 종영했다. 시즌제 드라마임을 예고한 상태였던지라 다른 작품에 비하여 마지막회를 시청하고 난 뒤에도 아쉬움이 덜했던 건 맞다. 하지만 굳이 결말을 이렇게 마무리했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12회를 보는 내내 당황스러움이 밀려올 때가 없지 않았음을 밝힌다.  

 

참고로 이 작품은 재난, 범죄, 위급, 응급을 포함한 각종 사고의 순간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진 First Responder(최초 대응자)들을 그려낸 드라마였다. 그런 의미에서 각양각색의 에피소드 안에서 범인 잡는 경찰관과 화재 잡는 소방관의 공동대응 속 완벽한 팀플레이를 선보이는 이들의 고군분투가 눈부셨다. 

 

민지은 작가는 드라마 <검법남녀> 시즌1, 2에 이어 <소방서 옆 경찰서>에서도 스펙타클한 장르물의 묘미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특히 소옆경을 통하여 한층 더 쫀쫀하면서도 속도감 넘치는 전개를 선보이는 스토리를 만나보게 해줘 흥미로웠다. 반면, 주인공들의 옆집 서사를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은 <검법남녀>와 <소방서 옆 경찰서>의 공통점과 다름 없어 웃음을 자아냈다. 사건 해결과 더불어 러브 라인을 향한 떡밥을 깔아놓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 

 

 

그 와중에 대한민국 공연계에서 마주하는 일이 가능했던 연극 뮤지컬 배우가 총출동하며 시선을 사로잡아 이 점은 반가웠다. 윤석현, 정재은, 원우준, 노수산나, 전재홍, 정욱진, 이진희, 이석준, 지현준, 최희진이 회차별 에피소드의 주요 캐릭터로 등장해서 쉽사리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와 함께 백참 역 서현철, 독고순 역 우미화, 공명필 역 강기둥, 윤홍 역 손지윤이 비중 있는 조연으로 존재감을 확인하게 해줘 만족스러웠다. 빌런으로 나타난 마태화 역 이도엽, 응급의학과 전공의 한수진 역 이화정도 마찬가지였고, 응급의학과의사 차재희가 양손 프로젝트의 양종욱이었음을 깨닫게 돼 놀라웠다. 

 

이와 함께 주연으로 나선 태원경찰서의 진돗개 진호개 형사 역 김래원, 태원소방서 화재진압대원 불도저 봉도진 역 손호준, 태원소방서 구급대원 송사리 송설 역 공승연의 활약이 돋보였다. 다만, 앞으로 진호개와 송설의 러브라인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돼서 시즌2는 조금 걱정이 된다. 장르물에 럽라가 살짝 곁들여지는 건 좋아하는 편이지만, 럽라에 포커스가 좀 더 맞춰지면 슬플 것 같다. 

 

안 그래도 회차 말미에 봉도진이 송설을 위한 반지를 구입하며 프로포즈를 계획하는 급발진을 맞닥뜨리게 해줘서 걱정이 커졌다. 진호개를 향한 송설의 마음을 조금은 알아챈 것으로 보여졌는데 말이다. 게다가 연애도 안 한 상태에서 다짜고짜 반지부터 사면 어떡하나 싶었다. 소옆경에 출연하는 주연배우 셋 중에서 봉도진의 분량이 제일 적은데, 이런 에피소드로 캐릭터를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은 태원경찰서 과학수사팀 경장 봉안나(지우)의 법정 증인 출석을 막기 위하여 한국대 건물 전체를 폭발시키려는 범인과 이를 막으려는 소방관과 경찰관들의 대결을 마주하게 해준 5회에 담겨 있었다. 먹고 살기 위해선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일깨워준 안나의 탁월한 위기 대처 능력에 반했고, 실감나는 화재현장의 구현 및 과거의 사건으로 대원들을 잃은 경험이 있어 철수를 명령하던 태원소방서 현장지휘단장 소방경 독고순의 의중을 꿰뚫어 보는 일이 어렵지 않아 뜻깊었다. 봉도진과 봉안나가 남매임을 알려준 회차였던 점도 잊지 못할 것이다. 

 

 

이와 함께 진호개의 업무협조 요청에 있는 힘껏 임하던 송설 역 공승연의 열연도 눈에 쏙 들어왔다. 공승연이 출연하는 드라마는 처음 봤는데, 배우 특유의 조곤조곤한 말투가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높여줘서 보기 좋았다. 뿐만 아니라 수술방 간호사(PA) 출신 구급대원 소방사로 부상자들의 응급처치에 최선을 다하며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애쓰던 모습이 눈여겨 볼만 했다.

 

여기에 더해 소옆경에서도 가히 멀티 밤 PPL을 맞닥뜨리게 돼 고개를 끄덕이게 될 때가 있었다. 역시, 가히는 어디에나 있었던 것이다. 

 

덧붙여,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에선 진호개와 송설의 러브모드보단 오히려 진호개와 봉도진의 티격태격 케미가 보는 즐거움을 더해줘 기대가 됐다. 진호개 못지 않게 화재살인 및 화재와 관련된 사건에서 탐정 뺨치는 수사력을 드러내던 봉도진이었으므로, 진돗개와 불도저의 조합은 막강해 보였다.

 

이와 함께 파트너로 사건 수사에 임하던 진호개와 공명필의 찰떡 케미도 최고였다. 똥개 훈련을 해야 할 때도 없지 않았지만, 그렇게 정이 쌓여가는 동안 진호개의 곁에 있던 공명필의 능력도 한층 더 업그레이드됨을 깨달을 수 있어 마음에 들었다.

 

주연 배우 외에 조연 중에서 눈길을 잡아끌었던 주인공은 공명필 역 강기둥과 윤홍 역 손지윤이었다. 윤홍은 워커홀릭 법의관으로 부검을 포함하여 사건에 필요한 단서를 파헤치는 일에 몸을 사리지 않았으며, 쿨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이 도드라져 이에 따른 카리스마가 눈부셨다. 부검을 방해하는 사람이 나타나자 분노하며 소리치던 장면에서 느껴지던 박력도 탄성을 내뱉게 도왔음은 물론이다.

 

 

공명필은 백참, 진호개, 봉도진, 봉안나, 송설을 포함하여 곁에 있는 모든 사람과의 케미가 남달라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진형준에 이어 SBS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에서 패션 스타일을 중시해서 경찰화를 신지 않는 점도 재밌었다. SBS 연기대상 조연상 수상도 축하한다. 

 

강기둥과 손지윤, 두 배우는 여전히 대한민국 공연계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데 브라운관에서 그것도 같은 드라마로 만나볼 수 있어 기뻤다. 

 

한편, 윤홍은 봉도진이 실험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고 섹시하다는 말을 꺼냄으로써 묘한 러브라인 관계의 형성을 예감하게 할 때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봉도진과 윤홍이 행복하기를 바랐다. 개인적으로는 이쪽 럽라가 훨씬 더 흥미진진해 보였기 때문에. 

 

안 그래도 윤홍이 봉도진에게 화재조사관 자리를 제안한 일도 있고 하니,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듯 하다. 화재진압도 좋지만 화재조사에서도 역량을 발휘하던 봉도진의 능력을 윤홍이 제대로 파악한 것 같아 감명깊었다. 

 

소옆경은 예상을 벗어난 스케일 속 배우들의 연기와 스토리의 몰입감이 나쁘지 않았고, BGM의 활용도 훌륭했던 터라 여러모로 흡족함을 선사했다. 소방서에 놀러와 식사를 하려다 말고 상추를 보며 진호개를 그리워하던 공명필의 진심이 녹아든 CG도 유머 포인트로 제 역할을 다해서 웃음이 빵 터졌다.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결말은 별무늬 시그니처를 남기며 연쇄방화를 불러 일으킨 범인을 잡기 위한 공조수사에 매진하던 봉도진과 진호개가 화재 현장에 도착하여 건물 안에 진입하자마자 불길이 치솟으며 끝이 났다. 그로 인하여 다음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이 극대화되지 않을 수 없었다. 진호개가 연관된 김현서 실종사건이 7년 만에 무사히 해결되었으나 이번에는 봉도진의 어린 시절 안타까운 추억과 인연이 있는 누군가가 연쇄 방화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여져 어떤 방식으로 흘러갈지 궁금해졌다.

 

2023년 하반기인 7월 경에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시즌2를 SBS에서 만나보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던데,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마무리를 지어 버리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황당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뿐이었다. 시즌1을 깔끔하게 완료하고 시즌2로 넘어가도 됐을텐데 말이다. 이유가 있는 설정임은 잘 알겠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엔딩은 아니었음을 언급하고 넘어간다.

 

어쨌거나 당분간은 새해를 잘 보내며 소옆경 시즌2를 기다려 봐야 할 듯 하다. 다른 건 몰라도 작가의 꼼꼼한 정보 수집과 취재 능력 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드라마가 바로 <소방서 옆 경찰서>였으니까 새로운 시즌도 취향에 잘 맞을 것이라고 믿어 본다. 12부작 시즌제 드라마로 꽤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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