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다비전 :: 흑백 시트콤 속 잔혹한 운명을 짊어진 스칼렛 위치의 탄생 (스포 많음)

디즈니플러스를 통하여 공개된 마블 드라마 <완다비전>은 예상을 뛰어넘는 재미와 감동으로 만족스러움을 전해준 작품이었다. 총 9부작으로 구성된 스토리 전개 속에서 촘촘하게 짜여진 각본의 완성도를 경험하는 일이 가능하여 결말까지 전부 보고 난 뒤,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음은 물론이다. 

 

 

드라마 <완다비전>의 시작은 1950년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편의 흑백 시트콤을 보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다. 특히, 흑백화면 안에서 그 시대의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갖춘 완다와 비전이 웨스트뷰에서 결혼 생활을 하며 쌍둥이를 낳아 행복한 한때를 보내는 모습이 눈여겨 볼만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현실이 아니었으므로, 예기치 않은 균열이 서서히 드러나며 사건의 실체를 확인하게 해줘서 깜짝 놀랐다. 그로 인해 맞닥뜨리게 된 완다의 각성마저 스펙타클함을 자아내서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음을 밝힌다. 

 

한 마디로 결론을 먼저 짚고 넘어가자면, 그들이 살고 있는 웨스트뷰는 완다가 만들어 낸 허상에 불과했던 것이다. 가족 구성원을 제외한 마을 안에 존재하는 사람들은 모두 진짜였으나 완다로 말미암아 정해진 역할을 맡아 연기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완다는 바깥 세상의 조직인 소드와 웨스트뷰에 머무르던 마녀 아그네스로부터 비전과 쌍둥이 아들을 포함하여 자신이 창조한 세계 헥스를 지키려 고군분투 중이었다. 

 

 

과거에 막강한 빌런 타노스로 인하여 비전의 죽음을 마주하게 된 완다는 어린 시절에 가족들과 함께 재밌게 시청했던 시트콤을 재현한 무대에서 삶을 유지해 나가고 있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상함을 감지하게 된 이들로 인해 결국에는 지금껏 누렸던 삶을 포기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스칼렛 위치의 운명을 받아들이게 된다. 

 

드라마 초반에 흑백화면을 중심으로 다소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연출됨에 따라 시청자들 사이에서 <완다비전>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 밖에 없었는데, 이 부분이야말로 클라이막스를 위해 준비된 프롤로그라고 봐도 무방했다는 점에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게다가 몇회 지나지 않아 컬러 화면을 만나보는 일이 가능했으니, 너무 초조해하지 않아도 괜찮다. 

 

웨스트뷰에서의 평온한 나날은 사실,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시시각각으로 완다와 비전을 향해 몰려오는 위험천만한 상황들의 반복은 환상에서 깨어나 현실을 맞닥뜨려야 할 때가 되었음을 알려주는 경고와도 같았으니 말이다. 그 속에서 무사히 다정한 작별인사를 건네는 순간을 볼 수 있어 그나마 다행스러웠다.  

 

디즈니플러스가 선보인 마블 드라마 <완다비전>을 통하여 완다 역 엘리자베스 올슨과 비전 역 폴 베타니가 선사한 환상적인 케미가 돋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완다 막시모프로 인간이 지닌 희로애락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함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힘을 뿜어내며 스칼렛 위치의 탄생을 알린 엘리자베스 올슨의 명연기가 탄성을 내뱉게 도왔다. 

 

 

뿐만 아니라 <완다비전>을 시청함으로써 예전에 관람했던 어벤져스 시리즈의 내용이 새록새록 머리에 떠올라 이 점도 반가웠다. 이제부턴 예전과는 또다른 MCU 세계관의 확장에 적응해야 할 테지만, 그로 인해 상상을 초월하는 세계로 빠져들게 될 준비가 되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덧붙여 드라마 <완다비전>에서 유일하게 완다의 마음에 공감하며 힘을 보태주고자 노력했던 모니카 램보(티오나 패리스)와 완다의 친절한 이웃 아그네스를 가장하여 힘을 빼앗으려다 역지사지의 상황에 처하며 본인의 마법까지 잃게 된 마녀 아가사 하크니스(캐서린 한)의 존재감도 눈부셨다.

 

모니카 램보는 영화 <캡틴 마블>에서 마블의 동료로 등장했던 마리아 램보의 딸인데, 조만간 또다른 마블 작품에서 만나보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덧붙여 아가사 하크니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는 이미 제작 중이라고 하니, 이 또한 놓치지 말아야겠다. 

 

이외에 천재 물리학자로 등장한 달시 루이스(캣 데닝스)의 모습도 마음에 들었다.  

 

흑마법에 능한 마녀, 스칼렛 위치로 각성한 완다를 보여주며 또다른 이야기를 기약하게 만든 디즈니플러스의 마블 드라마 <완다비전>의 묘미가 깊은 여운을 남겼다. MCU 최초의 오리지널 드라마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자랑해서 보길 잘했다 싶었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의 스토리를 다뤘다는 점에서 마음 한 켠이 아려옴과 동시에 다시금 마블 시리즈에 몰입하기 위한 워밍업을 단단히 할 수 있어 흡족했다. 마지막으로 흑백 시트콤 속 잔혹한 운명을 짊어지게 된 스칼렛 위치의 탄생이 어떤 파장을 불러 일으킬지 모르니, 이 점도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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