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우리의 계절은] :: 잔잔한 분위기 속 아날로그적 감성이 돋보이는 옴니버스 단편 애니메이션

넷플릭스에서 시청한 애니메이션 [우리의 계절은]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루어진 작품임에 따라 잔잔한 분위기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세 가지 이야기를 차례대로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참고로 일본과 중국의 합작을 통하여 완성된 애니메이션인 관계로, 등장인물은 중국인이고 배경으로 마주하게 된 장소 또한 중국이었지만 보는 내내 일본 특유의 감성이 전해져 와서 이 점이 기억에 남았다. 뿐만 아니라 영어와 일본어로만 음성이 제공되는 점도 눈여겨 볼만 했다.  

 

 

아름다운 영상미 안에 소소한 삶의 순간들이 녹아든 세 편의 작품은 총 74분의 러닝타임을 보유한 것이 특징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시간 날 때 킬링타임용으로 즐기기에도 그만이었음을 밝힌다. 

 

스포일러가 포함된 리뷰

 

첫 번째 에피소드로 만나 본 '따뜻한 아침식사'는 베이징에서 홀로 도시생활을 해 나가는 샤오밍이 미펀이라는 음식과 관련된 추억을 회상하며 펼쳐지는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샤오밍은 어린 시절 동네에서 할머니와 아침식사로 즐겨 먹었던 산시엔 미펀을 정말 좋아했는데, 식당을 운영하던 부부가 멀리 떠나게 되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학생이 된 샤오밍은 등교 전 가까운 식당에 들러 미펀을 먹는 것이 정해진 루트와 다름없었다. 그 속에서 좋아하는 여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며 설레어 하던 순간은 첫사랑의 아련함을 전해주고도 남았다.  

 

어른이 된 지금, 샤오밍은 베이징에서 외로이 살아가며 식당에 방문할 때마다 미펀을 주문해보지만 과거 좋아했던 맛을 찾아내기란 역부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꾸준하게 미펀을 먹으며 지난 날을 떠올리게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맛있는 음식에 대한 추억은 누구에게나 강렬함을 안겨주는 것이므로 '따뜻한 아침식사'를 보는 내내 샤오밍의 마음이 이해가 가고도 남았다. 특히, 음식이 전부가 아닌 곁에 존재하던 소중한 사람들과의 한때가 향수를 불러 일으켰음을 알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몰입해서 시청하게 되었다. 

 

 

이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통하여 마주할 수 있었던 산시엔 미펀의 비주얼이 기깔나서 군침이 돌 때가 상당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맛깔나는 영상미의 매력이 [우리의 계절은]을 통하여 극대화돼서 미펀의 맛이 궁금해졌던 것도 사실이다. 미펀은 쌀국수의 일종이라고 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직접 먹어봐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두 번째 에피소드인 '작은 패션쇼'는 광저우에서 패션모델로 활동 중인 언니 이린과 디자이너의 꿈을 위하여 공부 중인 동생 루루와 지내며 선보이는 이야기가 관심을 집중시켰다. 나이를 먹을수록 모델로 계속 일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어 불안감을 안고 생활하는 이린의 모습이 공감대를 형성했던 반면, 이로 인하여 루루와 싸움을 하게 된 상황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자매는 어릴 때 떨어져 지내다 함께 살게 됐는데, 바쁜 이린을 물심양면으로 챙기며 목표에 도달하고자 멈추지 않고 달려나가던 루루의 다정함과 단단함이 이목을 잡아끌었다. 반면, 루루에 대한 책임감과 더불어 신인들이 거침없이 치고 올라오는 와중에 남자친구가 후배 모델과 희희낙락하는 모습을 목격한 이린이 갖은 스트레스와 압박에 못 이겨 쓰러지고야 만다.

 

그리하여 이린은 은퇴를 결심하지만, 루루가 언니를 위해 직접 만든 옷을 입고 런웨이를 걷도록 작은 패션쇼를 기획하여 용기를 북돋아 줌으로써 우애가 한층 깊어짐과 동시에 꿈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일에도 망설임이 없어진 자매의 의기투합이 흐뭇함을 전해주었다. 서로를 향한 진심이 아름답기 그지 없었던 것이다. 

 

 

힘들 때 곁을 내어주는 가족의 소중함이 와닿아서 감동을 선사했던 이야기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와 함께 이린과 루루의 어릴 적 모습까지 만나볼 수 있어 이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리고 지칠 땐 잠시 숨을 고르며 멈춰 쉬어도 괜찮다는 메시지 또한 일깨워줘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음은 물론이다. 

 

세 번째 에피소드인 '상하이의 사랑'은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 온 리모와 샤오유의 풋풋한 사랑을 토대로 스토리가 전개되었다. 어른이 되어 독립을 결정한 리모가 이사간 집에서 짐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카세트 테이프를 통하여 샤오유의 맘을 뒤늦게 깨달은 뒤, 뜻밖의 재회를 통하여 관계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순간이 입가에 미소를 짓게 도왔다. 

 

현재에서 과거로, 다시 현재로 이어지며 해피엔딩을 맞닥뜨리게 해줘서 다행스러웠다. 리모, 샤오유, 판, 세 친구의 우정 속에서 조금씩 드러나던 리모와 샤오유의 사랑은 엇갈림이 반복돼서 안쓰러웠는데 시간이 흘러 좋은 결실을 맺게 된 것 같아 다행스러웠다. 

 

두 친구가 카세트 테이프에 목소리를 녹음하여 주고 받으며 하고 싶은 말을 들려주는 것이 꽤나 낭만적이었다. 디지털 시대가 아닌 아날로그 시대의 감성이 오롯이 전해져 와 이 점 역시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중국의 세 도시에서 어린 날의 추억, 가족애, 연인 간의 사랑을 주제로 탄생된 세 편의 옴니버스 단편 애니메이션은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보긴 힘들었지만 눈길이 절로 가게 만드는 영상미의 장점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어 이로 인한 장점이 부각되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뿐만 아니라 공항에서 시작돼 공항으로 마무리되며 세 가지 에피소드의 주인공 모두를 한 장면으로 만나볼 수 있었던 것도 깔끔한 마무리로 제격이었다.

 

넷플릭스를 통해 잔잔한 분위기 속 아날로그적 감성이 돋보이는 옴니버스 단편 애니메이션 [우리의 계절은]을 볼 수 있어 뜻깊었다. 이야기 전체에 깔려 있던 특유의 무드가 장점으로 보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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