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킹 리차드 :: 전설의 테니스 선수 윌리엄스 자매를 탄생시킨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실화

영화 <킹 리차드>는 전설의 테니스 선수로 일컬어지는 비너스 윌리엄스와 세레나 윌리엄스를 탄생시킨 그들의 아버지, 리차드 윌리엄스를 주인공으로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두 딸이 태어나기 전부터 테니스 챔피언을 육성하겠다는 일념 하에 78페이지로 이루어진 계획서를 완성하여 실행에 옮기는 동안 마주하는 일이 가능했던 남다른 교육법이 인상깊게 다가왔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리차드와 어머니인 브랜디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에게 직접 테니스를 가르침과 동시에 번갈아 직장으로 출퇴근하며 가난하지만 분주한 일상을 살아나갔다. 특히, 비너스와 세레나를 포함하여 다섯 아이들의 부모였다는 점에서 자녀들 모두에게 소홀히 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눈여겨 볼만 했다. 

 

리차드는 비너스와 세레나에게 테니스 연습은 물론이고 학교 생활에도 충실할 것을 다짐받으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거침없이 행동에 옮겨 나갔는데, 그로 인하여 맞닥뜨리게 된 이야기들이 실로 놀라웠다. 예상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코치를 섭외함은 물론이고 뜻밖의 제안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면모가 남달라 보였던 거다. 

 

그 속에서 리차드가 어린 시절부터 겪어 온 빈부격차와 인종차별 등의 문제를 아이들이 경험하지 않도록 만들고자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기억에 남았다. 덕분에 백인 스포츠로 각광받았던 테니스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어마어마한 사건의 시작점을 접할 수 있어 이 점은 짜릿함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다만, 리차드의 교육법이 전부 다 옳았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비너스와 세레나가 테니스에 재능을 보이기까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고된 시간을 보내야 했을 거라는 예상이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버지로 인하여 인도 최초 여자 레슬링 선수가 된 인물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당갈>이 머리 속에 떠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아내의 노고와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하지 않은 채로 본인의 의견만을 밀어부치는 리차드의 독단적인 모습이 눈에 왔을 때 고개를 내젓지 않을 수 없었다. 반면, 그 시간 속에서 변화를 시도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하는 찰나를 만나볼 수 있어 다행스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잠재력을 믿고 포기하지 않았던 아버지의 듬직함이 돋보였다. 위대한 스포츠 선수 뒤에는 이를 위하여 물심양면으로 희생한 부모의 노력이 자리잡고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해줘서 이 점도 감동을 자아냈다. 이와 함께 영화에 몰입하게 해준 리차드 윌리엄스 역의 윌 스미스, 브랜디 윌리엄스 역의 언자누 엘리스, 비너스 윌리엄스 역의 사니야 시드니, 세레나 윌리엄스 역의 데미 싱글턴의 호연이 눈분셨다. 

 

리차드의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가며 기상천외한 계약을 맺게 되는 릭 코치 역의 존 번탈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릭은 그저 말 뿐인 속임수에 당한 것이 아니었고, 리차드 역시도 진심을 털어놓은 거였으므로 둘의 의기투합이 훌륭한 테니스 선수 자매를 일구어 내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참고로 영화 <킹 리차드>는 스포츠 선수의 실화를 토대로 제작된 건 맞지만, 선수가 아닌 선수의 아버지가 선보이는 활약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 이 점을 기억하며 작품을 만나보기를 바란다. 덧붙여 리차드, 비너스, 세레나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을 지켜보는 재미와 더불어 브랜디의 조력과 다른 세 딸들이 훌륭하게 커 가는 순간도 잠깐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어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비너스에게만 스포라이트가 비춰질 때도 세레나를 격려하며 마음을 다잡게 돕던 리차드의 열정 역시도 잊지 못할 것이다. 비너스와 세계 1위 선수인 비카리오와의 테니스 대결은, 결과보다 그 뒤에 펼쳐진 눈 앞의 광경이 입가에 미소를 짓게 도와서 이 점도 감명깊었다. 비욘세가 부른 영화 <킹 리차드> OST 수록곡으로 들려오던 노래 'Be Alive'도 최고였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는 실존인물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나타나며 관심을 집중시켰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만약 테니스 선수라면 누구처럼 되고 싶냐는 말에 다른 사람이 나처럼 되길 원한다던 한 마디마저 감탄을 터뜨리게 도왔다. 

 

철저한 계획형 인간의 좋은 예로 자리매김한 리차드 윌리엄스와 아버지로 인해 테니스의 역사를 새로 쓴 비너스 윌리엄스와 세레나 윌리엄스의 얘기가 따뜻함과 스펙타클함을 동시에 전해줘서 재밌게 잘 봤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는 말의 진가를 입증시킨 영화가 <킹 리차드>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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