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절한 금자씨 :: 복수와 속죄, 영혼의 구원을 향한 움직임

영화 <친절한 금자씨>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시리즈 마지막 작품으로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에 이어 개봉이 이루어진 것이 특징이다. 2005년에 개봉했으나 2022년인 지금 봐도 여전히 놀라운 퀄리티를 자랑했다는 점에서 보는 내내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이금자는 스무 살의 나이에 소년을 유괴하여 살해한 범인으로 감옥에 간다. 이목을 잡아끄는 아름다운 미모를 보유한 관계로 검거될 때부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유명세를 치른 금자는, 그 누구보다도 모범적이고 성실한 수감생활을 하며 13년 동안 교도소에서 복역함으로써 '친절한 금자씨'로 불리게 된다. 

 

그러다 드디어 출소의 기쁨을 만끽하게 된 순간, 금자는 여태껏 치밀하게 계획해 온 복수를 실행하기 위하여 움직이기 시작한다. 금자의 목표는 자신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 백선생으로, 교도소에서 베풀었던 친절에 보답하려는 동료들의 협력에 힘입어 서늘한 복수극을 행동에 옮긴다. (*다음 내용부터는 결말이 포함된 다량의 스포주의*)

 

교도소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금자의 선견지명은 실로 대단했다. 수감자들이 곤경에 빠졌을 때 해결사로 나서며 위기에서 구해준 나날들이 모두 복수를 위한 출발점이었다는 걸 알게 되니 더더욱. 이로 인하여 교도소에서 또다른 범죄를 저질러야 했지만, 금자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고등학생 시절에 임신을 하게 된 금자는 백선생과 함께 살게 됐는데, 이것이 뜻밖의 비극을 초래하고야 말았다. 금자를 유괴에 끌어들인 것도 모자라 아이를 담보로 누명을 씌워 자신이 한 짓에 대한 죄값을 대신 치르게 했으니까. 하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더 참혹한 찰나를 맞닥뜨리게 됐으니, 이거야말로 인과응보가 아닐까 싶었다. 

 

금자는 호주로 입양간 딸 제니를 찾아내 한국으로 데리고 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복수를 향한 칼날을 세우는 걸 잊지 않았다. 그러다 백선생으로 인하여 희생된 아이들의 유족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잔혹한 행위가 담긴 영상물을 보여준 뒤, 범인을 어떻게 단죄할 것인지를 묻는다. 경찰의 힘을 빌릴 것인지, 그들끼리 백선생에게 핏빛 죽음을 선사할 것인지. 

 

유족들은 이야기 끝에 백선생에게 잔혹한 최후를 선물하기로 결심한다. 그리하여 금자의 사건 담당형사였던 최반장의 도움을 빌어 할 일을 끝마친 뒤, 아이의 목숨을 빌미로 백선생이 뜯어갔던 돈을 전달받기로 약속하며 뿔뿔이 흩어진다.  

 

금자는 딸아이에게 용서를 빌었고, 관찰자의 시점과 같았던 내레이션의 주인공이 제니임을 일깨우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그 속에서 새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날, 하얗디 하얀 두부 케이크를 손에 쥔 금자의 모습이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영화를 보기 전, <친절한 금자씨>의 명대사로 익숙한 "너나 잘하세요."가 어떤 장면에서 펼쳐질지 궁금했는데 극 초반에 등장해서 깜짝 놀랐다. 그치만 정말로 필요한 때에 터져 나온 한 마디라 금자의 심정이 이해가 가고도 남았다고 한다. 이와 함께 붉은 눈화장을 하는 이유로 "친절해 보일까봐."라는 말을 내뱉었지만, 금자의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았기에 이 점도 눈여겨 볼만 했다.

 

금자가 혼자만의 복수가 아닌, 유가족을 위한 자리를 마련한 점도 친절함을 뛰어넘은 배려의 일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니로 말미암아 아이를 잃은 사람들의 마음을 한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을 거라는 추측 또한 가능했다. 

 

배우 이영애의 완벽한 변신이 작품의 음울한 분위기와 완벽하게 어우러져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박찬욱 감독 특유의 맛깔나는 연출이 돋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복수를 통하여 속죄를 넘어선 영혼의 구원을 향한 움직임을 선보인 금자의 모습이 마냥 행복해 보이지 않는 점도 인상깊게 다가왔다.

 

아직은 구원을 받지 못한 상태와 다를 바 없었지만, 제니의 용서를 기점으로 시간이 흘러가면서 금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물론, 과거에 저지른 일들은 마음 한 켠에 짊어지고 가야 할 짐으로 남게 될 것임이 당연해 보였다. 덕분에 미소를 지으며 웃으려 할수록 찌푸려지는 얼굴을 타고 흐르던 눈물 속 금자의 표정도 잊지 못할 명장면으로 기억되기에 충분했다. 

 

작품 속에서 이영애, 최민식, 제니 역 권예영 외에도 라미란, 송강호, 신하균, 유지태 등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던 점도 반가웠다. 

 

여기에 더해 영화 <친절한 금자씨>는 포스터마저 황홀하기 그지 없었다. 아무래도 19금 영화라 잔인한 장면이 없지 않지만 개성 넘치는 독특한 스릴러 복수극의 묘미가 남다른 작품이라 한 번쯤 보기에 괜찮았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박찬욱 감독 영화의 매력을 지금에서야 찾아보며 새삼 감탄하는 중이라고나 할까?

 

금자가 감방에서 복역 중일 때 얼굴에 후광이 비치던 장면이 존재했는데, 나에게 있어 영화 <친절한 금자씨>는 그 순간을 영원으로 만들어준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여러모로 뜻깊은 한때를 경험하게 해줘서 가끔씩 생각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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