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우치 :: 신묘한 도술로 가득한 우당탕탕 액션 판타지 활극 줄거리 감상평

영화 <전우치>는 우리에게 고전소설로 익숙한 전우치전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탄생됨에 따라 한국형 히어로 무비의 서막을 연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하여 보는 내내 신묘한 도술로 가득한 우당탕탕 액션 판타지 활극의 묘미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것이 장점이었다.

 

 

옛날 옛적에 강력한 법력을 지닌 대신선 표훈대덕이 악랄하기 이를 데 없는 12지 요괴들을 동굴에 봉인한 신선들의 부탁을 받고 3,000일 동안 마법의 피리 만파식적을 사용하여 그들의 마성을 잠재우려 애썼다. 그러나 말단 신선 3인조의 실수로 말미암아 하루를 미처 채우지 못함에 따라 요괴들이 날뛰게 됨으로써 피리와 표훈대덕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르고야 말았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때는 조선시대, 만파식적이 요괴의 손에 넘어갔음을 확인한 3인조 신선은 당대 최고의 도사로 일컬어지는 천관대사와 화담의 도움으로 피리를 되찾은 뒤 둘로 나눠 이들에게 맡긴다. 그러나 천관대사가 살해당함과 동시에 피리 반쪽이 사라지는 사태가 발생하며 또다시 위기에 처하고야 만다. 한편, 천관대사의 제자이자 망나니 도사로 유명한 전우치는 과부 인경을 보쌈하는 과정에서 요괴와 대결을 펼치다 스승을 죽인 범인으로 몰려 자신의 개 초랭이와 그림족자에 봉인되며 500년의 시간이 흐른다. 

 

그리하여 2009년 서울을 배경으로 과거에 봉인된 요괴들이 어지럽히는 세상을 지키기 위한 전우치의 활약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기에 이르렀다. 신부, 중, 점쟁이로 은둔생활을 누리던 신선들로부터 요괴를 잡으면 봉인을 풀어주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인 전우치와 초랭이의 고군분투가 계속되었다. 이와 함께 과거 첫눈에 반한 여인과 똑같은 얼굴을 한 인경이 배우 매니저로 일하는 걸 발견한 전우치는 사랑에 빠지는 일도 잊지 않았다. 

 

말썽꾸러기 악동 도사 전우치로 모습을 드러낸 강동원의 첫 등장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뽐내기에 충분했다. 둔갑술을 시전함으로써 옥황상제의 아들로 나타난 전우치가 왕을 속이며 소동을 벌이는 과정이 영화 <전우치>의 백미이자 최고의 명장면이라고 봐도 부족함이 없었다. 

 

 

왕가의 보물 중에서 최고의 도사가 되는데 꼭 필요한 도구로 알려진 청동거울을 발견하자마자 정체를 밝힌 뒤, 궁을 뒤집으며 흥겨움을 선사하던 순간의 묘미가 기대 이상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가락을 BGM으로 재생시킴과 동시에 도사가 무엇인지를 직접 눈으로 맞닥뜨리게 해준 한때가 감탄을 자아내고도 남았던 것이다. 그중에서도 바람을 다스리는 도사의 능력을 발휘했을 때의 포스가 대단했다. 이때 활용된 영화 <전우치> OST '궁중악사'의 중독성도 상당했음을 밝힌다.

 

마치, 전우치로 분한 강동원의 뮤직비디오 한 편을 보는 것과 다름 없는 기분을 느끼는 일이 가능했다. 

 

만파식적으로 인하여 자신의 진짜 정체를 맞닥뜨리게 된 화담(김윤석)과 전우치의 대결도 기억에 남았는데, 청계천이 영화 <전우치> 촬영지 중의 한 곳으로 포착돼서 반가웠다. 특히 화담은 본인이 요괴인 줄 모르고 살았던 요괴라는 사실을 작품 초반에 깨닫게 해줘서 이 부분도 흥미롭기 그지 없었다. 사람이 되고픈 마음에 우정과 배신을 오가던 초랭이(유해진)의 열연도 인상깊었음은 물론이다.  

 

뿐만 아니라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던 인경에 대한 궁금증도 클라이막스를 통해 제대로 알게 돼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과거로부터 전해져 내려 온 이야기의 힘이 현재에 맞닿아 비밀을 푸는 열쇠로 작용하는 점도 탁월함을 선사했음을 밝힌다. 

 

무엇보다도 영화 <전우치>에서 가장 감명깊게 다가왔던 건, 도술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액션 판타지 활극의 매력이었다. 이로 인해 풍성한 볼거리를 접하게 도와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한국 고전소설 속 영웅 캐릭터를 토대로 제작된 유쾌함과 발랄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점도 탁월함을 더했다.

 

 

시대에 걸맞는 이야기의 재탄생이 만족스러움을 안겨주었던 작품으로, 가볍게 보기 딱 좋았다. 갓과 한복을 차려입은 강동원의 스타일리시함도 마음에 쏙 들었다. 

 

스토리가 전개될수록 초호화 캐스팅이었음을 일깨워준 작품이기도 하므로, 한 번쯤은 킬링타임용으로 만나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단, 강동원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봐야 하는 영화가 <전우치>임을 인정하고 넘어간다.

 

세련된 연출을 통하여 감각적인 디테일을 잘 살린 영화이기도 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를 뛰어넘는 한국형 히어로가 나오는 작품을 새롭게 만나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