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나무젓가락 편지지 ::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일석이조 추억의 아이템

학창시절에 친구들과 주고 받은 손편지를 정리하며 추억에 빠져들게 된 어느 날이었다. 상자 속에서 여러 장의 편지 뭉치와 함께 그동안 수집해 둔 각양각색의 편지지들까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관계로, 잠시 잊고 살았던 과거의 아련한 기억 소환과 더불어 새로운 고대 유물과의 조우가 동시에 펼쳐져 매우 반가웠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한때 열심히 모은 편지지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상품이 존재해 이야기 보려고 한다. 편지지를 구입한 이후로 10년 이상을 훌쩍 뛰어넘은 지금, 오랜만에 다시 봐도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두드러져 이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기록으로 남긴다. 



사진 속 제품은 일명, 젓가락 편지지다. 일단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해 오던, 편지지를 넣는 편지 봉투와는 전혀 다른 생김새를 보유한 것이 특징이었다. 대신에 다른 익숙한 물건의 겉모양을 많이 닮아 있어 처음 보자마자 눈이 절로 갔다. 그것의 정체가 뭐였냐면, 바로바로 젓가락 포장지였다!



가로 폭이 좁고 세로 폭이 넓은, 그리하여 길다란 젓가락 한 쌍을 넣고 밀봉하면 안성맞춤으로 보여지는 비주얼이 시선을 사로잡아 문방구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구입을 완료했던 기억이 난다. 편지 봉투 안에 편지가 있다는 사실을 얘기하지 않고 그냥 주면, 알록달록한 겉포장에 감싸인 젓가락을 받은 줄 알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생각도 틀린 건 아니다.    



코리아(KOREA) 반점이라는 상호명과 배달음식의 모토를 담아낸 전화번호(☎8282-오라해~)도 볼거리를 더했다. 뿐만 아니라 핫핑크 컬러의 화려한 색감도 한 번 더 눈길이 가게 도왔다.


이로 인해서 중국집 이름과 연락처만으로도 확인이 가능했던 디자이너의 센스에도 엄지를 척 치켜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아래쪽으로는 미소가 도드라지는 귀여운 얼굴의 캐릭터와 그릇 위로 면이 수북하게 담긴 메뉴 그림이 그려져 호기심을 더했다. 가게 이름에 따라 추측해 보자면, 아마도 이 음식은 짜장면일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캐릭터와 음식 그림 아래로는 한자와 한글로 '사랑 애'가 표기되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의 말들로 가득 채워진 편지를 써서 보내기에 적절한 소품이기도 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모시겠습니다'라는 한 문장이 편지지의 컨셉을 말해주기에 충분했고, '사랑의 나무젓가락'은 이 제품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단어의 결정체였으니 더 이상의 말은 필요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상대방에게 조금 더 특별한 편지를 보내고 싶을 때 활용하면 딱 좋은 아이템이었다고나 할까? 한눈에 반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뒷면에는 편지를 다 쓰고 난 뒤, 봉투를 밀봉할 때 유용한 스티커 4종까지 첨가된 것이 포착돼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메이드 인 코리아(Maid In Korea)라는 원산지 표시와 7자리 숫자로 나열된 제조사의 전화번호도 만나볼 수 있었다.


한 가지 더, 이 편지지를 만든 회사의 이름은 비닐포장에 부착된 스티커에 따르자면 k2로 추정되는 바다.    



비닐포장을 제거한 뒤 맞닥뜨린 사랑의 나무젓가락 편지지의 모습은 위와 같았다. 보면 볼수록 화사한 핑크빛 편지봉투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한편으로는, 이래서 내가 이걸 샀구나 싶어서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하게 되고야 마는 것이었다. 



편지봉투를 열면 이렇게, 나무젓가락 한 쌍과 편지지가 내용물에 포함된 상태로 쓰임을 기다리는 중이었단 걸 목격하게 된다. 딱 봐도 나무젓가락 사이즈의 봉투인 건 알겠는데, 그래도 설마 진짜로 젓가락이 들어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조금 놀랐다. 그리고 감탄했다. 



무늬만 젓가락 편지지가 아니라 실제로 젓가락이 들어있는 편지지의 사명을 다하고자 완성된 아이디어는 기발함 그 자체였다. 편지는 상대방을 향한 마음을 담아 쓰는 것이 기본이므로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가 기분이 좋아지는 매개체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데, 여기에 깜짝 선물까지 곁들여짐에 따라 일석이조의 시너지 효과 또한 발휘되니 최고가 아닐 수 없다.


편지는 편지대로 따로 담아두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 읽으면 좋고, 젓가락은 음식을 청결하게 섭취하기 위한 필수품인 만큼 다른 식기들과 같이 보관하다 요긴하게 사용하기 좋으니 금상첨화다. 




편지지는 젓가락보다 조금 더 길이가 길고 2장이 동봉되었기에, 하고 싶은 말을 적는데 부족함이 없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다만 앞서 이야기한대로 가로폭이 좁기 때문에, 이러한 특성에 맞춰 받는 사람이 읽기 좋게 써내려가기 위한 고민은 좀 해보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젓가락에 펜의 내용물이 묻지 않도록 잘 말려서 넣어주는 일도 중요하겠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전자기기의 발달로 인해 요즘은 손편지로 안부를 전하는 일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이러한 아날로그 감성이 그리워질 때가 없지 않다. 그런 날이 찾아오면, 따로 모아둔 상자의 뚜껑을 열고 원하는 모양의 편지지를 꺼내 손글씨를 꾹꾹 눌러 써보는 것도 좋겠다.


남다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일석이조 추억의 아이템, 사랑의 나무젓가락 편지지는 분홍색 외에 파랑색까지 총 두 종류를 구매한 걸로 밝혀져서 마지막 사진에는 두 개를 같이 담아봤다. 봉투의 색깔만 다르고 다른 부분은 전부 똑같다. 덧붙여 가격이 무려 200원으로 엄청 저렴했던 것도 충격을 자아냈던 제품이었다. 


섬세한 디자인의 멋과 유쾌한 재미를 선사하는 소품의 합체로 이루어진 독특한 젓가락 편지지 덕택에 미소 지을 수 있었던 하루였다. 이날의 보물찾기도 대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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