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 교다이야, 탱탱한 수타 우동면은 진리!
합정역에서 내려 찾아가기 어렵지 않았던 우동집, 교다이야. 원래도 일본 사누키 우동으로 유명한 곳이었다고 하는데, 미쉐린 가이드 2018에 선정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듯 했다. 나는 근처에 볼 일이 있는 김에 겸사겸사 점심을 먹기 위해 방문하게 되었다.
위치 찾는 것이 어렵지 않아서 좋았고, 눈에 띄자마자 연상되던 가게의 멋스러움이 외부로부터 느껴져 이로 인한 감흥 또한 생겨났던 곳이었다.
날씨가 추울 땐 뭐니뭐니 해도 따뜻한 국물과 면이 최고다. 특히, 우동은 두꺼운 면발이 지닌 고유의 식감과 맛이 입맛을 사로잡아 이때쯤이면 절로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이래놓고 여름엔 냉우동 타령을 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11시는 넘었으나 12시가 되기에는 시간이 좀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차례를 기다리며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전 11시부터 영업이 시작되는데 기다리지 않으려면 오픈하자마자 와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차례는 6번. 일단 메뉴판을 보고 주문부터 해놓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가장 기본이 되는 메뉴를 선택했다.
합정 교다이야는 수타 우동면의 명성이 자자한 곳인데,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면을 뽑고 있는 장인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모습이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왼쪽에는 주문받은 메뉴가 차례대로 늘어선 것이 장관이었고, 오른쪽으로는 우동면의 탄생을 확인할 수 있어 하염없이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가게 이름인 교다이야는 일본어로 형제를 의미한다고 한다. 실제로 친형제의 환상적인 호흡이 매력적인 우동전문점이라고. 테이블이 생각보다 많았음에도 계속해서 사람들로 가득차는 것이 신기하게 여겨졌다. 여러 명이 같이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르는 것은 물론, 혼밥을 위해 이곳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나 역시 마찬가지.
내가 주문한 것은 가께우동 정식이다. 사누키 전통 방식으로 멸치, 다시마, 사바부시, 가쓰오부시를 우려내고 연간장으로 맛을 낸 담백한 국물의 우동에 모듬튀김과 유부초밥, 샐러드에 후식까지 만나볼 수 있는 세트 메뉴다. 우동 한 그릇만 먹고 갈까 하다가 언제 다시 올게 될지 장담할 수 없어 온 김에 정식을 즐기기로 결심했다.
두 사람이 모두 정식 메뉴를 시키면 꽉 찰 것으로 예상되는 2인 테이블에 도착한 음식은 비주얼만으로도 감탄을 불러 일으켰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생각에 마음이 꽤나 들떴던 것도 사실이다.
일단 맨위쪽 음식들부터 소개해 보자면, 노오란 단무지와 튀김을 찍어먹는 간장과 후식이 순서대로 나열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맨 오른쪽은 그냥 물이 담긴 물컵으로 메뉴 나오기 전에 마시고 있던 것.
특별히 맛에 대해 이야기할 것은 없지만 굳이 하나 언급하자면, 홍초가 달지 않고 적당한 새콤함을 자아내 후식으로의 역할을 완벽하게 했다는 점. 그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 아삭함이 돋보였던 샐러드도 잘 어우러져서 입맛을 돋구었다. 특히, 소스와의 궁합이 좋았다.
튀김은 단호박과 새우, 깻잎을 맛보는 것이 가능했다. 바삭하게 잘 튀겨졌고 튀김옷의 색깔이 맑아서 만족스러웠으며, 이로 인한 장점이 입 안을 사로잡아 먹는 내내 즐거웠다. 그리고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튀김 자체의 플레이팅도 굉장히 신선했다.
옆에 곁들여진 유부초밥도 역시나 맛있었는데, 아무래도 밥이라서 그런지 확실히 든든한 감이 더해줘서 그 점 또한 마음에 들었다. 오랜만에 먹으니까 더 꿀맛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리고, 가장 기대했던 가께우동은 정말 최고였다. 특히, 탱탱한 수타 우동면은 진리! 지금까지 이런 우동을 맛보지 않고 있었다는 게 후회될 정도로 감동적인 맛을 선사했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면의 쫄깃함을 직접 먹는 순간, 보다 더 완벽해졌다.
국물은 굉장히 깔끔했다. 특별하다기보다는 메뉴판에 쓰여있는 대로 담백함이 인상적이었다. 수타 우동면의 탱글탱글함이 국물에까지 영향을 줌으로써 감칠맛을 전하는 것이 일품이었다. 한 마디로, 국물보다는 면의 강점에 점수를 듬뿍 줄 수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비교한다면 그런 건데 나는 가께우동 자체의 맛도 썩 괜찮게 느껴졌다. 국물까지 거의 다 남김없이 먹어치웠으니까.
사람들로 북적임에도 불구하고 혼자 와 식사를 즐기는 게 뻘쭘하지 않은 것 또한 강렬함을 전했다. 혼자든, 둘이든, 여럿이든, 신경쓰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그런 의미에서 점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날 합정 교다이야를 다녀오게 되면서 우동의 새로운 묘미에 눈을 뜨게 된 만큼, 앞으로는 면식기행에 있어서도 분발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자꾸 생각나게 하는 맛있음이라니, 이런 우동 맛은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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