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의 전시관, 기상천외한 판타지로 채워진 재기발랄 단편소설집

참으로 재기발랄한 책 한 권을 만났다. 설혜원이 써내려간 <허구의 전시관>은 기상천외한 판타지로 채워진 단편소설집의 매력이 남다른 작품이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특히, 7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야기의 장르가 각양각색이었던지라 한 편씩 읽는 동안 경험하는 일이 가능했던 특별한 즐거움이 마음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첫 번째로 만나볼 수 있었던 '미녀 병동의 콜라 도난 사건'은 코지 미스터리의 묘미가 반짝반짝 빛나는 단편이었다. 간호사 미주가 냉장고 속 콜라를 가져간 범인을 찾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스토리 전개가 흥미로움을 자아냈다. 한마음 한뜻으로 의기투합한 간호사 동료들을 중심으로 병실에 입원한 환자, 환자를 돕는 간병인을 포함한 인물들 사이에서 단서를 추적하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애쓰던 미주의 모습과 이로 인해 드러난 진상은 강렬한 여운을 선사하고도 남았다.

 

'빈한승빈전'은 소설 <허구의 전시관> 속 두 번째 얘기로 인생행정소에서 근무하는 견자의 시점에서 펼쳐지는 일들이 눈여겨 볼만 했다. 그리하여 인류의 모든 삶을 모닝터링하는 일이 가능해진 시대에서 행동에 따른 선악 레벨을 집계하여 대가를 치르게 만드는 곳의 위엄이 도드라졌다. 특히 과거 조선의 나무꾼으로 살았던 빈한과 451년을 뛰어넘은 현재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승빈은 동일인물로, 영상을 지켜보던 견자의 평가와 더불어 이에 따라 밝혀진 반전 및 결말이 인상깊게 다가왔다. 

 

뿐만 아니라 지인에게 소개 받은 디자이너가 도배를 맡기로 해 찾아오면서 벌어진 상황이 불쾌함을 불러 일으키며 집주인과 방문객을 역지사지의 상황으로 내몰았던 '초인종이 울렸다', 논문 작성을 하려 발을 디딘 가게에서 마주한 뜻밖의 사건이 흥미로움과 씁쓸함을 동시에 자아낸 '디저트 식당', 잉어와 사람의 존재 사이에서 고뇌하는 주인공으로 말미암아 장자의 호접몽이 불현듯 머리 속에 떠오른 '잉어와 잉여', 가구를 제작하는 공방을 배경으로 휴머니즘이 녹아든 서사가 관심을 집중시켰던 '남우 공방', 눈에 꽃이 피어난 사람들로부터 출발하는 기이한 스토리에 반영된 우리의 현실과 몽환적인 판타지의 접목이 예사롭지 않았던 '눈, 꽃 피다' 역시도 신선한 자극을 전해주기에 충분했다. 

 

 

덕택에 미스터리, SF, 호러, 판타지, 휴먼 드라마 등의 장르가 한데 어우러진 종합선물세트 같은 단편소설집 <허구의 전시관>과의 만남이 뜻깊었다.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는 이야기의 흐름 안에서 마주하게 된 반전과 엔딩도 상상을 초월해서 놀라움이 앞설 때가 적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읽는 내내 책의 제목처럼 허구로 점철된 전시관 내부를 둘러보는 것 같은 기분 또한 느낄 수 있어 신기했다. 모든 단편이 전부 다 취향에 맞았던 건 아니었지만, 작가만의 독특한 세계가 앞으로도 더욱 확장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게 돼 만족스러웠다.

 

책표지가 맘에 들어서 선택한 소설이었는데,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으므로 재밌게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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