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한 사람만 :: 낮은 시청률을 뛰어넘는 수작의 감동 안은진 주연 문정민 작가 극본

JTBC 월화드라마로 2021년 12월 20일 월요일부터 2022년 2월 8일 화요일까지 방송되며 총 16부작으로 종영한 <한 사람만>은 보는 내내 띵작임을 입증하며 깊은 여운을 전했다. 죽음을 앞둔 세 사람의 만남을 통해 삶의 가치를 돌아보며 소중한 사람의 존재를 일깨워줌과 동시에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맞닥뜨리게 해주는 내용의 무게감이 심금을 울렸던 것이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인숙은 부모님의 이혼 후 할머니와 살며 세신사로 일해 왔다. 그러던 어느 날, 악성 뇌종양 진단을 받아 여성 전용 호스피스 '아침의 빛'에 입소하며 예상치 못한 삶에 발을 디디고야 만다.

 

에릭 로메르 감독의 영화 <녹색 광선>에서 이름을 가져온 방에 머물게 된 인숙은 그곳에 먼저 자리잡고 있던 폐암 투병 중인 인플루언서 미도, 가정주부로 살다가 혈액암을 발견한 세연과 룸메이트가 된다. 그리하여 세 사람은 죽기 전에 나쁜 놈 딱 한 사람만 데려가겠다는 단호한 결심을 실행에 옮기며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되기에 이르렀고, 이로써 펼쳐지는 파란만장한 날들 속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나날을 보내게 된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녹색광선즈 3인방이 뜻밖의 운명공동체로 엮이며 만나볼 수 있었던 워맨스의 절절함이 감명깊었다. 각기 다른 사연으로 깊은 고독을 품은 채 생을 견뎌왔던 세 사람이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나누던 돈독한 우정이 눈부시게 아름다웠음은 물론이다. 

 

그 속에서 지금까지의 인생을 되짚어보며 서서히 다가오는 마지막을 준비하는 모습이 눈여겨 볼만 했다. 특히 스펙타클한 일탈로 인하여 만나게 된 한 사람 덕택에 변화를 맞이한 인숙, 엉망진창으로 꼬인 매듭을 비로소 풀어나갈 수 있게 된 세연, 상처로 가득한 과거에서 벗어나며 깨달음을 얻은 미도의 시간이 찬란하게 빛났다.     

[CAST]

표인숙 : 안은진

민우천 : 김경남

강세연 : 강예원

성미도 : 박수영

육성자 : 고두심

표강선 : 장현성

 하산아 : 서연우 

 황마진 : 이봉련 

 

특히, 드라마 <한 사람만>은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고조되는 휴먼 멜로의 짙은 감성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아버지 하용근(백현진)으로 인하여 폭력의 올가미를 벗어나지 못하던 산아를 두고 볼 수 없었던 인숙이 세연, 미도와 도움을 주고자 찾아간 곳에 민우천이 있었다. 이로 인하여 감춰져 있던 어둠의 그림자가 수면 위에 떠올랐을 뿐만 아니라 생각지 못했던 사랑의 운명이 눈 앞에 나타나며 호기심을 극대화시켰다. 

 

이러한 이유로 아동학대 및 아동 성 착취 사이트 운영과 관련된 사건을 파헤쳐 나가며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메시지가 남다른 무게감을 전했다. 게다가 회차가 거듭될수록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시키게 도우며 주인공들의 서사에 푹 빠지도록 만드는 섬세한 연출과 탁월한 극본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죽음을 앞두고 하고팠던 게 아무것도 없었던 인숙에게 찾아온 우천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인연의 끈을 하나로 이어주는 유일한 사랑의 결실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인생의 막바지에 다다라 만난 단 한 사람의 의미가 뼈에 사무쳐서 눈물겨웠다. 살인청부업자로 견뎌온 우천의 지난 생은 안타까움을 자아내면서도 고개를 젓게 만들 때가 없지 않았는데, 죗값을 치루기로 결심하는 모습을 보게 돼 다행스러웠다.  

여성 호스피스를 배경으로 삶을 통하여 죽음으로 나아가는 인간의 다채로운 순간들을 만나볼 수 있어 뜻깊었다. 때때로 죽는 것보다 살아가는 일 자체가 많이 버겁고 힘들다고 느껴질 때가 없지 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그늘이 드리우게 될 그날까지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확인하게 하며 희망을 건네줘서 따뜻했다. 

 

 

안은진, 김경남, 박수영, 강예원을 포함하여 드라마 <한 사람만>에 출연한 배우들의 열연은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이와 함께 호스피스 '아침의 빛' 원장 수녀 막달레나(이수미), 수녀 베로니카(윤보라), 이곳에 머무르던 문영지(소희정), 임지후(김수형), 최성해(이항나), 차여울(주인영), 오천덕(성병숙)의 모습이 인상깊었다. 그리고 세연의 남편 오영찬과 구지표 역을 맡은 두 배우의 이름이 한규원으로 동일하다는 점도 신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을 바라보는 심정으로 지켜보게 됐던 둘의 결말이 극명하게 갈린 점도 고개를 끄덕이게 도왔다. 강세연과 지윤서(이세진)의 관계를 통해 담아낸 동성애도 납득이 갔다. 

 

인숙 할머니 표성자 역의 고두심과 인숙 아버지 표강선 역의 장현성, 하산아 역 서연우의 연기 또한 기억에 남았다. 드라마 <한 사람만>의 촬영지 중에서 호스피스 외관으로 감탄을 자아내는 풍경이 궁금증을 증폭시켰던 장소가 충북 옥천 수생식물학습관이라고 해서 이 점도 머리 속에 넣어두기로 했다. 

여성 아이돌 그룹 레드벨벳의 멤버로 가수 활동과 더불어 이제는 배우로도 탄탄한 입지를 쌓고 있는 조이가 박수영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드라마 <한 사람만>을 통하여 선보인 캐릭터 성미도 역시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여 애정결핍에 시달리던 미도는 겉으로 보기엔 화려함을 뽐내지만, 실제로는 속얘기를 거의 하지 않음으로써 아픈 상처를 간직한 인물임을 알 수 있어 마음이 아렸다.

 

그래도 결국에는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는 것이 아닌,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깨우치는 한때를 마주하는 일이 가능해 안심이 됐다. 덕분에 앞으로 만나 볼 연기자 박수영의 행보가 더욱 기대가 됐고, 드라마 <한 사람만> OST Part 4로 발매된 '감정의 이름'을 들으며 레드벨벳을 통해 맞닥뜨리게 해줄 가수로의 활약에도 응원을 보내게 되었음을 밝힌다. 

다채로운 장르의 결합으로 완성된 드라마 <한 사람만>은 배우 안은진의 첫 주연작으로 관심을 집중시켰는데 직접 시청한 결과,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존재감을 표출해서 매우 흡족했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 2 속 발랄함 가득했던 추민하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인 표인숙을 통하여 내면에 잠재된 깊은 감정의 일렁임을 연기로 승화시키며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다만 시청률에 있어 고전을 면치 못해서 아쉬웠다. 1회는 2.4%로 시작해서 괜찮은 편이었는데, 마지막회 시청률이 0.7%로 0%를 유지한 채로 막을 내려 씁쓸함이 밀려왔다.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에게는 호평이 자자함으로써 좋은 작품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재방송 편성을 거의 받지 못한 데다가 홍보도 전무한 상황이라 슬펐다. 그런 의미에서 JTBC가 앞으로 채널을 통해 방영되는 드라마에 고른 애정을 쏟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한 사람만>이 공개되며 TOP10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모습이 포착돼 흐뭇했다. 시청자는 좋은 드라마를 외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로 실감하게 돼 뿌듯함이 전해져 왔다. 

안은진의 첫 주연작이라는 것 외에 내가 드라마 <한 사람만>에 제대로 몰입할 수 있었던 건, 문정민 작가가 써내려간 극본의 힘이 컸다. 드라마 <최고의 이혼> 리메이크를 통하여 문정민 작가의 필력에 일찌감치 반했던 바, 언젠가 만나게 될 창작물을 고대했는데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세상에 내놨음을 알게 돼 감격했다. 

 

마음을 울리는 명대사에 그치지 않고, 곳곳에 녹여낸 적당한 유머코드도 취향에 잘 맞아서 보는 내내 웃고 우느라 바빴다. 오현종 연출과 문정민 작가가 탄생시킨 작품의 묘미를 오롯이 느낄 수 있어 행복했다. 드라마 <한 사람만> OST Part 1로 등장한 양파의 'Happy End'가 전하는 음악의 감성도 귓가를 울렸다. 

 

살다 보면 언젠가는 단 한 사람, 단 하나의 사랑, 단 한 번의 기회 중 한 가지는 반드시 우리에게 오고야 말테니 너무 슬퍼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어디 그것 뿐이랴. 인숙, 세연, 미도처럼 단번에 서로에게 서로가 되어주는 친구를 만나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거다. 

"인간은 누구나 죽어요.

언제 죽는다는 걸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일 뿐이에요.

그때까진 잘 살아보기로 해요."

 

마음을 후벼파는 극중 명대사가 많았지만, 마지막회를 마무리하며 시청자들에게 남긴 작가의 메시지가 가장 와닿았다. 일단은 잘 살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할 테다.

 

그렇게 하루하루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기는 동안 놓치게 되는 사소하고도 중요한 것을 머리 속에 각인시켜 준 드라마 <한 사람만>이었다. 이 작품을 볼 수 있어 즐거웠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명작 드라마의 진가를 알아봐 줬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오늘의 리뷰를 마친다. 문정민 작가가 집필한 작품은 꼭 챙겨 볼 것을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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