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 앤 크레이지 :: 다크히어로 액션 드라마의 짜릿함 (feat. 용사장 김히어라)

[CAST]

류수열 : 이동욱

K : 위하준

이희겸 : 한지은

오경태 : 차학연

양재선 : 차시원 

용사장 : 김히어라

신주혁 : 정성일

 

*스포 주의*

 

드라마 <배드 앤 크레이지>는 다크히어로 액션물의 짜릿함을 선사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출세지향 결과주의 형사로 유능하지만 나쁜놈 류수열이 정체불명의 정의로운 미친 놈 K를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인성회복 팀플레이가 눈여겨 볼만 했던 것이다. 

 

 

승진에 눈이 멀어 웬만한 불의는 못 본 척 넘어가는데 익숙해진 류수열이 K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국회의원의 비리를 파헤쳐 나가다 마약조직 수사에 발을 들였고, 그리하여 본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얽히고 설켜 만들어내는 스토리 전개가 꽤나 흥미로웠다.

 

참고로, 드라마 <배드 앤 크레이지>는 다크히어로 액션물임과 동시에 이중인격 브로맨스 범죄 수사물 장르를 마주하게 해주며 호기심을 극대화시켰다. 특히, 어느 날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나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며 정의감을 불태우던 K가 류수열의 또다른 인격임을 깨닫게 해주던 그 순간부터 관심이 제대로 집중되기 시작했다.

 

K는 류수열의 마음 한 구석에 웅크린 채로 뜻을 펼치지 못하고 잠들어 있던 양심이자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의 비밀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열쇠로 눈부신 존재감을 발휘함에 따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류수열과 K의 티격태격 케미가 환상적이었던 데다가 합동작전으로 수사를 펼침으로써 보여지던 각기 다른 개성이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주고도 남았기에 더더욱. 머리를 쓸 줄 아는 두뇌담당 류수열과 몸을 제대로 활용하는데 도가 튼 액션담당 K가 함께라면 그 누구도 두렵지 않았다. 

 

류수열은 K, 오경태와의 만남을 통해 각성하게 된 이유를 지겨워서라고 밝혔는데 그 말이 유독 깊은 여운을 남겼다. 후회만 하고 사는 게 지겹다는 얘기에 담긴 진심을 알 것 같아서. 반부패수사계에서 일하는 류수열이 권력자들의 부정부패를 눈 감아주던 시간을 지나 드디어 직무에 걸맞는 일을 하며 변화를 맞닥뜨리게 해준 한때가 의미가 남달랐다. 

 

이와 함께 드라마 <배드 앤 크레이지>의 인물관계도가 전부가 아니었음을 확인하게 된 순간도 놀라움을 전했다. 국회의원 살인사건과 마약조직 수사를 통하여 경찰 내부에 존재하는 배신자를 색출해 낸 이후에 마주하는 일이 가능했던 가스라이팅 범죄 또한 충격 그 자체였다. 그로 인하여 수면 위에 떠오른 류수열의 과거도 안타까움을 전했음은 물론이다. 

 

 

여러가지 사건이 류수열을 중심으로 하나의 연결고리가 되어 끊임없이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순간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전해주고픈 메시지가 너무 많았던 관계로 개연성의 허점이 생겨남으로써 드라마 초반부에 비하여 후반부로 향할수록 힘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해 슬펐다. 전형적인 뒷심 부족이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스라이팅의 위험성과 이를 악용하는 빌런이 선사한 공포감은 대단했다. 그리고 드라마 <배드 앤 크레이지>에 잔인한 장면이 다수 포진되어 있었음을 밝힌다. 생각했던 것보다 거친 액션과 핏빛 사투가 적지 않았다. 

 

정의를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반부패수사계의 팀원으로 만난 오경태와 양재선 조합도 보기 좋았다. 소향파출소 순경으로 엄마 정윤아를 찾아 헤매던 아이 정인선을 도와주려다 위험천만한 사건에 빠져든 오경태가 류수열이 있는 반부패수사계에 합류하며 선보인 팀워크가 유쾌함을 전하기에 충분했다. 피투성이 몰골로 사경을 헤매던 오경태의 모습이 안쓰러움을 자아냈는데, 회차가 진행될수록 산뜻한 미소와 센스로 댕댕미를 뽐내서 눈길이 절로 갔다.

 

양재선은 류수열과 콤비를 이루며 사건을 파헤치다가 K에게 자리를 내줌으로 인하여 오경태와 색다른 케미를 맞닥뜨리게 해줘서 이 또한 보는 재미가 상당했다. 형사 선후배로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자연스러운 개그미가 여러 번 분출되던 한때도 마음에 들었다. 

 

이희겸은 마약범죄수사대 경위로 투철한 사명감과 재빠른 행동력으로 범죄 소탕에 박차를 가하던 모습이 멋졌다. 그런 의미에서 캐릭터를 맛깔나게 소화한 배우 한지은의 색다른 개성이 도드라져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유도 4단인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주고자 액션씬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해서 이 점도 납득이 갔다. 반년 넘게 절권도를 배워왔다고 하니 이 점도 액션 연기가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카리스마 넘치는 열연 속에서 상대역인 이동욱과의 키스신도 이슈를 불러 일으켰는데, 확실히 배앤크의 명장면으로 회자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더불어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여주인공 3인방 모두가 승승장구 중임을 깨닫게 돼 뿌듯했다. 천우희, 전여빈에 이어 한지은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마음이 든든해졌던 것이다. 재밌게 봤던 작품 속 출연진의 차기작을 따라가는 즐거움이 쏠쏠한 요즘이다. 

 

신주혁은 드라마 <배드 앤 크레이지>의 최강 빌런으로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심리 상담가로 사람들의 마음을 제멋대로 쥐락펴락하며 지배하려 했던 모습이 섬뜩했다. 그로 인하여 맞닥뜨리게 된 가스라이팅의 수법의 잔혹함이 충격을 금치 못하게 도왔다. 신주혁의 정체는 정윤호로, 류수열과 어릴 때부터 악연으로 얽히고 설킨 관계가 표출돼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정윤호가 가정폭력과 아동학대의 피해자라는 잠시나마 연민을 갖게 만들었지만, 잘못된 방향을 선택하여 위험천만한 상황을 벌인 이유가 오직 재미를 위해서였음을 알게 되니 분노가 치밀었다. 정윤호 역의 정성일이 연기를 잘해줘서 더더욱.

 

내가 드라마 <배드 앤 크레이지>에서 가장 인상깊게 본 인물은 용사장 역의 김히어라였다. 마약조직의 수장으로 눈동자 마약을 유통시킴으로 말미암아 경찰, 국회의원, 심리 상담가와 복잡한 관계를 맺게 되며 강렬한 포스를 뿜어냈다. 험난한 인생을 살아왔음을 일깨우는 다부진 면모가 돋보였는데 날카로운 눈빛과 거친 입담을 중심으로 포효하는 카리스마가 어마어마해서 등장할 때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 와중에 도유곤과 협상을 펼치게 된 식사 자리에서 손으로 생선을 발라먹으며 이에 낀 음식물을 고스란히 내보인 채로 원하는 바를 내뱉던 찰나가 단연 압도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정윤호가 나타나며 다소 존재감이 희미해지긴 했으나 안드레이(원현준)의 복수를 강행하며 용사장의 건재함을 만나보게 돼 만족스러웠다. 

 

연극과 뮤지컬에서 봐왔던 신비로운 분위기를 벗어나 뜻밖의 소름을 돋게 만드는 빌런으로 매체에서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으니,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를 해본다. 배앤크 속 용사장 역 김히어라에 관심을 갖게 된 시청자가 많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친구의 추천으로 시작하게 된 드라마 <배드 앤 크레이지>는 뭐니뭐니 해도 이동욱의 재발견이 뜻깊게 여겨지는 작품이었다.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을 통하여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인 게 사실이지만, 배앤크로 인하여 한층 더 성장하며 잠재력을 폭발시켜서 쉽사리 눈을 떼지 못했다. 작품의 타이틀에 어울리는 미친 활약이 최고였다. 나쁜 놈이 정의로운 놈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트라우마를 극복하며 진짜 나 자신이 되어가는 모습이 황홀함을 선사하고도 남았다.

 

완벽한 수트핏에 운동화 착용으로 완성된 류수열의 패션 스타일링도 탁월하기 그지 없었다. 그중에서도 이동욱이 신고 나온 그레이 컬러의 회색 운동화가 참 예뻐 보였는데, 뉴발란스 574라고 해서 머리 속에 넣어두기로 했다. 덧붙여 자칭 노르웨이산 굴비를 엮어다가 영광굴비를 만들어내는 실력을 가진 류수열의 변신이 배앤크의 모든 것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희겸과의 달콤했던 한때를 K에게 비밀로 하고자 놀라운 토요일을 봤다는 말로 얼버무리던 장면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로 인해 이동욱의 놀토 언급 미션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반면, K는 류수열의 또다른 인격으로 본체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래서 둘이 함께 있을 때의 시너지가 장난이 아니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불통의 면모가 상당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부패한 세상에 정의를 전파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실행력으로 똘똘 뭉친 인물이 생동감을 전해줘서 흡족했다. 희겸을 향한 K의 애정을 통하여 수열이 감추고 있던 진심을 마주하게 된 점도 감명깊었던 게 사실이다.

 

수열과 케이 둘이서 평생 화기애애하게 몸을 나눠 쓰며 살아가면 좋겠지만, 결국에는 하나의 인격으로 한 사람이 구축되는 것이 맞는 거니까. K가 수열에게로 흡수되며 또다른 나와의 이별을 마주하는 장면에선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속에서 나를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뿐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돼 의미가 있었다. 

 

배앤크의 OST로 들려오던 던밀스의 '불도저'도 역동성을 더해서 들을 때마다 어깨춤이 절로 났다. 드라마 <배드 앤 크레이지> 최고의 명장면으로 손꼽히는 한 컷도 당연히 잊지 못할 것이다. 부정부패를 일삼는 고위층을 향한 류수열의 발차기와 통쾌한 표정마저 퍼펙트함 그 자체였으므로.

 

다크히어로 액션 드라마의 묘미를 만나볼 수 있게 해준 작품의 명대사로는 수열을 위한 K의 한 마디가 적절해 보인다. 눈에 보이지 않을 지언정, K는 앞으로도 수열의 곁을 영원히 지킬 테니까 너무 슬퍼하지는 않을 거다. 

 

"난 말야. 수열이만의 히어로, 수열이만의 액션스타, 수열이만의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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