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어사와 조이 :: 신명나는 퓨전사극 명랑 코믹 수사쇼 / 빌런 박태서(이재균)의 존재감

[CAST]
라이언 : 옥택연 / 김조이 : 김혜윤 / 박태서: 이재균 / 세자 : 이준혁 / 승률 : 차학연

 

* 스포 있음 *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을 책임졌던 tvN 드라마 <어사와 조이>는 신명나는 명랑 코믹 수사쇼로 흥미로운 시간을 선사했다. 암행어사가 된 미식가 도령 라이언이 씩씩한 기별부인 김조이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종횡무진하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정통사극이 아닌 퓨전사극 장르에 걸맞는 캐릭터 설정이 경험하게 해주는 짜릿함이 기대 이상이었다. 혼인하기 싫어 과거시험을 치르고 장원급제함으로써 최연소 홍문관 부수찬이 된 이언과 3년 간의 시집살이를 견디다 못해 이혼을 마음 먹으며 스스로의 행복을 찾아 나선 김조이의 만남으로 인해 펼쳐지는 이야기가 눈여겨 볼만 했다. 

 

tvN 15주년 특별기획 월화드라마로 만나보게 된 이 작품의 제목은 <어사조이뎐>에서 <어사와 조이>로 변경된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물망에 올랐던 주연 배우(조병규, 정소민)의 출연이 불발되며 현재의 라인업이 완성되었는데, 내 기준에서는 매우 만족스러운 캐스팅을 통해 완벽한 케미를 확인하는 일이 가능했기에 보는 즐거움이 남달랐다.

 

음식에 진심인 맛잘알 라이언의 꿈은 작은 만두집을 차려 장사나 하며 사는 거였다고 한다. 그러나 예기치 않게 암행어사로 발탁되어 살인사건의 배후를 파헤치는 일을 맡음에 따라 뛰어난 두뇌를 가동시켜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과정이 감탄을 자아내서 흥미로웠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따로 있다는데, 이언은 요리 실력이 수준급인 데다가 나랏일 또한 맡은 바 제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서 사기캐 남주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나주 라씨의 5대 독자로 한 입으로 두말 하지 않는 사람이 되라는 뜻에서 붙여진 라이언이라는 이름이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중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 갈기 없는 사자를 떠올리게 만드는 점도 재밌었다. 아이돌 그룹 2PM의 멤버임과 동시에 이제는 배우로의 입지까지 탄탄하게 쌓아가고 있는 옥택연의 매끄러운 연기가 작품 안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사극은 처음이라고 하던데, 배역과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어 깜짝 놀랐다. 능청스러움과 진중함을 오가는 와중에 조이 앞에서는 허당 매력을 발산해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여기에 더해 9회에서 달달함을 풍기며 재회의 기쁨을 만끽하던 이언이 조이에게 우리집으로 가자는 말을 꺼냈을 때 2PM의 노래 '우리집'의 가사 한 구절이 흘러나와서 웃음이 빵 터졌다. 퓨전사극이라서 가능한 장치의 묘미가 익살스러움을 극대화시켰음은 물론이다. 특별출연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세자 역 이준혁과의 케미도 최고였다. 잠깐 등장한 게 전부지만 이준혁도 <어사와 조이> 같은 코믹 퓨전 사극에 잘 어울리던데, 좋은 작품으로 하루 빨리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차기작이 시급한 배우, 그 이름은 바로 이준혁. 

 

신분에 상관없이 재능있는 인재를 등용함과 더불어 약자를 차별하고 억압하는 예법을 경장(고쳐서 확장)함으로써 백성들에게 희망을 건네길 바랐던 이언의 진심에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암행어사로 고군분투하며 백성들의 소리를 가까이에서 들었던 이언의 말이라서 설득력이 어마어마했던 것도 사실이다. 

 

김조이는 시대를 앞서나가는 현실주의자라는 수식어에 걸맞는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의 결정체로 눈을 떼지 못하게 한 매력이 압도적이었다. 그리하여 사정파의로 지칭되는 조선시대의 이혼 절차와 관련된 내용을 새로이 알게 된 점도 흡족함을 더했다. 이혼을 통하여 자유의 몸이 된 조이가 암행어사 일행에 합류함으로써 탁월한 눈썰미를 바탕으로 마주하게 해준 날카로운 관찰력이 사건 수사에 힘을 실어주며 활력 넘치는 시간을 만나게 해줘서 금상첨화였다. 

 

오직 사내가 아닌 여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입직을 포함하여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던 조선시대에서 부덕하다고 여겨지는 관습에 맞서 오롯이 김조이로 살아가기 위해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흐뭇함을 선사하고도 남았다. 바느질 실력이 출중하고 힘이 세서 싸움도 잘하는 데다가 할 말을 할 줄 아는 대범함이 멋졌다.

 

덕분에 김조이 역 김혜윤의 활약이 감명깊게 다가왔다. 맹랑해서 좋았던 쪼꼬미 조이의 당돌함이 배우의 열연으로 한층 더 돋보여서 눈길이 절로 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3회에서 이혼 후 마을을 떠나던 조이에게 다가온 할머니가 어디서든 지지 말고, 꺾이지 말라며 명예를 상징하는 능소화 씨앗을 건네던 모습도 눈에 쏙 들어왔다. 김혜윤의 전작인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를 떠올리게 해줘서 기분이 묘해졌다. 은단오 역 김혜윤도 참 좋았었고, 이 작품에서 능소화가 지닌 의미가 어마어마했기에 아련함이 밀려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매번 출연하는 작품마다 캐릭터에 푹 빠져들어 높은 싱크로율을 확인하게 만든 김혜윤의 행보가 계속 기대됐다. 드라마 <어사와 조이>에서는 조이언으로 사랑받은 조이와 이언의 커플 케미, 소꿉친구 승율(차학연)의 등장으로 만나게 된 풋풋한 우정 케미, 어머니 덕봉(백종옥)과의 애틋한 모녀 케미도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시어머니 팥순(남미정)과의 미운 정 고운 정 케미마저도 더 이상의 말이 필요치 않았다. 

 

암행즈의 일원으로 이언을 보필하던 육칠(민진웅), 구팔(박강섭) 콤비의 찰떡궁합도 폭소를 만발하게 도왔다. 겉으로 보여지는 신분 차이는 존재할 지언정, 그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는 소중한 친구와 다름 없어 보였던 삼총사의 면모가 도드라져 훈훈했다.

 

구팔은 말종이가 첫눈에 반할 정도로 여장을 찰떡같이 소화하던 순간과 셋 중의 막내로 방 한 칸을 온전히 소유하게 된 기쁨을 표현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았다. 육칠은 다소 느끼하고 부담을 안겨줄 수 있는 멘트를 척척 해내는 솜씨가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이언과 조이가 눈빛 교환만 하는 걸 바라보다 너무 뜨겁다며 입이라도 빨리 맞추라고 속시원한 말을 내뱉어서 통쾌함을 전했다. 이때 BGM으로 밥솥에서 밥 지을 때 나는 소리를 첨가한 제작진의 재치도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2PM의 '10점 만점에 10점'을 열점 총점에 열점으로 개사해 패러디를 만나보게 한 육칠의 센스도 좋았다.     

 

암행즈 남성 멤버들 못지 않게 조이를 포함한 비령(채원빈), 나광순(이상희)의 모습도 놀라움을 전하기에 충분했다. 이중에서도 채원빈은 조이의 동무 황보리의 죽음 이후 비령 역으로 다시 만나게 돼 흡족했다. 드라마 초반에 잠깐만 출연하고 말기에는 다소 아쉽다는 기분이 들었는데, 뜻밖의 등장으로 상반된 온도차가 느껴지는 캐릭터를 제대로 만나게 해줘서 납득할 수 있었다. 

 

나광순이 털어놓지 못한 정체의 비밀이 사건에 연루된 인물과 관련돼 있었던 점도 서사에 개연성을 더하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육칠과의 연상연하 로맨스를 중심으로 만나 본 코믹 연기도 볼만 했다. 무엇보다도 조이, 비령, 광순, 셋이서 같이 살 집을 구해서 본인들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돈을 벌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덧붙여, 드라마 <어사와 조이>속 빌런으로 짠내를 폭발시킨 박태서 역 이재균의 존재감도 빼놓으면 섭섭하겠다. 서자로 태어나 아버지 박승(정보석)이 시키는 일이라면 악행도 서슴치 않으며 사랑을 받으러 애썼는데, 언제나 형 박도수(최태환)에게 밀려 설움이 복받치기 일쑤라 볼 때마다 맴찢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암행즈에게 날선 눈빛으로 대립하면서도 박승을 향한 애정만은 깊이 간직해 온 태서였으나 그로 인해 돌아온 것은 잔혹한 죽음으로 점철된 비극적 운명 뿐이라 마음이 아팠다. 차별 없는 평등한 나라를 바라는 태서에게 세자는 한 줄기 빛과 같았기에 독이 든 탕약을 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죄값을 치루겠다며 친구들을 데리고 한양으로 향하는 도중에 도수의 무자비한 칼날에 찔려 최후를 맞이한 것이 안타까웠다.

 

적자임에도 서자로 살아왔던 세월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지 않고, 어미로 믿었던 이가 친모가 아님에도 괜찮다며 오히려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다정함을 가진 태서의 마지막을 바라보는 내내 눈물이 났다. 아비 같지 않은 박승을 대신하여 차말종(정순원), 지맹수(김현준), 강한기(박신아)와 돈독한 우정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며 곁을 내어줄 수 있는 동료들이 존재했음이 그저 다행스러울 뿐이었다. 

 

 

박태서의 죽음이 너무나도 허무해서 아쉬웠지만 마냥 미워할 수 없는 빌런으로 관심을 집중시킨 이재균 덕택에 드라마 <어사와 조이>를 보는 시간이 행복했다. 특히, 4회에서는 태서와 조이가 충돌하는 장면으로 사약길을 걷게 된 시청자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고 하는데, 나 역시도 꽤 오래도록 같은 감정을 보유한 상태를 이어갔던지라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위험천만한 상황을 모면하려 두 사람이 부부임을 밝히며 이언에게 입을 맞춘 조이에게 태서는 원래 그렇게 헤프냐며 도발한다. 그러자 조이는 "헤프지 않습니다. 하지만 헤프면 또 어떻습니까?"로 반박하며 탄성을 자아냈는데, 이때 태서가 자신에게 입을 맞추면 여기 있는 모두를 풀어주겠다고 말하자 당황한다. 이 부분은 여러모로 화를 불러 일으키는 장면이었는데, 태서의 눈빛에 묘하게 멜로의 분위기가 풍겨서 조이와의 로맨스를 잠시나마 상상하게 되고야 말았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작품에서는 빌런 말고, 절절한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만나볼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연극배우로 처음 봤을 때부터 연기력이 심상치 않다 싶었는데, 드라마에서도 이재균의 강점이 여실히 드러나 몰입감이 어마어마했다. 한복도 정말 잘 어울리고, 발성도 좋고, 사극톤도 퍼펙트해서 엄지를 척 치켜들게 했던 이재균의 박태서였다. 

 

드라마 <어사와 조이> 속 악역 캐릭터가 대부분 입체적이지 못한 게 단점으로 남았는데, 박태서 만큼은 강렬한 여운을 남겨서 다행스러웠다. 배우가 잘해준 반면, 박태서의 서사는 아쉬움을 남겼을지라도 말이다. 

 

신명나는 퓨전사극 명랑 코믹 수사쇼로 풍성한 볼거리를 자랑했던 드라마 <어사와 조이>는 주조연 배우들을 중심으로 빌런 박태서(이재균)의 존재감이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어준 작품이었다.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서로의 손을 맞잡게 된 조이언의 사랑을 보는 내내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조이의 이름을 불러주며 이 모든 것이 스스로의 용기로 되찾은 삶임을 일깨워준 이언의 자상함과 이언이 위기에 닥쳤을 때마다 기지를 뽐내며 해결책을 제시하던 조이의 총명함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악법이 횡행하던 조선시대에도 분명히, 틀에 박힌 관습에 개의치 않고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던 인물들이 있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김조이와 라이언처럼 말이다.

 

드라마 <어사와 조이> OST 중에서는 제1대 풍류대장 우승자 서도밴드의 보컬 서도가 부른 '판벌려'가 귀를 사로잡았다. 퓨전사극에 걸맞는 힙한 소리꾼의 참여가 어깨를 들썩이게 도왔던 때가 있었다. 조이와 이언의 키 차이에 따른 설렘 모먼트와 티키타카도 좋았고, 메이킹 필름 속에서 두드리젇ㄴ 배우들의 화기애애함 역시도 유쾌함을 전한 작품이었다. 

 

신명나는 퓨전사극이 전해준 통쾌했던 한때를 추억하며, 16회 결말까지 섭렵한 드라마 <어사와 조이>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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