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 우동카덴 :: 비 오는 날엔 따뜻한 국물과 튀김이 있는 덴뿌라 우동!

봄비 내리던 날, 우동이 먹고 싶어져 합정역 인근에 자리잡은 우동 카덴을 찾았다. 합정역 2번 출구에서 조금만 걸으면 마주할 수 있는 이곳은, 수요미식회를 포함한 음식 관련 방송 프로그램에 등장했을 뿐만 아니라 정호영 셰프가 운영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유명세가 더해진 식당이었다.  



영업이 시작되는 건 오전 11시 30분이었고, 나의 방문은 오픈 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 이루어진 거라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착석이 가능했다. 하지만 12시가 가까워오자 점심을 먹기 위해 찾은 사람들로 인해 빈 테이블이 보이지 않았으니, 시간대를 잘 맞춰간 게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이날은 평일이었고, 비가 살짝 내리던 하루였음을 언급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날씨 좋은 주말에 식사하러 온다면, 상황이 조금 다를 수도 있겠다 싶어서. 



3인 손님도 더러 눈에 띄었으나 2인 손님이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공교롭게도 우동카덴을 떠날 때까지 혼밥 손님은 내가 유일했는데, 부담없이 식사를 마칠 수 있는 분위기가 유지돼 만족스러웠다. 


왼쪽의 네모 박스 안에는 휴지가 들어 있었고, 귀여운 물잔과 개인접시, 우동 국물과 면을 같이 먹기에 안성맞춤인 작은 국자와 젓가락이 정갈하게 세팅된 점이 인상깊었다. 



메뉴를 주문하고 나면 애피타이저용으로 작은 접시에 규동이 나온다. 밥 위에 고기와 파가 올려진 모습이 깜찍함을 자아내는 건, 규동의 양 자체가 한입에서 두입 사이라는 사실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그런 의미에서 양이 많은 편이 아니고, 메인메뉴가 등장하기 전에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애피타이저로 딱이었다. 밥과 고기로 이루어졌음으로 인해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배를 든든하게 채워준다는 장점도 매력적이었다.  



덴뿌라 우동(9,500원)


합정 우동카덴은 생각보다 메뉴의 종류가 다양했다. 여기서 가장 유명한 건 차갑게 즐기는 붓카케우동이지만, 나는 따뜻한 국물과 더불어 튀김이 곁들여진 덴뿌라 우동을 골랐다. 비가 와서 날씨가 서늘한 이유도 없지 않았으나 우동 특유의 국물 맛을 반드시 확인하고픈 마음에 결정을 내렸다. 



덧붙여, 합정 우동 카덴에선 메뉴판에 쓰여진 내용 중 꼭 기억해야 할 사항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바로, 1인 1주문에 한해서 면 추가 3회가 무료라는 점이다. 우동을 먹다가 양이 적다 싶을 때 면을 추가로 시켜도 괜찮지만, 이왕이면 주문을 받으러 왔을 때 미리 이야기하기를 권한다. 이렇게 하면, 주문한 메뉴 안에 추가한 면이 포함돼서 테이블에 나타나기 때문에 금상첨화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주문한 덴뿌라 우동에는 이미 면 1회 추가가 포함되었다는 사실을 밝히는 바다. 직접 먹어 본 결과, 면 추가 1회 정도는 충분히 소화를 해낼 수 있었다. 면은 아무래도 배가 쉽게 꺼지는 단점이 존재하는 음식이기도 하니까 면 1회 추가 정도는 나쁘지 않겠다. 기본 반찬으로는 샛노란 단무지가 전부지만 같이 먹기에 좋았다. 



덴뿌라 우동은 우동 한 그릇과 튀김이 따로 담겨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 튀김은 각각 고구마, 오징어, 버섯, 고추 네 종류였는데 깨끗한 기름에 튀긴 비주얼이 흡족스러움을 자아냈고, 부드러운 튀김옷이 재료들과 잘 어울리는 것이 특징이었다.


다만 우동 국물에 튀김을 찍어먹었어야 하는 건데, 아무 생각 없이 따로 먹기만 했던 게 좀 아쉽다. 그리고, 개인적인 취향으로 가장 맛있었던 건 고구마 튀김이었다. 



우동은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카케우동이었다. 이 메뉴가 덴뿌라 우동으로 불려지는 것은 튀김이 같이 추가되어 나오기 때문인데, 튀김을 원하지 않는다면 카케우동 단품만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면도 면이지만, 굉장히 깔끔하고 담백한 맛의 국물이 심심하니 괜찮았다. 고명으로 맛볼 수 있었던 미역의 감칠맛도 마음에 들었고, 면을 꼭꼭 씹어 먹으며 국물을 호로록 마시니 따뜻함이 감돌아서 아직은 추운 봄을 잠시나마 잊게 만들어줬다. 




물론, 면발의 쫄깃함도 입을 사로잡았다. 합정 우동카덴의 우동면은 오사카식 족타우동으로 이름난 기법을 중심으로 만들어짐에 따라 발로 반죽하는 것이 특징이라는 점을 알게 돼 흥미로웠는데, 이렇게 맛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아무래도 따뜻한 우동보다는 차가운 우동에서 면의 쫀득한 성질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예상됐는데, 카케우동에서 마주했던 면의 쫄깃함도 기대 이상이라서 후회는 없었다.


비 오는 날에 잘 어울렸던 따뜻한 국물과 튀김이 있는 덴뿌라 우동이 온기를 더해줘서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엄청난 특별함이 아닌, 소소한 평범함이 훈훈함을 전해줬던 합정 우동카덴이었다. 일부러 찾아가기보단 근처에 볼 일 있을 때 와서 먹기에 괜찮은 곳이니 다음에 올 일 있으면 그때 다른 메뉴에 도전해 봐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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