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마이네임 :: 한소희의 액션 느와르, 대한민국 여성 원톱극의 새로운 장르를 열다 (feat. 장률)

2021년 10월 15일 금요일에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네임>은 한소희의 액션 느와르를 통하여 대한민국 여성 원톱극의 새로운 장르를 열며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리하여 총 8부작으로 구성된 작품이 일깨운 잔혹하고도 냉혈한 서사 속 주인공의 행보를 따라가는 내내 시간 가는 줄 몰랐더랬다. 

 

 

드라마 <마이네임> 줄거리는 이렇다.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하여 조직에 들어간 지우가 새로운 이름을 얻어 경찰에 잠입하는 것으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와 함께 그 속에서 맞닥뜨리게 된 진실로 말미암아 처절한 복수를 꿈꾸게 된 지우의 선택이 핏빛 누아르의 향연을 선사하며 흥미진진함을 더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조폭의 딸이라는 낙인을 달고 홀로 버텨야 했던 고등학생 지우의 학교 생활은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게다가 동천파 보스 최무진의 비호 아래서도 조직원들의 냉랭함이 절정에 달함과 동시에 신체적 폭력까지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돼 안타까웠다. 

 

[CAST]

지우 : 한소희

최무진 : 박희순

전필도 : 안보현

차기호 : 김상호

정태주 : 이학주

도강재 : 장률

 

다만, 언더커버 소재를 중심으로 만나보게 된 드라마의 스토리 전개 자체는 아무래도 식상한 면이 없지 않았다.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과정 속에서도 결말이 뻔히 보였기 때문에. 하지만 여성 누와르 복수극을 꽤나 실감나게 구현해 냈다는 점만으로도 작품에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경찰 오혜진과 조직원 윤지우로 두 개의 삶을 동시에 살아가며 복수의 칼날을 세우던 주인공이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인 채로 전진하는 모습과 그에 따른 결과가 짙은 여운을 남겨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덧붙여, 지우가 아무리 훈련을 하더라도 힘에서는 밀릴 수 밖에 없으므로 관자놀이, 인중, 턱, 명치 등의 급소만 노려서 공격해 상대를 무력화시키라는 무진의 조언이 완벽한 타당성을 확인하게 해줘 감탄이 절로 나왔다. 상대방과 대적할 때 장비를 활용하여 승부수를 던지던 지우의 액션씬도 눈여겨 볼만 했음은 물론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접하게 된 <마이네임>의 강점은 확실히 스토리보단 캐릭터에 걸맞는 배우들의 연기와 다채로운 액션씬, 여기에 귀를 사로잡는 음악의 힘이 탁월하여 이로 인한 시너지가 극대화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유동훈(윤경호)의 절친으로 딸 지우를 강하게 키워나가면서 보스다운 카리스마와 더불어 복잡미묘한 애증의 심리를 선보인 최무진 역의 박희순, 마약수사대에 합류하게 된 오혜진의 파트너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동안 위기의 순간을 끊임없이 극복하며 사랑의 감정을 싹틔우던 전필도 역의 안보현, 마약수사대 팀장으로 혜진의 정체를 미심쩍어하던 차기호 역의 김상호, 무진이 가장 신뢰하는 조직원 정태주 역의 이학주, 동천파 조직원이었다가 문제를 일으켜 쫓겨난 이후에 뜻밖의 빌런으로 지우의 숨통을 조여오는 도강재 역 장률의 활약이 기대 이상이었다.

 

그중에서도 도강재 역을 맡은 장률의 변화가 가히 충격적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로 인해서 드라마 전반부와 확연히 다른 온도차로 소름 돋게 만든 후반부 도강재의 모습이 머리 깊은 곳에 각인이 되고도 남았다. 연극 무대에서 활동할 때와는 상이한 변신의 면모가 눈길을 뗄 수 없게 만들었음을 밝힌다. 이외에 망고 역의 임기홍, 사태 파악이 빠른 동천파의 브레인 변호사 강수연 역의 백주희도 눈에 쏙 들어왔다. 2회에 아주 잠깐 얼굴을 보인 마약수사대 박진우 역의 홍우진도 반가움을 전했다. 

 

그러나 드라마 <마이네임>은 한소희를 위한 작품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의 세자빈 김소혜, <부부의 세계> 속 여다경 역으로 출연하는 걸 지켜보며 악역 캐릭터의 계보만을 이어나가는 것이 아닐까 걱정하던 찰나에 <알고있지만>의 유나비로 새로운 모습을 선사해 다행스러웠고, 마침내 드디어 <마이네임>으로 파격적인 도전에 성공하며 팔색조의 면모를 경험하게 해줘서 만족스러웠다. 작품촬영 순서는 <알고있지만>보다 <마이네임> 먼저이긴 하지만 그게 중요할까 싶고.

 

덕택에 진한 멜로, 풋풋한 로맨스, 스펙타클한 액션 등등, 장르를 불문하고 어떤 작품이든지 소화할 수 있는 배우로의 존재감을 완벽하게 입증해서 마음에 쏙 들었다. 한소희에게 액션배우의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 <마이네임>에 박수를. 

 

 

액션도 액션이었지만, 작품 속에 담긴 지우의 살기 어린 분위기 속 독기 품은 강렬한 눈빛이 정말 좋았다. 하나 뿐인 소중한 가족을 잃어버리게 만든 장본인을 죽이고 괴물이 될 것을 다짐한 채, 오직 한 가지 목표를 위해 달려왔음을 상기시키며 두려움없이 복수에 몸을 내던지던 순간이 마음을 아리게 만들었다. 

 

더불어 여성이 주체적으로 온전히 극을 이끌어 나가며 뚜렷한 신념을 표출하는 <마이네임>의 탄생이 작품의 타이틀 롤을 맡은 한소희 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를 만난 시청자들에게도 색다른 전환점이 될 것임이 분명해 보여 흡족했다. 그 속에서 조금 더 기발한 시나리오를 만나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에 다다라 만날 수 있었던 애정씬은 지우의 고독과 결핍을 어루만져줌과 동시에 최후의 복수를 위한 준비 단계로 보여줘서 나쁘지 않았다. 상대방을 향한 분노를 폭발시키게 만드는 나름의 기폭제가 되어주기도 했고. 

 

여기에 더해 드라마의 엔딩곡으로 감상이 가능했던 <마이네임> OST인 My Name(Feat. Swervy, Jeminn)의 중독성도 상당했다. 래퍼 스월비의 랩과 재민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전하는 노랫말이 다이내믹한 멜로디 속에서 지우의 현실을 절절하게 표현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도왔다.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네임>은 총이 아닌 칼을 손에 쥔 채 진행되는 액션씬이 많음으로 인하여 피가 낭자함에 따라 잔인한 장면이 많으니,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시청을 결정해도 괜찮겠다. 관람등급이 19세 이상이라는 점도 기억을 하면서 말이다. 

 

오늘의 리뷰를 마무리하는 사진은 <마이네임>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화기애애하게 미소짓고 있는 주연 배우들의 모습으로 골라 봤다.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귀한 한 컷이라서 더 소중했다고나 할까? 

 

앞으로도 <마이네임> 같은 작품이 계속 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배우 한소희의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대한민국의 성공적인 여성 원톱 복수극 액션 누와르의 길을 열어준 것만으로도 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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