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아무도 모른다 :: 어른들을 위한 미스터리 감성 추적극

SBS 드라마 <아무도 모른다>는 어른들을 위한 미스터리 감성 추적극으로, 보는 내내 색다른 재미와 생각할 거리를 전해 주었다. 단순한 장르물이 아니라 스릴러적 요소에 휴머니즘이 돋보이는 드라마가 존재함에 따라 적절히 균형을 맞추어 나가며 사건을 통해 현실을 되새겨 보게 만드는 이야기가 특히나 일품이었기에, 종영 후에도 상당한 여운을 남겼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짊어져야만 하는 역할과 책임감의 무게에 대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막중한 사명감을 경험하게 만들었다.  



호텔 옥상에서 추락해 혼수상태가 되어버린 중학생 고은호의 행적을 쫓으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두 사람은, 소년을 구하고자 악의로 가득찬 인간에 맞서는 좋은 어른이었다. 소년의 윗집에 사는 이웃사촌이자 좋은 친구로 7년 동안 우정을 쌓아 온 광역수사대 형사 차영진과 은호의 담임 선생 이선우는 그렇게 곁의 아이를 지켜내려고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은호가 베푼 뜻밖의 선의가 불러 일으킨 폭풍의 소용돌이는 껍데기에 감춰진 다양한 인간군상의 맨얼굴을 마주하게 도우며 사건 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했다. 뿐만 아니라 친구를 잃고 난 후 19년 동안 영진이 끈질기게 붙잡고 있던 성흔 연쇄살인 사건과의 연결고리 또한 드러남으로써 흩어진 퍼즐 조각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해 긴장의 끈을 한치도 놓을 수 없었다. 



[CAST]

차영진 : 김서형

이선우 : 류덕환

백상호 : 박훈

고은호 : 안지호


+ 서울 지방 경찰청 광역수사대

황인범 : 문성근, 이재홍 : 민진웅, 윤자영 : 강예원,

김병희 : 전석찬, 박진수 : 백수장, 홍은주 : 이채은


+ 신생명교회

권재천 : 전무송, 서상원 : 강신일, 

임희정 : 백현주, 장기호 : 권해효


+ 신성중학교

윤희섭: 조한철, 주동명 : 윤찬영, 하민성 : 윤재용


+ 백상호 측근

오두석 : 신재휘, 고희동 : 태원석, 배선아 : 박민정


+ 그 외

차영진 아역 : 김새론, 정소연 : 장영남, 

최수정 : 김시은, 수정 모 : 서이숙, 

김태형 : 서영주, 이선경 : 안미나,

유지원 : 옥예린, 김창수 : 한수현, 

20세 상호 : 백재우 



두 가지 사건을 하나로 이어주는 절묘한 단서의 조합과 얽히고 설킨 인물들의 관계가 선사하는 놀라운 충격을 알아채는 일이 쉽지 않았던 드라마 <아무도 모른다>였다. 사건의 실체를 향해 다가갈수록 완벽해지던 서울 지방 경찰청 광역수사대 멤버들의 팀워크와 그 속에서 하나가 된 강력1팀 팀장 차영진의 모습도 멋졌다. 이와 함께 동경하던 영진의 팀에 합류해 진가를 발휘하던 윤자영과 묵묵히 차팀장을 따르던 재홍의 활약이 눈부셨다.


모든 사건의 출발은 아이를 방치한 어른으로부터 파생되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고, 더없이 잔혹하게 느껴졌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일을 벌이면 안 되는 거였다. 다만 그저, 시청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조금이나마 더 좋은 어른이 되는 방법을 고심하게 도왔으니 이거야말로 커다란 수확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미스터리 감성 추적극이라는 장르를 내세웠던 드라마 <아무도 모른다>는 잘 짜인 스토리 라인 안에서 배우들의 열연과 섬세한 연출력이 어우러져 보는 재미가 상당했다. 이정흠 감독이 보여준 드라마적 디테일과 영상미는 단연 최고였다. 게다가 김은향 작가는 신인이라고 하던데, 벌써부터 차기작이 기다려지니 말 다한 거다. 출생의 비밀이라는 흔한 설정을 피해가지 않고 정면돌파한 점도 인상적이었는데, 이 역시도 어른들의 잘못에서 발발한 문제였기에 충분히 납득이 가능했다. 그리고, 드라마 제목의 세 가지 의미를 설명한 기사에서 동명 영화와의 연관성까지 고려했다는 점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어서 이로 인한 공감까지 더해졌음을 밝힌다. 


여기에 귀를 울리며 감정을 요동치게 만든 음악, OST의 힘도 대단했다. 선우정아의 '온기', SAAY의 'Happiness', 리차드파커스의 '누구도 풀지 않는 비밀'은 비슷한 결을 가졌음에도 전혀 다른 분위기로 압도하는 존재감이 엄청났다. 그중에서도 리차드파커스의 노래를 통해 들려온 "내가 널 구할게"라는 가사에서 은호를 위한 영진의 진심이 와닿아 마음이 아렸다.   



나도수정초로부터 비롯된 드라마 <아무도 모른다>의 키워드는 공생(종류가 다른 생물들이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것), 부생(엽록소가 없어서 생물의 죽은 몸에 붙어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살아가는 것), 기생(다른 생명에 붙어서 영양분을 흡수하며 사는 것), 이 세 가지로 설명이 가능했다. 


그리하여 차영진의 공생, 고은호의 부생, 백상호의 기생을 중심으로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명확해서 이 점 또한 마음에 들었던 드라마였다. 



드라마 <아무도 모른다>는 김서형 원톱극으로, 배우가 지닌 카리스마와 더불어 세밀한 감정 묘사까지 작품에 전부 담아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만난 김주영 쓰앵님의 강렬함을 잊게 만드는 연기 변신에 감탄을 거듭했음은 물론이다. 


형사의 본분을 다할 땐 냉철한 분위기와 절제된 감정 표현으로 좌중을 휘어잡지만,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만큼은 따뜻한 내면을 가감없이 표출하며 미소 짓는 모습이 최고였다. 액션씬 역시도, 말해 무엇하리! 



가볍게 웃으며 볼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진중한 연기가 대부분이긴 했으나 짧게 스치고 지나가는 장면만으로도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이 전해져 왔으므로 다음에는 로맨틱 코미디나 애절한 멜로, 제대로 웃긴 코미디 등의 장르에서 배우 김서형의 또다른 면모를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선우가 준 사탕을 입에 물고 기분좋은 달콤함에 빠져들려고 하던 찰나에 백상호가 말을 걸어서 찌푸린 얼굴로 돌변하던 영진, 소연의 밥 먹으러 오란 소리에 할 말을 잃어버린 영진의 표정이 기억에 남았다. 

 


차영진이 곧 김서형이고 김서형이 곧 차영진이었던 드라마가 <아무도 모른다>였어서, 1회부터 16회까지 시청하는 동안 차영진의 멋짐에 깊이 빨려들어갈 수 밖에 없었음을 인정한다. 매회마다 화보 찍던 차형사의 패션과 눈빛, 포스가 눈을 즐겁게 했다. 아니, 그냥 방바닥에 누워서 통화하는 것 뿐인데도 이렇게 멋있을 일?


덧붙여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스마트폰을 귀에 가져다 댄 채로 눈 하나 꿈쩍 안 해도 차영진의 남다른 아우라는 가려지지 않았다.  



경찰 제복을 갖춰 입은 영진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이와 더불어 오직 한 가지 목표만을 위해 달려 온 사람의 강력한 집념은 그 누구도 꺾을 수 없는 것이었기에, 차형사의 수사는 점점 더 치밀해지며 범인의 숨통을 서서히 조여갔다. 


그 와중에 오래도록 해답을 찾지 못한 사건을 끈질기게 붙잡고 있던 영진이 외로운 수사를 마무리 짓게 된 건, 팀원들의 의기투합과 선우의 도움이 컸다. 친구 수정의 사건 이후 영진의 멘토와 다름없게 된 황인범 계장이 항상 옆에 있었던 것을 포함해서.


쉽게 곁을 내주지 않는 성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진의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을 수 밖에 없덨던 이유는, 영진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어른의 본보기가 되어준 주인공으로 만나게 돼 더 의미있었던 드라마였다. 




"너였다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까?" 


백상호는 차영진과 고은호를 위기로 내몬 빌런이었지만, 그가 만난 어른들이 애초에 그들이 아니었다면 지금과는 다른 인생을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반면에 입체적인 박훈의 연기로 완성된 백상호가 눈을 뗄 수 없게 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악인을 확인하게 돼 뜻깊었다. 20세의 상호로 출연한 백재우에게도 눈이 절로 갔다.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 속 천진난만한 고동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한 가지 더 얘기해 보자면 마음을 파고든 명대사가 최종회인 16회에서, 그것도 백상호의 입에서 터져 나온 것도 의미심장했다. 이제 되돌릴 수 없게 된 인생 앞에서 되뇌이던 스스로를 향한 물음에 남은 건 서글픈 공허함 뿐이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아이들의 웃음을 지켜내는 것이 어른들의 임무이자 주어진 역할임을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영진은 이제 은호 뿐만 아니라 동명, 민성에게도 좋은 친구이자 사려깊은 어른이 되어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시간이 좀 더 흐른다면 주동명도 고은호, 하민성처럼 환하게 웃을 수 있을 날이 올 거라고 믿어본다. 


각자 다른 상처를 지닌 세 소년의 성장을, 그런 의미에서 계속해서 기대해 본다. 



학교에 가면, 세 친구의 담임이 된 이선우가 그들을 보살펴 줄 테니까 걱정 없다. 신성중학교 과학교사로 선우가 가르치는 과목이 드라마의 연결고리로 작용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도 않다. 작가의 탄탄한 대본을 믿고 본 보람이 있었다.



선우에게도 아픈 과거가 존재했는데, 영진과 같이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미해결로 남을 뻔했던 제자와의 엉킨 실타래를 속시원히 풀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다행스러웠다. 그래서 앞으로는 더 좋은 선생님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중학교 선생님으로 만난 류덕환의 연기도 좋았다. 자신이 맡은 학급과 아이들에 애정을 주지 않던 사람이 은호의 사건을 통해 변화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영진은 아이들에게 언제든지 손을 내밀 준비가 되어 있는 어른이었다. 어린 상호가 자신이 갇힌 방 한구석에서 영진이 손을 건네는 순간을 상상하는 장면이 그래서 더 아프게 비춰졌다. 


그토록 바라 마지 않았던 평생의 소망을 지금에서야 머리 속에서 꿈꿔야만 하는 상호가 눈물겨웠다. 하지만 그가 빌런임을 잊은 건 아니다. 결론적으로, 상호와 상호의 측근 모두가 죄값을 치르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속이 다 후련했다.  



고은호 역의 안지호와 함께 주동명 역의 윤찬영, 하민성 역의 윤재용까지 세 배우의 연기도 드라마 <아무도 모른다>를 보는 재미 중의 하나였다. 


셋이 같이 모여서 맛있는 밥 먹는 장면에 영진이 있어서 내가 다 안심이 됐다. 넷이 같이 먹던 열정분식소의 랍스터 떡볶이는 나도 먹고 싶어질 정도였다. 



어른들을 위한 미스터리 감성 추적극으로의 할 일을 다한 드라마 <아무도 모른다>였다. 대중적으로 익숙한 드라마 장르는 아니었던 관계로 방영 자체가 어떻게 보면 도전이었다고 여겨졌으나 10%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며 선방해서 만족스러웠다.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드라마가 분명했고, 시청자들 또한 작품의 가치를 알아봐 주었기에 이러한 결과가 나왔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스캐에 이어지는 김서형 차기작이라고 해서 무작정 첫회부터 시청을 한 거였는데, 기대 이상의 스토리 전개가 몰입을 도운 데다가 깔끔한 결말까지 접하게 돼서 통쾌하기 그지 없다. 


올바른 공생을 통해 아이와 어른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보다 좋은 어른이 되는 방법을 고민하는 날들이 이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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