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밥집 우형준 정미소에서 닭죽과 닭칼국수 먹고 공연 본 날

우형준 정미소는 압구정역 5번 출구로 나와 찾아갈 수 있는 밥집일 뿐만 아니라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조금만 걸으면 마주하는 것이 가능한 식당이라 관극 전에 식사하기 딱 좋은 음식점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뮤지컬 <셜록홈즈 : 사라진 아이들>을 보러 간 날, 매표소에서 티켓을 수령한 뒤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매표소 오픈이 공연 시작 1시간 30분 전이라서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며 식사를 즐길 수 있어 좋았던 하루이기도 했다. 1시간은 아무래도 촉박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1시간 30분 정도가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형준 정미소는 자가도정한 쌀과 자가제면한 국수를 중심으로 조리된 메뉴를 맛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나무 의자와 나무 테이블이 곳곳에 배치돼 원하는 자리에 앉도록 구성되었으며, 화분을 둬서 자연 친화적인 분위기 또한 풍기는 게 나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깔끔한 인테리어가 돋보여서 인상적이었고, 여럿이 와도 좋지만 혼자서 이곳을 찾아 식사하는 손님들을 여럿 만나보게 돼 혼밥하기에도 적당한 밥집임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메뉴판에서 보여지듯이, 우형준 정미소에서는 닭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를 판매했다. 일품메뉴로는 누룽지백숙, 국수류로는 닭칼국수, 초계국수, 비빔국수, 밥류는 닭곰탕, 닭계장, 닭죽이 존재했고 인원 수에 따라 시킬 수 있는 음식이 달라졌다. 그리고 밥류만 기본 사이즈 외에 특 사이즈 주문이 가능한 점이 눈에 쏙 들어왔다.



공기밥, 고기 및 곱배기를 먹고 싶을 땐 추가비용을 지불하면 된다고 적혀 있었다. 음료는 콜라, 사이다를 포함해 소주, 맥주의 주류도 준비된 것이 시선을 사로잡았음은 물론이다. 원산지 또한 기록돼 눈여겨 볼만 했다.   



물은 생수가 아닌 보리차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오래간만에 먹으니까 구수한 맛이 입을 사로잡아서 좋았다. 예전엔 보리차 많이 마셨는데, 아무래도 요즘은 생수를 마시다 보니까 조금 묘한 기분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괜시리 아련해짐을 피해갈 수 없었던 보리차와의 만남이었다. 



음식을 고르고 난 뒤, 가장 먼저 나온 건 역시나 기본 반찬이었다. 깍두기와 김치 두 종류가 전부였는데 다 맛있어서 같이 먹다 보니까 접시가 금방 비워졌다.


양념이 잘 밴 무의 아삭거림이 좋았던 깍두기와 새콤달콤한 배추의 씹는 맛이 훌륭했던 겉절이가 주문한 메뉴와 잘 어울려서 맛나게 잘 먹었다.  



닭죽은 같이 간 친구가 주문했는데, 맛보기에 앞서 비주얼적으로 평온함이 엿보임에 따라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정갈하게 담긴 닭죽 위로 자리잡은 버섯 3조각과 참기름 몇 방울의 조화가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던 순간이 있었다. 



잘게 썰린 닭고기와 더불어 부드럽게 조리된 쌀의 어우러짐이 감명깊었던 우형준 정미소의 닭죽이었다. 자극적이지 않은 심심한 맛을 토대로 천천히 음미하다 보면, 속이 따뜻해짐과 동시에 절로 든든해졌다. 게다가 소화 또한 잘 돼서 만족스러운 식사메뉴로 부족함이 없었다. 



참고로 닭죽에는 작은 접시에 국물이 함께 나오는데, 이 또한 괜찮았다고 한다. 나는 국물요리를 주문한 관계로 직접 떠먹어 보진 않았다. 



내가 고른 건 닭칼국수였는데 진한 국물과 도톰한 두께의 닭고기, 투박한 생김새가 돋보이는 국수면과 속재료들의 향연이 먹는 내내 마음에 쏙 들었다. 면에 닭고기를 얹어서 국물까지 한꺼번에 즐기면 금상첨화였다. 여기에 깍두기 한 번, 겉절이 한 번, 그렇게 기본 반찬들을 번갈아 가며 먹어주니 입맛에 매우 잘 맞았다.


닭칼국수는 면이고, 닭죽은 죽이라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식사를 마칠 수 있어 이 점도 훌륭했던 압구정 밥집 우형준 정미소에서의 시간이었다. 맛도 나쁘지 않은데 공연장과의 접근성 또한 뛰어나니 다음에 또 재방문하게 될 것이라는 예감, 아니 확신이 들 수 밖에 없었던 순간이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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