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청동 정독도서관 구내식당 소담정 :: 따끈해서 맛있는 우동 한 그릇의 식사

서울 삼청동 정독도서관은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로 나와서 조금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장소다. 경기중고등학교가 1976년에 강남으로 이전한 이후, 학교 건물을 그대로 활용함에 따라 도서관으로 거듭난 곳이라서 특유의 정취를 확인하는 게 가능한 공간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정독도서관은 서울특별시 종로구 화동에 위치해 있으나 삼청동 정독도서관으로 더 유명한 것 또한 사실이다. 



학창시절에는 공부한답시고 자주 방문하다가 한동안 발길이 뜸해졌는데, 오랜만에 생각이 나서 다시 발걸음을 옮기니 감회가 새롭지 않을 수 없었다. 겨울에 마주하는 정독도서관 역시도 운치로 가득해 멋졌다.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목 사이에 벤치를 설치해서 야외에서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꾸며진 점도 마음에 들었다. 이날은 바람이 덜 부는 관계로, 햇살 아래에 앉아 여유를 만끽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도서관 건물 앞에 자리잡은 분수의 위엄도 상당했다. 다만 겨울이라서 시원한 물줄기를 만나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존재감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았으니 됐다 싶다.


생각했던 것보다 황량함이 덜했던 데다가 푸르름을 간직한 나무들의 풍성함을 엿볼 수 있는 점도 정독도서관만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곳에서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정독도서관 구내식당 소담정이었다. 편의점까지 갖추고 있어서 식사메뉴는 물론이고 간식거리까지 구매하는 것이 가능해 만족스러움이 더해지는 공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오래간만에 방문했더니 매점에서 원두커피까지 판매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돼 신기했다. 가격은 1,000원이라고 쓰여 있었다. 



공부도 식후경이니까 소담정에 도착하자마자 메뉴를 선택한 뒤, 식권발매기를 통해 식권을 뽑았다. 정독도서관 구내식당 소담정의 식권발매기는 현금과 카드 결제가 모두 가능해서 만족스러웠다. 메뉴도 다채로워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백반(4,000원)을 기본으로 제육덮밥, 순두부찌개, 김치찌개, 된장찌개, 김치볶음밥, 햄야채볶음밥, 치즈가스, 돈가스, 생선가스, 떡만두국, 떡라면, 우동, 라면, 김밥 등이 판매 중이었다. 그리고 요일특식으로 떡만두국에 공기밥 반을 먹을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단, 오후 12시부터 1시 30분까지의 점심시간에는 원활한 식사제공을 위해 라면, 우동 등의 분식류는 판매를 중단한다고 하니 이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나는 사람들로 많이 붐비는 점심시간대를 피해서 찾아간 덕택에 원했던 분식류를 무사히 주문해서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정독도서관에서 식사를 대신해 자주 먹었던 메뉴는 우동으로, 현재 판매되는 가격은 3,000원이었다. 예전에 비해 가격이 좀 오르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저렴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세월이 흘러 다시 먹게 되니 반가우면서도 기분이 묘했다. 


배식구에서 식권 번호에 맞는 음식과 함께 숟가락과 젓가락을 챙겨서 자리로 돌아왔다. 소담정 내부는 꽤 넓고 좌석과 테이블도 적지 않아서 혼밥을 편히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게다가 1인석까지 마련돼 금상첨화였다.


단촐해 보이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던 한 그릇과 기본 반찬의 조화도 훌륭했다. 



우동에 곁들을 기본 반찬으로 김치와 단무지가 접시에 가지런히 담겨 나왔는데, 전부 맛있었다. 씹을수록 아삭하고 매콤한 김치와 오도독거리는 식감과 새콤함이 입맛을 사로잡은 단무지는 우동과 함께 환상적인 궁합을 선보이며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이러한 이유로 우동과 더불어 김치, 단무지까지 전부 남김없이 먹어치우게 됐던 식사 시간이었음을 밝힌다. 단무지와 김치의 양도 딱 알맞아서 좋았다. 



메인메뉴로 시킨 우동 한 그릇에는 면과 국물을 토대로 김가루와 파를 포함한 갖가지 재료들이 듬뿍 들어가 있어 쉽사리 눈을 떼지 못했다.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여도 가끔씩 정독도서관에서 먹었던 우동이 그리워질 때가 없지 않았던 만큼, 이날의 만남은 무척이나 설렜고 역시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음을 깨달았기에 행복했다.   



게다가 겨울에는 우동이 최고라는 점에서, 계절에 딱 맞게 목적지를 향해 달려간 것이 신의 한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먹었는데, 먹기 좋은 짭짤함이 입가에 미소를 짓게 도와줘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하여 한 그릇의 우동에 어우러지는 재료들의 향연이 흡족함을 전해 준 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우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면발에 대한 얘기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우동면의 적당한 탱글탱글함이 먹는 내내 입 안을 즐겁게 해줘서 천천히 음미하며 꼭꼭 씹어먹게 됐다. 한 마디로, 마음에 들었다는 소리다. 수타 우동의 쫄깃함까진 아닐지라도 도서관 구내식당에서 한끼를 해결하는 차원으로 사먹기엔 의외로 괜찮은 맛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과거에 먹었을 때보다 업그레이드된 비주얼과 맛을 확인하게 돼 신났던 우동 한 그릇의 시간이었다. 그래서 국물까지 남김없이 먹어치웠더니, 배가 든든해졌다. 3천원이지만 양도 꽤 넉넉해서 마음에 들었다. 역시나 겨울에는 우동이 최고다. 


따끈해서 맛있는 우동 한 그릇의 여유를, 서울 삼청동 정독도서관 구내식당 소담정에서 만끽했던 하루였다. 다른 음식들도 궁금하지만, 다음에 가도 역시나 우동을 주문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참고로, 여기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백반이지만 그래도 난 우동파다. 포기할 수 없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