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본즈 앤 올 :: 피를 부르는 식인 소녀 매런의 위험천만한 생존기

카미유 드 안젤리스의 장편소설 <본즈 앤 올>은 피를 부르는 열여섯 식인 소녀 매런의 위험천만한 생존기를 다루며 흥미로움을 자아냈다. 오로지 사람을 먹어야만 채워지는 허기를 보유한 채 태어난 아이의 삶은 본인 뿐만 아니라 곁에 머무르는 소중한 이들의 인생까지 위협하며 고단한 시간을 보내게 도왔다.

 

 

이러한 이유로 매런은 나이를 먹어갈수록 딸의 특별한 식성을 감당해 내기 힘들었던 엄마와 원치 않는 이별을 한 채 홀로 살아내기 위하여 고군분투했다. 그렇게 유일한 가족과 다름 없었던 존재를 떠난 보낸 후, 아빠를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아빠 만큼은 자신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그렇게 여행이 이루어지는 동안 매런의 본능이 깨어나는 때가 상당했으므로,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되는 날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 속에서 같은 종족인 설리번 아저씨는 물론이고 또래의 소년 리를 만나며 매런의 모험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이 책은 인간이 인육을 먹는 풍습을 지칭하는 카니발리즘을 소재로 쓰여진 것이 특징인데, 10대 소녀를 주인공을 내세워 펼쳐지는 스토리 전개가 꽤나 인상적이라서 읽는 내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특히 식인자이긴 하지만 인간이 섭취하는 평범한 음식을 아예 안 먹는 것은 아니었고, 저마다의 성질에 따라서 욕망이 발현되는 순간에만 배를 채우기 위한 행위가 펼쳐졌다는 점이 눈여겨 볼만 했다. 그런 의미에서 매런에게만 매런 고유의 식인 규칙이 존재함을 알게 돼 이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버지를 통해 맞닥뜨리게 된 식인자의 진실, 매런을 응원하며 많은 도움을 준 설리번의 정체, 함께 하는 날들이 길어짐으로써 마주하게 된 리와 매런의 사랑이 어떤 방식으로 결말을 맞이할 것인지와 관련한 내용을 지켜보는 묘미가 쏠쏠했다. 그 와중에 이유없이 친절한 사람을 경계해야 하는 건 평범한 사람도, 식인자도 마찬가지임을 깨닫게 돼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다소 자극적인 설정을 중심으로 작가만의 상상력을 알차게 풀어낸 소설 <본즈 앤 올>은 적당히 집중하며 페이지를 넘기는 일이 가능한 책이었다. 여기에 더해 잔인한 장면을 깊이 파고들어 묘사하지 않았기에 안심하고 읽어 내려갈 수 있어 괜찮았고, 식인자의 고독과 더불어 동병상련의 처지에 놓인 이들을 등장시킴에 따라 그들만의 유대감을 만나보게 해줘 뜻깊었다. 이로써 매런이 희로애락을 겪어 나가며 자신만의 방향으로 한 걸으씩 나아가던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허나 식인소녀를 앞세운 청소년 성장소설이라는 점 외에 별다른 깊이가 느껴지진 않았다는 점에서 독특한 인물이 나오는 킬링타임용 엔터테인먼트 소설에 가까웠음을 밝힌다. 그래도 매런이 주체적으로 살아갈 길을 모색하며 진취적인 행동을 취하던 찰나와 이에 따른 엔딩은 은근히 마음에 와닿았다. 

 

그리고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티모시 샬라메가 주연을 맡음으로써 두 사람이 또 한 번 의기투합하여 작품을 제작한다고 해서 이 점도 조금은 기대가 됐다. 소설 <본즈 앤 올>을 원작으로 재탄생될 영화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를 바라며, 오늘의 도서 리뷰는 여기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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