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이토록 보통의 :: SF가 가미된 감성 로맨스의 여운 (강지혜, 황휘)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는 동명의 웹툰을 토대로 무대화가 이루어진 2019년 초연에 처음 만났고, 2021년 재연은 못 보고 넘어갔다. 그러다 2023년 올해 삼연으로 다시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는 반가운 마음으로 두 번째 관람을 즐겼다. 매번 같은 공연장인 예스24스테이지 3관에 올라옴으로써 작품 특유의 잔잔한 분위기가 잊고 있었던 기억을 상기시켜 이로 인한 여운이 극대화될 때가 없지 않았다. 

 

 

드디어 우주로 발령받음으로써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해 온 우주비행사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된 제이는 사랑하는 은기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제이와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은기는 뜻밖의 통보에 혼란스러워하며 거리를 배회하다 사고를 당한다. 그러나 은기가 깨어났을 때 곁에는 여전히 제이가 있었기에, 둘은 지금까지와 다름 없는 보통의 하루를 보내는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1년 후에 진짜 제이가 우주탐사를 마치고 돌아옴으로써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옆에 있어줬던 제이가 복제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은기는 당황스러워하고,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고민에 빠진다. 한편, 제이는 그런 은기를 보며 슬픔에 잠긴다. 

 

사랑하는 연인의 평범한 나날 속에 갑자기 들이닥친 사고로 인하여 복제인간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며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의 진짜 이야기가 펼쳐졌다. 그리하여 인간과 복제인간을 중심으로 이들의 사랑 및 복제와 관련된 과학기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드는 스토리의 묘미가 여전히 흥미로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와 함께 재연은 안 봐서 모르겠지만, 초연과 삼연 사이의 차이점은 은근하게 눈에 띄어 이 점도 기억에 남았다. 이보통 초연에선 제이가 우주비행사가 되어 탐사를 진행하면서 은기에게 남긴 영상이 벽면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하여 펼쳐졌는데, 삼연으로 다시 보니까 제이가 직접 등장해 무대를 오가며 얘기하는 장면으로 바뀌어서 이목을 잡아끌었다. 제이는 화이트 셔츠에 청바지, 은기는 화이트 셔츠에 면바지를 입고 나타남으로써 보다 깔끔한 의상을 마주하게 해준 점도 나쁘지 않았다. 

 

 

내가 본 날은 강지혜 제이와 황휘 은기가 출연하여 공연을 선보였는데, 두 배우 모두 이보통 뉴캐스트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줘 만족스러웠다. 제이와의 티타임을 앞두고 뜨거울까봐 호호 불어서 커피를 건네주던 황휘 은기의 다정함이 맘에 들었고, 꾀꼬리를 연상시키는 목소리로 넘버를 소화하며 은기를 향한 간절함을 하염없이 내뱉던 강지혜 제이의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둘의 케미에 따른 연상연하 커플의 모먼트도 눈에 쏙 들어왔음은 물론이다.

 

벽에 돌고래 자리 모양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본인의 키보다 높은 곳에 별을 붙이려고 점프하려 애쓰던 제이와 그런 제이를 보며 한참 높다면서 놀리던 은기의 티격태격 케미도 예뻤다. 결국에는 은기가 제이를 들어올려 줌으로써 미션에 성공했는데, 이때 제이가 은기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퍽 소리가 나게 쳐서 웃음이 빵 터졌다. 그로 인하여 맞은 곳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미소짓던 은기와 그걸 보고 환하게 웃던 제이의 다정한 한때도 보기 좋았다. 이에 따라 완성된 돌고래 자리도 시선을 사로잡았고 말이다. 

 

커튼콜데이가 진행되어 무대와 그 속에 존재하는 둘을 담아낼 수 있었던 점도 의미가 있었다. 아담한 제이와 훤칠한 은기의 비주얼도 감탄을 불러 일으켰던 시간이었음을 인정한다. 

 

미술관에서 샤갈의 그림을 보던 순간도 커튼콜을 통해 만날 수 있었으므로, 이 또한 잊지 못할 것이다. 

 

무대를 포함하여 객석 전체가 우주의 일부가 되었던 찰나도 탄성을 내뱉게 도왔다. 따스함이 감돌던 넘버의 아름다움도 스토리에 온기를 불어넣어줘서 만족스러웠음은 말할 필요가 없겠다.

 

4년 만에 본 공연인데, 확실히 첫 관람 때보다 많은 부분이 와닿음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해서 뜻깊었다. 

 

제이, 은기와 더불어 처음과 다시가 선사하는 애틋한 이야기로 말미암아 배우들의 1인 2역까지 확인할 수 있어 감명깊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던 SF 감성 로맨스의 매력을 다시금 일깨워 준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와 다시 만나게 돼 즐거웠다. 

 

"끝이라 생각한 순간, 다시

마지막이었던 순간, 처음으로"

 

덕분에 공연을 보고 난 뒤에도 계속 생각나던 넘버 '다시, 처음'의 멜로디와 가사가 몽글몽글함을 안겨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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