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애월 곽지해수욕장에서 과물노천탕, 곽금4경 장사포어를 보며 바닷길을 걷다

맛있는 고사리 육개장으로 식사를 하고 난 뒤, 곽지해수욕장을 본격적으로 만나보게 되었다. 이곳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곽지리에 있는 해수욕장으로, 물이 빠지면 차가운 용천수가 솟아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특히, 돌담으로 둘러싸인 샘물의 용도는 몸을 씻는 일 외에 식수로도 사용되었다고.




맑은 하늘 아래 펼쳐진, 물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던 푸른 바다와 백사장의 모습에 더해 머릿결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이 어우러져 멋스러운 겨울의 제주도를 선사한 곽지해수욕장이었다. 이와 함께 검은 현무암이 자리잡은 것이 인상적이었음은 물론이다. 



뿐만 아니라 곽지해수욕장이 위치한 곽지리는 선사시대의 패총이 발견된 유서 깊은 마을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 현무암 종류의 패사층이 퇴적된 장소로 조개가 많이 서식하는 곳이라고도 해서 관심이 절로 갔다. 



그리고, 곽지해수욕장 한 켠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과물노천탕 역시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입구 오른쪽으로 두 마리의 돼지 석상이 배치된 점도 흥미를 자아냈다.


이로 인해 돼지들을 가까이서 관찰해 본 결과,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게 눈에 들어와서 현무암으로 만든 석상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도왔다. 



과물노천탕은 해수욕장 개장기간에 한해서만 이용할 수 있게 마련된 곳이라 내가 찾아간 겨울에는 운영을 하지 않는 상태였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입장이 가능하나 오후 12시부터 1시, 오후 5시부터 6시는 정비시간이라고 하니 이 점을 참고해 입장하면 되겠다.


남탕은 왼쪽, 여탕은 오른쪽으로 구분되어 여름이면 많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끌어모으는 명소로 북적일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과물 노천탕 중 여탕의 내부는 위와 같았다. 사진을 따로 찍지 않았지만 남탕의 경우에는 돌담 아래쪽이 오픈되어 있어서 바다와 연결되는 공간이 감탄을 터뜨리게 했는데, 여탕은 아예 닫힌 상태로 차이점이 드러나서 신기했다.



앞서 언급한 물이 빠지면 솟아오르는 용천수로 몸을 씻어낼 수 있는 곳이라고 해서, 과물 노천탕이 선보일 여름의 풍경 또한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게다가 과물은 제주 마을 형성의 역사와 문화가 흐르는 소중한 자연유산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고 하니, 곽지해수욕장에서 과물노천탕 또한 꼭 만나보고 가기를 바란다.


덧붙여, 과물은 곽지과물해변에서 발생하는 용천수의 이름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여기가 곽지해수욕장과 곽지과물해변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제대로 깨달을 수 있었다. 



곽지해수욕장(곽지과물해변)에선 석경감수로 불리는 과물우물의 유래 또한 석판에 기록된 설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 뜻깊었다. 석경은 우물 위치의 지명, 감수는 물맛이 좋아서 붙여진 이름으로써 석경감수란 석경의 탁월한 물맛을 일컬으며 과물이라는 단어로 지칭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오래 전에 조상들은 이 우물을 식수로 이용했고, 가뭄이 났을 땐 이웃마을에서도 과물을 식수로 이용하고자 물을 담는 토기인 물허벅을 물구덕(대나무로 만든 바구니)에 넣어 부녀자들이 등에 지고 다녔다. 1960년대에 상수도가 가설됨으로 인해 더 이상 식수로 사용하진 않지만, 언제든지 마실 수 있는 지하수이기도 하단다. 도내에 여름철 해수욕장 중 유일하게 여인들이 노천탕으로 이용하는 곳이며, 이를 기리기 위해 물허벅 진 여인상과 해녀상을 세워 후세어 알리게 되었다는 얘기가 감명깊었다.


실제로 이곳을 거닐다 보면 물허벅 진 여인상과 해녀상이 눈에 들어오니 이 또한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사진 대신, 눈으로만 담는 것으로 만족했다. 



여름과 달리, 겨울의 해수욕장은 백사장 전체를 비닐천막으로 덮은 후, 그 위에 적당한 간격을 두고 무거운 주머니를 올려서 모래가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처치한 모양새가 색다른 분위기를 경험하게 했다.


이러한 광경은 여름에 볼 수 없는 모습이라서 이색적으로 다가왔던 게 사실이다. 



모래사장 위쪽으로 걷기 좋은 산책길도 마련되어 있어서 원하는 공간을 향해 발길을 내딛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어디로든 움직이기만 하면 모든 것이 그림이었던 장소라 행복했다. 



그 시간 속에서 곽금4경 장사포어에 대한 얘기도 맞닥뜨리게 돼 잠시 걸음을 멈춰보기도 했다. 특히, 곽지과물해변 동쪽 해안가로 끝없이 펼쳐진 백사장에 햇빛이 반사되어 비치는 모습이 멸치의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반짝임과 비슷하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선조들은 멸치떼가 밀려오게 되면 그물을 태우에 싣고 나간 바다에서 멸치를 잡았다. 그리고 만조 때는 장사포구의 원담 안에 멸치 떼가 갇히는 것을 놓치지 않고 어구를 이용해 멸치를 잡았다고 한다. 즉, 장사포어는 곽지과물해변의 원담과 포구가 존재하는 진모살에서의 멸치잡이를 뜻하는 것이란다. 


의도치 않았던 관계로, 곽금8경 중 곽금4경에 속하는 장사포어를 이렇게나마 확인할 수 있어 즐거웠다. 



제주도의 겨울 바다는 한적했지만 외롭고 쓸쓸하기보다 반짝이는 희망으로 가득한 경치를 자랑해서 마음이 포근해졌다.  


덕분에,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바다의 매력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제주도 애월 곽지리의 곽지해수욕장에서의 시간이었다.  



백사장으로 밀려드는 파도 소리도 귀에 선명하게 박혔다.



걷는 내내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던 바다도 아름다웠다. 




이날은 애월한담산책로를 쉼없이 걷고, 점심식사 후에는 곽지해수욕장(곽지과물해변) 곳곳을 움직이며 바다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냄으로써 푸르른 낭만을 즐기는데 집중한 한때였다. 전날엔 사려니숲길 완주를 통하여 숲길을, 다음 날엔 애월 바다여행 코스를 통해 바닷길을 만끽하다 보니 제주도 여행의 끝이 찾아와 짧은 일정이 아쉽게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2019년 1월 제주도 겨울여행은 친구의 말마따나 다이어트 코스에 가까웠지만, 그래서 더 건강하게 놀다 가는 것 같아 몸과 마음은 오히려 더 편했다.


하지만 역시나 피곤함을 감추기는 힘들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한참을 꾸벅꾸벅 졸았으니까. 그래도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다행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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