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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이터니티 :: 글램록을 소재로 탄생된 공연 후기 (변희상, 김우성, 김보현)

초록별 2024. 12. 8. 13:15

 

뮤지컬 <이터니티>는

1960년대에 새로이 등장한

글램록을 소재로 탄생된 공연으로써

흥미로움을 안겨주었다. 

 

강렬한 사운드가 도드라지는

색다른 록 장르의

음악이 선사하는 강렬함과

이에 못지 않은 가수의

독창적인 패션이

어우러진 이야기가

눈여겨 볼만 했다.

 

 

모두가 사랑하고 또 증오했던

최고의 글램록 스타 블루닷이

살아낸 과거와 

그 시절의 블루닷을 동경하며

 글램록 스타가 되길

꿈꾸는 카이퍼의 현재가 교차되는

평행우주 속에서

가슴이 벅차오르는 순간을

마주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

 

전혀 다른 시공간을 살아가고 있음에도

카이퍼의 진심어린 외침이

절망으로 가득한

블루닷에게 닿으며

두 사람이 만들어 내던

무대가 감동을 자아냈다.

 

글램록과 블루닷은

대중들에게 잊혀져 갈 지언정,

모두가 그를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그리하여 카이퍼는

자신에게 삶을 버틸 이유를

선물해 준 블루닷을 기억하며,

블루닷은 외로움을 극복하게 해준

카이퍼의 존재를 상기하며

자신의 음악과 인생을

오롯이 움켜쥔 채

서로가 서로의 영원이 되어

노래를 불렀다. 

 

이것이 뮤지컬 <이터니티>를 관람한

나의 해석이자 관람평이다.

 

 

평행에 놓인 두 시간 사이를 오가며

블루닷과 카이퍼를

연결시켜 준 것과 다름 없는

머머의 역할도 대단했다.

 

블루닷 역 변희상은

글램록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했으나

외로움에 몸서림치는

인물의 처절함을,

카이퍼 역 김우성은

블루닷을 애정하는 덕후일 뿐만 아니라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라이징 스타로의 면모를 뽐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블루닷이 선보인 고독이 

공감을 불러 일으킬 때가 있었고,

카이퍼가 블루닷의 살랑거리는 춤사위를

따라 하려 애쓰던 모습은 귀여웠고

자작곡인 '달의 발자국'은

블루닷이 만든 '오랜 악몽' 못지 않은

여운을 남겼다. 

 

머머 역 김보현은

블루닷 이후에 나타나

전성기를 맞이한

제이제이의 무대를 선보이며

눈과 귀를 떼지 못하게 만들었고,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연결고리로

음악이 건네는 순간의 위로가

영원의 울림을 전하는 까닭을

몸소 일깨워 줘 감동이었다. 

 

 

근데 사실 스토리 자체는 

별 거 없었고,

라이브 밴드를 무대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눈 앞에서 맞닥뜨리게 해줘

한층 더 생생한 음악의 매력과

배우들의 호연이 압도적인

공연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랜디답게 무대 조명도 삐까뻔쩍해서

황홀함을 자아냈음은 물론이다.

 

그 와중에 전자 바이올린의 포스가

남달라서 짜릿함이 극대화되었다고 한다.

 

커튼콜에서 다같이 신나게 뛰어놀며

즐길 수 있는 것도 공연의 장점이었고,

김우성 카이퍼가 

'달의 발자국' 넘버 열창 중 

어레인지를 들려줘서 이 또한

입을 다물지 못하게 도왔다.

 

락뮤를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맞춤 공연이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마지막으로,

공연 전 안내멘트도

뭉클함을 전해주었음을 밝힌다.

 

누군가의 과거이자 미래이자 현재일

모든 카이퍼들의 행복을 바란다는

그 한 마디에 울컥함이 밀려왔다.

 

뮤지컬 <이터니티> 초연은

오늘로 막을 내리지만,

다시 또 만나게 될 것을 알기에

너무 많이 아쉬워하진 않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