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의 하루/책 읽는 일상

죽은 자의 집 청소, 죽음으로부터 비롯된 직업과 그 안의 놀라운 이야기

초록별 2020. 8. 20. 00:14

김완의 에세이 <죽은 자의 집 청소>는 죽음 언저리에서 행하는 특별한 서비스를 업으로 삼은 저자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었다. 특수청소업체 하드웍스 대표 김완의 글 속에는 죽음으로부터 비롯된 망자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었으므로,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특수청소업체는 일반청소업체와 달리, 홀로 쓸쓸히 죽은 사람의 집을 청소하는 일이 주된 업무로써 의뢰를 받아 도착한 공간에서 마주한 순간들을 책을 통해 만나보는 게 가능했다. 



캠핑장을 연상시키는 텐트가 세워진 방 안에서 소주 몇 병과 이력서, 위로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출간된 책들이 발견되었다. 그리하여 쓰디쓴 술로 서글픈 인생의 한 자락을 다스리려 애썼을 집주인의 속내를 조심스레 헤아려보지 않을 수 없어 안타까웠다. 프롤로그 이후에 본격적으로 맞닥뜨리게 된 첫번째 이야기 '캠핑 라이프'의 주인공이 머물렀던 장소는 정말로, 편안한 휴식을 취하게 해주는 집이 아니라 잠시 머물렀다 떠나야 하는 캠핑장처럼 느껴져 마음이 아파왔다.


스스로의 의지로 죽음을 눈앞에 둔 당사자가 이를 위하여 구입한 용품과 함께 살아 생전에 사용했던 물건들의 정리까지 깔끔하게 마친 상태에서 세상과 마지막을 고한 '분리수거'도 놀라움을 경험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건물의 계단 청소를 맡은 사람이 기억하는 과거의 모습이 선함 그 자체였어서 슬픔을 자아냈다. 



작가의 직업은 소설에서 접해 본 적이 있는 유품정리업체의 유품관리사가 하는 일과 상당히 비슷했다. 그래서 궁금했고, 관심이 가게 돼 읽게 된 책이 바로 <죽은 자의 집 청소>였다. 1장에서는 홀로 떠난 사람들의 흔적을 말끔히 청소하는 동안 겪은 현실과 그 안에서 느꼈던 남다른 기분을 문장으로 표현해 나간 것이 특징이었다. 방 안에 남겨진 물건들을 토대로 그곳에 살았던 인물의 모습을 떠올려 보고, 애도하며 그들의 죽음을 마음에 담는 얘기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사람은 물론이고 고양이의 죽음까지 도맡아 해결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저자가 편지글의 형식을 빌려 추모하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사랑하는 영민 씨에게'도 눈여겨 볼만 했다. 


2장을 통해선 본인이 하는 조금은 특별한 일에 대한 소개 및 특수청소부로써 맞이하게 된 감정의 희로애락과 일상의 다채로운 에피소드를 풀어놔서 흥미로웠다. 그중에서도 통화를 시도한 인물의 자살을 막은 '당신을 살릴까, 나를 살릴까'와 죽은 자의 집 청소에 대한 문의 전화를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난 사람의 일화가 기록된 '가격', 직업병이 공포와 안도를 동시에 느끼게 해준 '솥뚜껑을 바라보는 마음'이 기억에 남았다.


독특한 직업을 중심으로 쓰여진 에세이 <죽은 자의 집 청소>는 특수청소부의 역할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고 있었는데, 이를 설명하는 작가의 글솜씨가 좋아서 책 속에 더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저자소개를 통해 대학에서 시를 전공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절로 고개를 끄덕거렸음은 물론이다. 



지금은 특수청소부가 다소 생소하게 여겨지고 있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는 어쩌면, 우리 곁에 익숙하게 자리잡은 직업군이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니, 삶 못지 않게 죽음의 의미 또한 곱씹어 보게 되는 일이 많아졌다.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그럴 수 밖에 없는 건 당연하다고 본다. 그러니 이러한 일과 관련된 직업의 가치 역시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빛을 발하지 않을까?


덧붙여 자살, 고독사 등을 이유로 죽음을 맞이한 이들의 공간을 정리해 줌으로써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하고 기억해주는 존재가 있어 외로움이 덜할 것 같아 안심이 됐다. 죽음으로부터 비롯된 직업과 책 속 이야기의 결말은, 그런 의미에서 마냥 새드 엔딩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