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애월 곽지해수욕장 임순이네 밥집에서 걸쭉한 고사리 육개장 한 그릇 뚝딱
제주도 겨울여행 코스로 한담해안산책로를 걷다보니 점심 때가 다 되었고, 그러자 슬슬 배가 고파졌다. 그래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여기는 다 둘러봤다고 생각해서 다음 목적지로 이동해 식사부터 먼저 마친 뒤, 구경을 나서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하여 도착한 곳은 제주도 애월 곽지해수욕장으로, 버스를 탔더니 금방 도착했다. 아무래도 겨울이라 사람들이 거의 없어 한산했는데, 이 와중에 길을 잘 몰라서 카카오맵에 의지하며 식당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일단 처음에는 곽지해수욕장을 화살표로 알려주는 표지판을 따라 걸었다. 밥집이 곽지해수욕장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어 도보로 5분이면 금방 만나는 게 가능했다.
길치인 나에게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안성맞춤이었던 음식점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날 내가 방문한 곳은 임순이네 밥집이었다. 제주도로 여행 온 김에 제주도 토속 음식을 맛보고 싶었는데, 때마침 좋은 기회가 생겨 행운이다 싶었다. 가게 위치를 가르쳐주는 커다란 안내판에는 제주3대 잔치요리로 몸국, 고기국수, 고사리 육개장을 설명하고 있어서 이중에 한 가지를 점심식사로 즐길 결심을 확고히 다졌다.
위의 세 가지 메뉴 중에서 제대로 아는 건 고기국수 하나 뿐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몸국과 고사리육개장의 존재까지 확인하게 돼 즐거웠다. 사람들을 밥집으로 안내해주는 팻말은 굉장히 낡아 보였으나 피카츄의 발랄한 몸짓과 미소 짓는 표정이 재밌어서 자꾸 들여다 보게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건물 외관은 따로 찍어두지 않았는데, 샛노란 벽면이 인상적인 가게였던 건 기억이 난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손님 한 분이 식사 중인 모습을 포착하는 것이 가능해 속으로만 반가움을 표했는데, 멀리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를 통해 단골임이 판명되었다. 게다가 내가 자리에 앉고 나서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게를 나갔기에 남은 건 사장님 부부를 제외하면 손님은 나 혼자 뿐. 덕분에 완벽한 혼밥을 만끽할 수 있었다고 한다.
메뉴판에서 원하는 음식을 골라 주문하니, 그릇에 정갈하게 담긴 밑반찬 6종이 테이블에 가지런히 등장했다. 오징어젓갈, 마늘장아찌, 멸치볶음, 김치, 고추와 쌈장 모두 주문한 메뉴와 잘 어울려서 같이 먹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특히, 매콤짭쪼름한 오징어젓갈의 맛이 좋았다.
메인 메뉴에는 밥 한 공기가 같이 나와서 배를 든든하게 채우는데 큰 힘을 발휘했다. 국수 말고 국 종류를 주문하면 밥이 따라 나오는 건 당연하다고 볼 수 있겠다.
밥 한 공기와 국 한 그릇의 조화는 언제 먹어도 최고니까.
내가 임순이네 밥집에서 선택한 식사 메뉴는 고사리 육개장으로 가격은 7,000원이었다. 고사리 육개장은 제주의 전통 음식으로 돼지사골뼈로 우려낸 육수에 잘게 찢은 돼지고기와 정성껏 손질한 고사를 넣어 만든 제주식 육개장이다.
특히 고사리는 산에서 나는 소고기로 불릴 만큼 영양분이 풍부하면서도 낮은 칼로리를 자랑함과 동시에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많아서 다이어트할 때 먹기에도 괜찮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 뿐만 아니라 혈압조절에도 도움을 주기에 고혈압 및 혈관계 질환에도 좋다고 한다. 여기에 피로감을 느끼거나 몸이 허한 상태의 사람들이 먹으면 보신도 된다고 하니 안 먹어볼 수가 없었다.
뚝배기 안에 담긴 따끈한 고사리 육개장의 비주얼은 걸쭉한 죽의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는데, 그 위로 송송 썰어서 올린 파가 넉넉히 곁들여져 있어 마음에 쏙 들었다. 덧붙여, 사진 속에 김이 모락모락 나던 찰나가 실감나게 촬영된 점도 만족스러움을 더했다.
드디어 직접 먹어 본 임순이네 밥집의 고사리 육개장, 그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걸쭉한 국물 안에서 부드러운 고사리와 돼지고기가 먹기 좋은 상태로 잘게 손질된 채로 푸짐하게 들어가 있어 감칠맛이 그만이었다.
꽤 뜨거웠던 관계로, 뚝배기 안의 음식을 후후 불어서 밥에 올려 함께 먹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먹을수록 고소함과 구수함이 한꺼번에 느껴지는 고사리 육개장은 별미 중의 별미였다.
제주도 애월 곽지해수욕장 임순이네 밥집에서 먹은 걸쭉한 고사리 육개장 한 그릇 주문으로 완성된,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 한 상의 생김새는 위와 같았다. 제주도 토속 음식인 고사리 육개장을 처음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입맛에 잘 맞아서 흡족했고, 밥과 반찬까지 맛있어서 남김없이 먹으며 포만감 가득한 식사를 누리게 돼 행복했다.
재밌었던 건 혼자서 점심 한 끼를 섭취하던 바로 그때, 가게 안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이 나의 상황과 적절하게 맞아 떨어졌다는 거였다. 그 많은 노래 중에서도 하필 에픽하이의 '혼자라도'가 울려퍼질 줄은 몰랐으므로, 전주가 시작될 때부터 웃음이 터져 나오는 걸 참지 못 했다.
제주도에 도착한 2019년 1월의 여행 첫날 밤에 들려온 '제주도 푸른 밤'에 이어 떠나기 전날 혼밥할 때 '혼자라도'를 감상하게 되다니, 이런 시간들이 계속되다 보니 정말이지 시기적절하게 잘 떠나왔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벅찼다.
마지막으로 곽지해수욕장 근처에서 맛좋은 고사리 육개장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싶다면, 임순이네 밥집도 괜찮은 선택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혼밥도 무리없어서 더 괜찮았던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