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위로/따뜻한 밥 한끼

혜화역 밥집 긴자료코 대학로점에서 사케동(연어덮밥), 명란크림우동으로 푸짐한 일식 한끼

초록별 2019. 12. 31. 23:03

긴자료코 대학로점은 혜화역 2번 출구로 나오면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는 밥집으로, 키득키득 아트홀 공연장 가까이에 위치한 음식점이었다. 참고로 이곳은, 일식 중에서도 일본 가정식 위주의 요리를 판매하는 가게였다. 


무인 주문기로 메뉴를 선택해 결제하고 난 뒤에 오픈 키친을 둘러싼 'ㄷ'자 형태의 바 테이블에서 식사가 이루어졌으며, 가게 내부는 깔끔함을 자랑했다. 



주문과 더불어 기본 세팅 역시도 손님들의 몫으로, 식기는 물론이고 물과 김치와 미소 된장국도 원하는 만큼 가져다 먹을 수 있게 구성된 것이 특징이었다. 이름하여, 셀프 서비스! 


특히, 이날 맛본 김치와 미소 된장국의 경우에는 우리가 고른 음식들과 궁합이 잘 맞아서 메인 메뉴와 함께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우리가 긴자료코 대학로점에서 가장 먼저 결정한 메뉴는 사케동(연어덮밥)이었다. 음식이 나온 순간, 신선한 빛깔을 지닌 연어가 밥을 둘러싼 채로 가지런히 자리잡은 모습이 보여서 군침이 돌았다. 그리고 아래쪽으로는 김가루, 위쪽으로는 와사비와 깻잎이 멋진 비주얼을 뽐내며 황홀함을 자아냈다. 



본격적인 먹방에 앞서서 직원이 설명해 준 긴자료코의 사케동 먹는 방법을 유심히 듣고 이에 따랐다. 여기에서 직접 만든 간장을 그릇 안에 뿌린 뒤 김가루, 밥, 연어, 와사비 적당량을 비비지 않고 숟가락에 올려서 먹어주면 된다고 했다. 이때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은 밥을 비비지 않고 떠먹어야 한다는 거였다. 



이것이 바로 긴자료코에서 직접 제조한 간장인데 들은대로, 짜지 않아서 연어덮밥에 여러번 둘러 먹기에 알맞은 소스였다. 


게다가 사케동 한 그릇에 곁들여 먹기 딱 좋은 양을 건네 주셔서 이 또한 만족스러웠다. 간장 소스가 담긴 식기의 모양도 인상적이었다. 



연어의 두께가 많이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편인 데다가 맛도 좋아서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메뉴임을 확인하게 해주었다. 연어를 중심으로 재료들의 조화가 맛깔나게 잘 어우러진 점도 마음에 들었다.


사케동에 뿌려 먹게 등장한 긴자료코만의 수제간장 역시도 신의 한수였음이 틀림 없었다. 이렇게 안 짠 간장은 처음 먹어봐서 더 신기했다. 참고로, 깻잎은 장식용이라서 따로 떼어내고 먹었다.




명란크림우동은 수란을 터뜨려 음식 전체에 노른 자가 골고루 배어들도록 잘 섞어서 먹어주면 됐는데, 이로 인한 고소함이 입 안에 가득 느껴지는 맛이 일품이었다. 이때 명란은 한꺼번에 많은 양을 욕심내지 말고, 조금씩 다른 재료들과 같이 섭취해주는 것이 포인트였다.



다만 메뉴 자체가 크림소스가 베이스인 만큼 먹다 보면 느끼함이 올라올 수 있으니, 이럴 땐 김치의 존재를 기억하며 젓가락을 움직여 보면 어떨까 싶다. 친구와 나 또한, 김치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미소 된장국도 없어서는 안됐다. 



테이블에 등장하자마자 깜짝 놀랐는데, 그 이유는 사케동과 명란크림우동이 담긴 그릇의 크기가 어마어마해서였다. 그런데 접시만 큰 게 아니라 양도 생각보다 푸짐해서 먹다 보니 금방 배가 불렀다. 이로써 그릇의 크기가 긴자료코 대학로점의 전부는 아니었음을 알게 돼 흥미로웠다.


연어덮밥과 명란크림우동이 푸짐한 일식 한끼를 선사해서 좋았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연어가 메인인 덮밥과 크림소스 위주인 우동을 같이 시켰더니 아무래도 느끼함을 잡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에 방문한다면, 맛의 균형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메뉴와 조합으로 도전을 해봐야겠다 싶다. 둘 다 맛있었으나 동시에 같이 시켜 먹는 일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우리의 입맛에 따른 취향임을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