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위로/따뜻한 밥 한끼

연희동 밥집 시오에서 푸짐하고 맛좋은 일본가정식을 맛본 날

초록별 2019. 11. 17. 19:47

친구와 연희동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자마자 머리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밥집은 일본가정식으로 유명한 시오였다. 서울대입구와 합정에 분점이 존재하는 음식점이었지만, 연희동에서 운영되는 식당이 본점이었기에 이곳의 맛이 제일 궁금해질 수 밖에 없었다.


연희동은 지하철보단 버스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 정류장에서 내려 조금만 걷다 보면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가능해서 시오를 찾는 일이 그리 어렵진 않았다. 



주말 점심 때 방문했더니 빈 자리가 없어서 웨이팅을 해야 했으나 우리가 그중에서도 1번이었으므로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기다리진 않아도 돼서 좋았다. 가게 안에 대기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 점도 만족스러움을 자아냈다. 


뿐만 아니라 벽면을 채운 아기자기한 그림 또한 인상적이었던 연희동 시오였다. 



자리가 나길 기다리면서 메뉴판을 확인해 봤는데, 점심 때 판매하는 음식이 삼색야끼도리와 스프카레 두 종류 뿐이라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둘이 온 김에 전부 먹어보기로 결정을 했고, 그리하여 메뉴 선택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아도 돼서 괜찮았다.



글 뿐만 아니라 색칠까지 완벽하게 해서 선보인 메뉴판으로 인해 시오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더 커져갔던 것 또한 사실이다. 



잠시 후, 안내 받은 자리에 앉았는데 우리가 착석한 테이블 바로 위에도 삼색야끼도리 그림이 눈에 보여서 흥미로웠다. 사진 못지 않은 섬세한 표현으로 완성된 한상차림이 설렘을 전했다.


메뉴판에서 본 그림과 은근한 차이점이 눈에 들어오는 점도 재밌었다. 




시오의 내부는 따뜻한 조명과 싱그러운 식물이 자라나는 화분과 더불어 귀여운 소품과 그림으로 채워진 액자가 시선을 사로잡는 곳이었다. 아기의자도 준비되어 있어서 이 또한 눈에 쏙 들어왔다.


그리고, 바로 뒤쪽으로 계단 몇 개만 올라가면 테라스를 연상시키는 장소가 펼쳐진 점도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예상보다 테이블이 많고 간격도 적당히 떨어져 있어서 조곤조곤 수다 떨며 식사하기에도 제격인 곳이었다. 



삼색야끼도리는 부드러운 닭다리살이 한가운데에, 스크램블과 청경채가 양옆을 차지해서 맛을 보기 전부터 눈으로 먹는 재미가 상당한 메뉴였다. 이 한상차림의 메인으로 자리잡은 삼색야끼도리 외에도 아삭한 샐러드와 매콤한 김치, 말랑말랑한 질감과 입에서 사르르 녹는 맛을 선사한  연두부, 바삭한 가지튀김, 고소한 나물, 된장국이 더해져서 조화를 이루는 비주얼이 최고였다.



물론, 보이는 것 이상으로 맛도 훌륭했다. 식사를 마치고 딸기 요거트로 마무리를 하니 상큼함이 더해져서 기분이 좋아졌다. 애피타이저부터 메인 메뉴, 후식까지 완벽한 플레이트를 마주할 수 있어 즐거웠던 식사 시간이었다. 



반질반질 윤기가 나던 닭고기는 질기지 않은 데다가 양념이 제대로 스며들어 먹을수록 감칠맛이 살아났다. 보들보들한 스크램블과 씹는 맛이 좋았던 청경채까지 같이 먹으면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시오의 대표메뉴다운 맛! 닭고기의 양도 정말 푸짐했다. 


그릇의 아래쪽에는 밥이 담겨 있었는데, 매운 고추가 포함되어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짐작이 됐다. 하지만 그냥 먹어도 느끼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아무래도 고추가 매워 보이길래 우리는 따로 덜어놓고 맛은 안 봤다. 간도 센 편이 아니라서 맛있게 잘 먹었다. 



가지 튀김은 가지를 동그랗게 튀긴 다음에 아몬드를 잘게 썰어 위에 올린 생김새가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음식이었다. 가지 튀김만을 위한 것으로 보여지는 작은 접시도 앙증맞았다.


게다가 튀김옷이 예술이라서 군침을 절로 삼키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친구가 먹었는데 맛이 좋았다고 한다. 



시오의 된장국에는 꽃게가 들어가서 시원함이 일품이었다. 삼색야끼도리와도 매우 잘 어울려서 같이 먹기에 딱이었다. 은근히 칼칼함까지 확인할 수 있었던 국물이 취향에 잘 맞았던 된장국의 맛을 접하게 돼 행복했다.


삼색야끼도리와 된장국의 조합은, 정말 아름다웠다.  



스프카레는 북훗카이도 사포로 지역의 대표카레라고 한다. 48시간 동안 끓여낸 진한 육수에 카레를 넣어서 조리한 다음, 돼지고기와 각종 야채를 튀겨 올린 게 특징이다. 샐러드, 김치, 연두부, 나물과 같이 먹다가 딸기 요거트로 식사의 마지막을 장식하니 깔끔했다. 



삼색야끼도리에 비해 반찬의 가짓수는 적지만, 스프카레 한 그릇에 담긴 풍성한 재료가 맛의 깊이를 더해줘서 아쉽진 않았다. 덧붙여, 스프카레는 먹는 방법이 조금 달랐다. 카레에 밥을 말아 즐기는 것이 아니라 국물과 재료를 떠서 밥에 비벼 먹으면 되는 거라 신선했다. 



스프카레의 국물은 삼색야끼도리에 비해 간이 좀 센 편이었지만, 밥이랑 같이 먹으니 딱 알맞았다. 스프카레 안에 계란 반쪽, 토마토, 숯불 맛이 느껴지던 고기, 브로콜리, 버섯, 감자 등이 넉넉하게 들어가 풍부한 영양을 자랑하는 음식이라는 점도 마음을 사로잡았다.


국물이 있는, 스프로 이루어진 카레는 처음 먹어보게 된 거였는데, 기대 이상이라 흡족했다. 특히, 깊고도 진한 스프 본연의 풍미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음을 인정한다. 


요즘 들어 의도치 않게 다양한 종류의 카레를 맛보는 중인데, 다 맛있다.  



연희동 밥집 시오에서 푸짐하고 맛좋은 일본가정식을 맛볼 수 있어 신났던 하루였다. 이날이 연희동으로의 첫 방문이었는데, 식사류 못지 않게 디저트류 또한 맛있는 가게가 많다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다시 또 발걸음을 옮기고 싶다.


참고로, 식사 시간대를 딱 맞추어 가지 않으면 웨이팅이 덜하고 한산한 편이니 이 점도 기억해 두면 좋겠다. 우리가 도착한 게 1시 쯤이었는데, 먹다 보니 서서히 빈 테이블이 생겨나서 여유로워 보였다. 날마다 차이가 있긴 할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