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혜화역 계절의 연음 :: 정갈한 분위기와 맛이 공존하는 대학로 한식집
서울 4호선 혜화역 1번 출구에서 나와 걸으면 만날 수 있는 계절의 연음은 정갈한 분위기와 맛이 공존하는 대학로 한식집이었다. 지하철역에 근접한 밥집은 아니라서 골목 안쪽으로 좀 더 들어와야만 발견할 수 있는 곳이긴 한데, 가게 내부는 물론이고 음식의 맛까지 마음에 들어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기는 게 가능했다.
그윽한 시어를 연상시키는 가게의 이름이 호기심을 자아냈던 계절의 연음은 입구 가까이에 메뉴판을 설치, 이곳에서 판매하는 기본 메뉴는 물론이고 오늘의 반찬까지 미리 확인하고 입장이 가능하도록 구성돼 흡족함을 자아냈다.
덧붙여, 반찬은 매일 달라지는 걸로 알고 있다.
입구 근처에 혼자서도 식사할 수 있도록 1인석이 구비된 점도 눈에 띄었다. 안쪽으로는 2인용 테이블이 몇 개 마련되어 우리는 그곳에 앉았는데, 가게 자체가 넓은 편은 아니었다.
그치만 쾌적한 환경을 자랑하는 곳이라 좋았다.
가게 구석에 커다랗고 동그란 거울이 인테리어를 겸하고 있었는데, 자리에 앉으니 우리 얼굴이 보여서 사진은 윗부분만 남겼다. 옆에 혼밥하는 분도 계셨고.
우리나라의 과거를 떠올리게 만드는 미니어처와 화사함이 돋보이는 화관으로 장식된 거울 윗부분도 인상적이었다.
메뉴를 주문하고 먹기 전에 물부터 한 모금 마셨다. 생수는 아니었던 것이 분명한데 보리차였는지, 둥굴레차였는지, 어떤 차 종류였는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남아 있지 않다.
다음에 또 가서 마셔보고 잊지 말아야지!
이날 등장한 오늘의 반찬은 물김치, 감자 고추 조림, 도라지 오이무침, 목이버섯, 김치였다. 이중에서 물김치와 김치가 안내판에 쓰여있지 않은 걸로 보아서는 세 가지 반찬만 매일 바뀌는 걸 수도 있겠다 싶었다.
반찬은 전부 다 맛있었는데 이중에서도 감자고추조림과 도라지 오이무침이 입맛에 잘 맞았다.
제육볶음은 매콤짭짤한 맛이 일품인 메뉴였다. 질기지 않은 고기와 아삭거림이 살아있는 갖가지 채소가 한데 어우러짐으로써 경험하게 해주는 식감의 부드러움이 특히나 좋았다.
다만, 간 자체는 조금 짠 편에 속했다. 친구와 내 입맛에는 밥과 함께 먹으니 딱 알맞았는데, 제육볶음만 먹게 될 경우에는 짜다고 느껴질 가능성이 존재하니 이 점은 참고하기를 바란다. 살짝 짜긴 했는데 이게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서, 맛있게 짠 맛이라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그리고 제육볶음에는 미역국이 나오는데 이 점도 좋았다. 미역국도 맛있었다. 미역 반, 국물 반의 환상적인 조합을 뽐냈던 미역국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제육볶음이랑 같이 먹으니 더 꿀맛이기도 했다.
구수한 된장을 중심으로 완성된 차돌박이 된장찌개의 맛도 기대 이상이었다.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에 맛깔나게 담겨나온 찌개 안쪽으로 차돌박이의 양도 넉넉해서 맛있게 잘 먹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재료들 역시도 듬뿍 담겨 있어 최고였다.
밥 반찬으로는 역시 고기가 들어간 찌개를 빼놓을 수 없는 거다. 더불어 차돌박이 된장찌개는 제유볶음에 비해 간이 세지 않았다. 이와 함께, 두 가지 음식 중 취향에 더 맞았던 건 차돌박이 된장찌개였음을 밝힌다.
그리하여 탄생된 우리의 고기고기한 밥상은 위와 같았다. 반찬도 괜찮았고, 두 가지 메인 메뉴도 깔끔하게 잘 나와서 대학로의 맛좋은 한식집으로 꼽아도 손색없는 계절의 연음에서의 시간이 즐거웠다.
다음에 또 시간 될 때, 한식 생각이 날 때 가보려고 한다. 음식 가격도 만원 안팎이라 적당했던 계절의 연음. 가게 이름은 물론이고 음식의 맛까지 제대로 각인시켜 준 곳임을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