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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이 아름다운 제주도 해안동 카페 73st에서 따뜻하게 티타임

초록별 2019. 4. 28. 21:21

제주도에 도착한 첫날, 저녁만 먹고 숙소로 돌아가기엔 아쉬워 디저트 타임을 위해 차를 타고 이동했다.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온 노래가 하필이면 '제주도 푸른 밤'이었어서, 이날의 제주도 여행이 운명이었음을 직감했던 하루였다. 


그렇게 익숙한 멜로디와 가사를 제주도 도로 한복판에서 듣게 된 순간, 친구와 나의 입에서 동시에 웃음이 터져 버렸다.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로 이어지는 음악을 감상하던 시간대도 딱 저녁이었던 만큼, DJ의 탁월한 선곡이 깨알 재미를 선사했던 우리들의 드라이브는 제주도 푸른 밤을 수놓는 불빛 사이로 한동안 계속 이어졌다. 



제주도 해안동에 위치한 카페 73st는 야경이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 곳에 자리잡음으로써 멋진 밤의 풍경을 선사하는 장소였던지라 기분이 더 좋아졌다. 날이 많이 어두웠던 관계로, 카메라에 제대로 담기지 않을 것 같아 눈으로 잠시나마 그날의 시간을 담고는 카페 입구를 향하여 걸음을 옮겼다. 


낮엔 괜찮았지만 밤에는 바람이 꽤 강해서 발걸음이 절로 빨라질 수 밖에 없었다. 




건물 입구에 장식된 전구의 반짝임이 눈부셨고, 야외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테이블이 마련된 것도 눈에 띄었으나 겨울이었으므로 문을 열고 들어가기에 바빴다. 



카페 73st는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주저없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밟았고, 빈백이 놓인 테이블을 보자마자 여기에 앉기로 다짐했다. 빈백이 처음에는 좀 어색해도 적응이 되면 세상 편한 의자라는 걸 알게 된 이후로는 거부할 수 없게 되었다고나 할까?  



생각보다 빈백이 마련된 카페가 많지 않은 관계로 자주 만나기 힘들어 아쉬웠는데, 놀러 온 제주도에서 이렇게 마주하니 반가움이 앞섰다. 그래서 빈백을 위한 기념사진도 찰칵! 남겨 주었다.  





2층에는 빈백 외에도 다양한 형식의 테이블과 의자가 구비되어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쪽 벽면은 스크린으로 활용해 영화 상영이 이루어지고 있었으므로, 이 점을 참고해서 자리를 잡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널찍한 2층 건물을 멋드러지게 사용 중이던 제주도 해안동 카페 73st였다. 참고로, 이 카페의 주소는 제주 제주시 해안마을길 73이다. 이러한 이유로, 주소를 카페 이름으로 선택한 작명 센스 역시 돋보이고도 남았다.   




2층을 한참 구경하고 나선 다시 계단을 내려와 1층을 둘러보는 재미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의자에 노곤하게 앉아 있는 귀여운 곰인형의 모습도 흥미를 자아냈다. 





케이크 외에 빵 종류도 판매하는 것으로 보여졌는데, 밤에 찾아왔더니 텅텅 비어 있어 아쉬웠다. 베이커리를 대신해 제주도와 관련된 여러 종류의 기념품들이 모여 있는 테이블에 눈에 띄었고, 그중에서도 현무암 초가 특색있게 다가왔다. 구입은 안 했지만.


이와 함께, 카페 73st 곳곳에 놓여진 초록 식물들의 모습이 인상깊었다. 각기 다른 생김새와 크기를 지닌 초록 화분이 싱그러움을 더해줘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이곳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공간은 바로 여기였다. 초록 식물과 찻잔을 포함한 식기가 하나되어 어우러진 1층의 인테리어는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로 인하여 카페 73st만의 감각적인 스타일링에 푹 빠져들었던 순간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다가 카운터에 와서 주문을 하려는 순간, 진열장에 가지런히 놓인 케이크의 비주얼에 매료돼 잠시나마 정지 상태가 되었던 것도 기억한다. 게다가 이름마저 '제주구좌 당근당근'이었어서 혼자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했다.



덧붙여 이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실제로 제주도 구좌읍이 당근으로 유명한 지역이라고 한다. 구좌 당근이 맛있다고 하니까 구좌 당근으로 만든 당근 케이크의 맛도 훌륭했을텐데, 뒤늦게 깨달아서 조금 슬펐다. 


근데 좀 더 자세히 보니, 이 케이크 컨셉 자체가 당근밭을 표현한 것 같아 재밌다. 푸르른 밭 위로 빼꼼 모습을 드러낸 당근을 연상시키기에 딱이었다. 제주구좌의 명물이 당근이라는 걸 이제라도 확인했으니까 다음에 가면 당근 케이크는 꼭 먹어볼 것이다!  



친구는 폭신해 보이는 하얀 거품이 찻잔 위에 가득 올라간 밀크티를 선택했다. 달지 않은 밀크티의 맛이 그럭저럭 무난한 것이 특징이었다. 



따블 치즈는 고소하고 부드러운 치즈의 맛을 지닌 조각 케이크였다. 더블이 아니라 '따블'이라고 적혀진 이름에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되는 메뉴였다. 


한 조각의 양이 넉넉한 건 아니었지만 배가 많이 부른 상태였기에 적당히 나눠서 잘 먹었다. 치즈가 따블이지만 예상 외로 느끼하지 않은 맛이 꽤 괜찮았다. 



내가 고른 건 따뜻한 자몽차였다. 새하얀 컵받침과 투명한 찻잔은 물론이고 자몽차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초록가지의 조화로움이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차가 뜨거우니 천천히 나눠 마시라는 배려가 담겨있는 듯 해서 감명깊었다. 



덕분에, 상큼한 자몽의 맛이 입으로 전해져 옴에 따라 겨울을 위한 식후 음료로도 제격임을 일깨워주는 한때이기도 했다. 



케이크와 포크를 담아낸 분홍빛 네모접시도 예뻤다. 테이블 위에 주문한 메뉴를 올려놓고 빈백에서 몸을 맡긴 채로 쉬다가 차 한 잔, 케이크 한 입을 먹는 시간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창 밖으로 드러나던 제주도의 야경과 카페 안을 환하게 비춰주는 다채로운 조명의 어울림이 좋았던 공간이었다. 


제주도 해안동 카페 73st에서의 따뜻한 티타임을 끝으로 제주도 겨울여행 첫날이 마무리됐는데, 여러모로 완벽함을 선사했기에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지금도 머리 속에 선명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