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으로 가득한 제주도 1100고지습지 자연학습탐방로에서의 겨울산책
제주도 1100고지습지 자연학습탐방로는 천백고지 휴게소와 습지 생태전시관을 나와 눈꽃이 눈 앞에 펼쳐진 길을 걷다가 만나게 된 곳이다. 천천히 걸으며 겨울산책하기 좋았던 곳으로, 흰 눈으로 소복한 풍경 사이를 움직이는 시간이 꿈만 같았다.
해발 1100미터임을 알리는 안내판을 마주했을 때, 이곳이 제주도의 천백고지임을 다시금 상기할 수 있어 심장이 두근거렸다. 참고로, 1100고지습지 자연학습탐방로는 휴게소와 습지생태전시관 맞은편에 위치한 관계로, 길을 건너야 만나보는 것이 가능하다.
1100고지습지 자연학습탐방로를 거니는 동안 마주할 수 있었던 제주도의 설경은 끊임없이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추위로 인해 온 몸을 벌벌 떨면서도, 단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자연의 절경에 압도되어 가끔씩 걸음을 멈추어야만 했다.
이날의 기억을 간직하고자 여행자들 사이의 간격이 벌어졌다 싶을 때 기념사진을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주인공은 제주도의 자연이었기에, 우리는 그저 배경이 되어 셔터를 누르며 기록에 기록을 거듭했다.
자연학습탐방로는 나무데크로 이루어진 다리가 설치되어 있어 주변을 둘러보며 걷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눈꽃을 멋스럽게 걸쳐 입은 나무들이 가지를 흔들며 바람 속에서 하늘을 향해 춤을 출 때, 땅에 굳건히 자리잡은 현무암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곳은 1100고지습지 자연학습탐방로 중에서도 베스트 포토존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여기 오기 전에 들렀던 습지 전시관의 모습이 제주도의 설경과 현무암, 그 한가운데 자리잡음으로써 이색적인 풍경을 더해주는 것이 특징이었다.
베스트 포토존답게 유독 이 곳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하여 우리도 사진을 찍고, 사진을 찍어주고 앞을 향해 계속해서 나아가기에 이르렀다.
겨울은 뭐니뭐니 해도 눈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도 여행 코스로 선택한 제주도 1100고지습지 자연학습탐방로에서의 겨울산책 역시도 완벽했음을 인정한다. 다시 봐도 최고다.
덧붙여,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장소이기에 다양한 종류의 생물들에 대한 설명이 적혀진 안내문도 여럿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곳을 좀 더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선 따뜻한 날에 오는 것이 현명하겠다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의 산책은 설경을 즐기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그 와중에 보리수나무는 기억이 난단 말이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산책코스는 아니었어서 한 바퀴를 쭉 돌아보는 일이 즐거웠다. 마지막 사진은 차로 돌아가는 길에 아쉬운 마음이 들어 담아 본 풍경. 아무런 준비없이 와서 추위에 맞선 채로 움직이며 끊임없이 손을 호호 불며 주머니에 넣었다 빼기를 반복해야 했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러한 이유로, 차에 도착해서는 곧바로 히터를 켜고 얼어붙은 몸을 녹였다. 1100고지를 떠나는 동안 머리가 좀 아프고 몸이 으슬으슬 떨려와서 감기에 걸릴까봐 걱정이 됐는데, 다행스럽게도 금방 나아져서 여행 내내 건강상의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여행하면 건강해지는 것이 자랑!
제주도의 겨울이 추운 편은 아니었으나 1100고지라면 이야기가 달라지니, 이곳에 올 계획이라면 장갑, 모자, 핫팩을 포함해 옷을 든든하게 챙겨입고 나오길 바란다. 무식해서 용감했던 우리의 모험담을 굳이 답습할 필요는 없다. 그러다 감기 걸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