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의 하루/공연의 모든 것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문태유, 박지연, 권동호)

초록별 2019. 2. 9. 02:26

주말이 지나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을 공연장에서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시원섭섭한함을 전해주는 토요일 새벽. 게다가 단 한 번의 관람만을 앞둔 상황이기에 지금 써내려가는 어햎과의 만남이 내게는 자체 세미막이었다는 점에서도 기분이 굉장히 묘하다.


전캐스트를 본 이후로 시간이 꽤 지났으나 이날의 페어는 또 처음이었기에 새로웠고, 반가웠으며,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CAST]

올리버 : 문태유

클레어 : 박지연

제임스 : 권동호


안내방송이 울려퍼지던 도중에 올리버의 돌고래 소리가 귀를 사로잡자 제임스가 말을 멈추고 "누구니?"라고 다정하게 부른 뒤에 "그래, 올리버."라며 말로 다독이는 순간마저도 어햎의 프롤로그를 연상시켜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렇게 시작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온기는 다시금 웃음과 눈물과 감동의 여운을 선사하며 무대 위 헬퍼봇들의 이야기에 푹 빠지게 만들었다. 



충전기를 빌리러 오는 클레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올리버의 미소 속에서 평소보다 더 빠른 사랑의 설렘을 예감했고, 옛날 주인으로부터 비롯된 아픈 기억을 올리버와 제임스의 관계를 통해 치유 받으며 처음 느끼는 감정의 파도를 외면하지 않고 한 걸음을 내딛던 클레어가 대견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었다.


사람인 척 하기 위해 이야기를 맟춰보는데 접어두었던 우산이 펴지자 능청스럽게 그 안으로 들어가 키스신을 연출하던 올리버와 클레어의 합이 잘 맞아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방 안으로 들어와 화분에게 잠옷을 입혀보던 올리버가 귀여웠고,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마음을 놓던 클레어의 안도가 객석까지 전해져 와 다행스러웠다.


헬퍼봇들의 감정선과 더불어 제임스의 깊어진 열연이 또다시 손수건을 부여잡게 했던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었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고, 오히려 더 중독성 강한 음악과 이야기에 매료되게 만드는 창작뮤지컬의 힘을 확인하게 돼 뜻깊었다.



서로의 볼을 두 손으로 토닥여주던 지연 클레어와 태유 올리버의 모습도 아름다웠다. 초점이 잘 맞은 사진은 아니지만, 그냥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웃음이 나서 간직하고픈 마음을 담아 남겨 본다. 


다시 봐도 참 예쁘네!



이날 공연에선 클레어와 올리버의 코코를 볼 수 있었는데, 그 장면에서 그렇게 눈물이 날 수가 없었다. 지연 클레어가 태유 올리버의 코에 자신의 코를 밀착하는 순간에 터져 나오던 울음, 다음 장면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알고 있기에 더더욱 참아내기가 힘든 슬픔이 자리잡았던 찰나였다.



커튼콜에선 그냥 이마만 마주한 채로 잠깐의 시간을 보냈는데, 본공과는 다르게 아련하면서도 웃음이 새어나와 기분이 말랑말랑해졌다. 지연 클레어가 테이블에 놓인 화분을 먼저 집어들었고, 태유 올리버가 화분과 함께 지연 클레어의 손까지 꼭 잡고 있는 모습이 어쩌면이 아닌, 어차피 해피엔딩임을 알려주는 것 같아 행복했다. 



이날의 헬퍼봇들은 서로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제임스까지 알뜰하게 살피는 점이 흡족함을 자아냈다. 그중에서도 지연 클레어와 동호 제임스가 손인사를 하는 장면이 눈부셨다. 


제임스가 살아 있었더라면, 올리버는 물론이고 클레어도 함께 그렇게 셋이서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지 않았을까 싶은 확신이 들어서 잠시나마 상상이 현실이 된 한때를 맞닥뜨리는 것이 기뻤다. 



지연 클레어의 장난 어린 진심을 잘 받아주던 동호 제임스의 모습도 커튼콜에서 빛났다. 함께 의자에 앉아 손을 잡아주고 어깨를 감싸 안던 태유 올리버와 동호 제임스 역시도 최고였다.


그래서일까, 이날 보자마자 최애 페어로 등극해 버렸다. 공연 시작 전 안내방송부터 커튼콜까지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던 세 배우의 완벽한 열연이 탁월했던 시간이었다. 



어햎을 보면 볼수록 알고 싶어지는 건 올리버와 제임스, 클레어와 과거 주인의 사연. 그중에서도 제임스와 올리버가 함께 지냈던 오붓한 한때를 상상하게 되는 건 당연지사인데, 동호 제임스는 그저 온화하게 올리버를 대했을 것으로 예상돼 흐뭇하지 않을 수 없다.



화분을 바라보며 빙그레 미소 지은 제임스의 얼굴이 화사하다. 뿐만 아니라 숙소 직원으로 분해 게임에만 몰두하다가 올리버의 편지를 받고 감동해서 입을 틀어막았을 때 터져 나오던 객석의 웃음과 '낡고 익숙한 사랑노래'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턴 동작의 웅장함은 최고였다. 



그리고, 올리버와 클레어의 사랑스러움이 조명과 어우러짐으로써 맞닥뜨리게 된 이 순간의 묘미는 환상적이었다. 서로를 향해 내보이던 환한 미소에 어찌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을까 싶었다.


연기적으로 주고 받는 합과 더불어 시원스러운 가창력까지 갖춤으로써 성량 페어로 등극했던 지연 클레어와 태유 올리버, 내가 정말 많이 아꼈다! 



제임스가 건네준 화분을 손에 쥐고 향기를 맡는 올리버, 그런 올리버를 따라하던 클레어의 모습에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올리버 바라기 제임스ㅠ_ㅠ



정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님에도 마냥 두근거렸던 커튼콜이었다. 화분을 손에 든 올리버, 반딧불병을 꼭 쥔 클레어는 환상의 짝꿍! 





세 배우의 단독샷도 한 장씩. 그중에서도 어햎에서만 볼 수 있었던 지연 클레어의 모든 순간을 머리 속에 저장!  




좋은 공연 보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그러니, 웃으며 안녕!




퇴장하다 말고 돌아서서 다시 손을 흔들어준 올리버도 안녕! 이제 나도, 한 번 남은 어햎도 잘 보내주기 위한 준비를 해야겠다. 


끝까지 끝은 아니니까, 마지막까지 파이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