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 차이코프스키의 음악과 우아한 발레의 완벽한 콜라보레이션
정말 오래간만에 국립발레단을 만났다. 특히,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꼭 만나보고 싶었던 발레 공연 중 하나였기에 냉큼 예매를 하고 당일이 찾아오기를 기다렸는데, 역시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아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CAST]
오데트/오딜 : 박슬기
지그프리트 : 허서명
로트바르트 : 이재우
내가 본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는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차이코프스키의 음악과 시선을 집중시키는 우아한 발레의 완벽한 콜라보레이션이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슬픔이 깃든 오데트의 애절함과 그녀를 향한 지그프리트 왕자의 사랑이 이날 주역을 맡은 무용수들의 환상적인 움직임과 생생한 표정으로 살아나 인상적이었다.
이와 함께, 박슬기 발레리나가 선보인 백조 오데트와 흑조 오딜의 환상적인 1인 2역은 보는 내내 감탄을 거듭하게 했다. 표정을 지운 얼굴과 몸짓에서 드러나던 오데트의 처연함과 생기 넘치는 어둠의 아우라로 존재감을 한껏 뽐낸 오딜의 확연한 온도차가 엄지를 치켜들게 만들었다. 언제 봐도 멋진, 카리스마 넘치는 슬기 리나를 마주하게 돼 행복했다.
허서명 발레리노의 지크프리트 왕자는 가벼운 몸놀림과 더불어 사랑에 빠진 남자의 고뇌와 유혹에 빠진 스스로를 향한 자책, 후회를 넘어 다시금 사랑의 운명에 온몸을 내던지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본투비 왕자 분위기를 한껏 풍기던 기품 넘치는 존재감도 매력적이었다.
이날은 무용수들의 발레 동작과 더불어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에 대한 관심이 더해져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 세우기에 바빴다. 그중에서도 하프를 켜는 연주자의 손놀림과 이를 통해 들려오는 맑은 울림이 아름다웠고, 오보에 소리 역시도 관심을 갖게 해 무대 위와 더불어 그 아래에 자리잡은 오케스트라 피트에도 눈이 갔다.
덧붙여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의 군무는 질서정연했고, 백조와 흑조가 함께 등장해 선사하는 발레 역시도 최고라 절로 박수를 보내게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커튼콜 때 지그프리트와 오데트가 백조들 가운데로 등장해 포즈를 잡고 무대 앞쪽으로 나와 인사를 건네는 장면도 감명깊었다. 이로 인하여 단순한 커튼콜이 아니라 둘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에필로그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좋았다.
이재우 발레리노는 로트바르트를 맡았는데, 연기가 예전보다 훨씬 좋아져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로트바르트가 지그프리트를 지배함에 따라 꼭두각시가 된 서명 리노와 그를 압도하던 재우 로트바르트의 합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김희선 발레리나와 신승원 발레리나 역시도 눈에 쏙 들어왔다.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순간에도 각 잡힌 슬기 리나의 두 손동작에 경의를 표하게 되던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였다. 박슬기 발레리나는 천상 백조, 그 자체였다.
호숫가에서 진행되던 백조 파드되와 연회장에서 이루어진 흑조 그랑 파드되 또한 대단했다. 슬기 발레리나와 서명 발레리노는 두 무용수 다 얼굴 표정과 몸을 잘 써서 마음에 쏙 드는 페어였다.
무대 위의 무용수들과 지휘자, 오케스트라 피트 속 오케스트라 연주자들 모두가 완성시킨 <백조의 호수>였다. 3층에서 발레 공연을 보니 오케스트라 피트까지 잘 보여서 진짜 흡족했다.
다만, 파란 조명이 너무 과해서 사진은 별로......
무대 위 무용수들이 서로를 향해 고개를 숙이던 찰나도 훈훈했는데, 인사 속도가 맞지 않아서 타이밍이 어긋난 점은 웃음을 자아냈다.
재밌는데 멋지기까지 했던 순간의 커튼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는 해피엔딩으로 구성된 작품이었다. 이 공연을 관람하기 전에 만났던 유니버셜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새드엔딩이었어서, 각기 다른 재미를 확인하게 해줘 흥미로웠음은 물론이다.
국발의 백조는 사랑의 기적이 극대화된 아름다운 결말이라서 보고 나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중에서도 오데트가 지그프리트 앞을 막아서며 로트바르트에게서 왕자를 지켜내기 위해 단호한 표정으로 움직이지 않던 장면은 기대 이상이었다.
무대의 막이 내려간 뒤 다시 등장한 두 주역, 이때 슬기 리나의 손에 서명 리노가 입을 맞추던 장면마저도 <백조의 호수>의 완벽한 결말에 정점을 찍었다. 오데트의 사랑이 모든 것을 구한 것에 대한 보답, 그 이상의 감사가 담긴 지그프리트의 마음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이를 테면, 사랑의 맹세.
여러가지 결말이 존재하는 데다가 볼거리는 물론이고 스토리 전개 또한 다이내믹해서 흥미진진했던 <백조의 호수>를 이번에 국립발레단 버전으로 보게 돼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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